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사업 능력은 불황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호황기에는 모두가 호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는다. 그러나 불황에서는 정말 실력 있는 진짜만 살아남는다. 가상자산 업계도 마찬가지다.2021년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을 넘기면서 코인거래소 대부분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고연봉을 제시하면서 실력 있는 IT 인재를 흡수하고 규모를 키우는 등 모두가 돈잔치를 벌였다.
하락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원 선까지 하락했고 업비트를 제외한 주요 거래소 다수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깨지지 않는 1위의 벽에 부딪힌 후발주자들은 분주해졌다. 저마다 저조한 점유율을 타개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수립했다.
제휴 은행 변경 시도가 대표적이다. 1위 사업자를 벤치마킹한 전략이다. 개설 이후 줄곧 점유율 2위던 업비트는 3년 전 케이뱅크로 은행을 바꾼 후 순식간에 1위로 올라섰다. 이 사례는 경쟁사에게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코인원은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와 제휴에 성공했다. 최근 기존 파트너인 농협과 재계약을 체결한 빗썸 역시 그간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복수의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논의했던 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격적 상장 역시 점유율 후발주자들이 선택한 전략 중 하나다. 신규 종목을 많이 상장하거나 시장 파급력이 큰 종목을 끌어오면서 고객 유입을 추진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차원에서 상장폐지한 위믹스를 석 달 만에 파격 재상장했다. 빗썸은 올해만 원화마켓과 비트코인(BTC)마켓에 각 10개씩 총 20개의 종목을 상장했다. 코빗은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 걸쳐 100개에 가까운 종목을 신규 상장했다.
갖은 시도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여전히 업비트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0%를 상회한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제 3자들은 "이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말하는 본질은 거래소의 본업인 '거래 서비스'다.
업비트의 올해 원화마켓 신규상장 종목은 4개에 불과하다. 상장 종목의 수가 고객 유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했다. 제휴 은행도 마찬가지다. 코인원은 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파트너를 바꿨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은행이 점유율 부진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답인 줄 알았던 방법들은 오답이었다. 이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고객이 거래소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종목도 은행도 아닌 거래 환경일지 모른다. 앱 구동은 빠르게 이뤄지는지, 사용자경험은 편리한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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