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적이 부진하면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가 발목이 부러진 적도 있다고 하네요."최근 전선규 미코그룹 회장을 취재하던 중 자본시장(IB)업계 한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다소 황당한 얘기라 그대로 믿을 수 없었지만 그가 보여준 전 회장의 SNS에는 발목에 깁스한 사진이 있었다.
이 사진엔 미코그룹 계열사 목표 실적 미달의 책임을 지고 3m 높이 2층에서 뛰어내렸다며, 3단의 매트리스를 깔아뒀지만 발목이 부러졌다는 글도 담겼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10년 전 SNS를 통해 전 회장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도체 장비 정밀 세정 및 특수 코팅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사업화한 그는 미코그룹의 사업 영역을 에너지와 바이오 등으로 넓혀 수천억원대 자산을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안정적인 성장궤도를 그렸던 전 회장 앞에 더 큰 시련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해 예상하지 못했던 실패의 쓴맛을 봤다.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한 미국 나스닥 상장 '트리니티 바이오테크(Trinity Biotech)' 투자 결과가 기대와 달리 불협화음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형 지주사 미코와 자회사 미코바이오메드가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MiCo IVD Holdings(미코IVD홀딩스)'는 지난해 5월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에 4500만달러(원화 6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이 투자로 전 회장은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이사회 의장에도 올랐지만 5개월 만에 경영진과 갈등을 빚으며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어 경영진 해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크로스보더 딜(Deal)이 계획과 달리 흘러갔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코IVD홀딩스를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코스닥 상장사 미코는 감사보고서를 이례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전 회장은 미코IVD홀딩스에 장남을 부사장으로 선임하며 2세 경영수업의 기반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들이 그동안 미코그룹 내 공시 등 공개된 자료에서 드러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미코그룹은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에 대해선 함구하는 분위기다. 지분 투자 당시 진단부문 바이오 사업 글로벌 확장을 기대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미코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진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투자 내용을 담은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태를 주주들에게 소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전 회장뿐이다. 10년 전 보여줬던 호기로운 행동만큼 이번 사태도 짧게는 고통스럽지만 더욱 단단해진 미코그룹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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