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얼라인파트너스와 격론을 마치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주총회 내내 결산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격론을 벌였으나 표결을 마친 뒤에는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향후 의사결정에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고려하겠다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30일 김 회장은 전북 전주에서 열린 JB금융지주 주총을 마치고 더벨 기자와 만나 "우리와 얼라인은 원수지간이 아니다"라며 "2대 주주로 주요 주주이고 언제든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말했다.


의장 자격으로 주총을 진행한 김 회장은 폐회를 선언한 직후 단상 아래에 앉아 있던 이 대표와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에게 향했다. 주주제안 안건 통과에 실패한 이 대표와 사외이사에 선임되지 못한 김 후보를 위로했다. JB금융 사외이사들도 얼라인 측에 다가와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나누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이날 김 회장과 이 대표 사이에는 불꽃이 튀었다. 이 대표의 발언권 행사에 김 회장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 대표의 재반박에 김 회장이 재차 응수하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JB금융과 얼라인을 지지하는 주주들 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총을 마친 뒤에는 한 달여 동안 쌓인 긴장감이 녹아내렸다.

김 회장은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응한 지난 한달 간의 시간 동안 자본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주주 중심의 기업 경영 행태가 리먼 사태가 발생 원인이었다고 되짚었다. 앞으로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담담히 내비쳤다.

김 회장은 "경영진이 주주의 대리인으로 선출돼 경영을 하는데 주주가 아닌 자신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 문제가 심각했다"며 "단기 성장에 집착하는 탐욕 때문에 리먼 사태가 일어났고 이후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라인의 주주행동 동기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얼라인과 경영진의 생각이 다를 뿐 JB금융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다며 화합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얼라인의 주주행동은 JB금융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동기에서 시작이 됐고 주주환원 정책을 바람직한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얼라인의 주주제안을 감안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한달 넘게 지속된 얼라인과의 공방에 피로감을 느낀듯 공개적인 비난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경영진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가 있는 반면 정황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도 많다"며 "주주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경영진과 이사진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건 회사 가치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의 요구 권한은 법에도 보장돼 있고 실질적으로 존중해야 마땅하고 이를 조율하는 방법론에 대해 저부터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얼라인과 얼라인을 지지한 주주들을 위로했다. 그는 "주주제안을 한 얼라인과 뜻을 같이한 주주님들도 고생 많으셨다"며 "(얼라인의)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제안 내용에 대해 이사진과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고려사항으로 생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