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한일시멘트, 건설업과 '선긋기' 통했다신준 CFO IR 핵심전략…건축 중장기 단계 제품 수익성 부각
이경주 기자공개 2023-04-06 07:14:5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18: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A+, 안정적)의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은 예상외의 결과였다. 22조원에 달하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상각 이슈로 국내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돌던 때였다. 특히 한일시멘트는 건설업을 전방시장으로 두고 있는 사업자다.비결은 제품 다각화와 이로 인한 안정성을 부각시킨 '기업설명회'(IR)에 있었다. 건설업 침체를 견뎌낼만하다는 평가를 끌어냈다.
◇3년물 언더 금리로 모집액 채워
한일시멘트는 이달 29일 수요예측에서 600억원 모집에 3240억원 주문을 확보해 경쟁률 5.4대 1을 기록했다. 2년물과 3년물에 각각 300억원을 배정했다. 금리도 나쁘지 않았다. 2년물은 개별민평금리 대비 10bp를 더하는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3년물은 -1bp로 메웠다.
비슷한 시기 공모했던 다른 발행사들이 고전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선방이다. 신세계건설(A0)은 하루 전(28일)에 2년물 단일건으로 800억원을 모집했는데 100억원 주문확보에 그쳐 대규모 미매각(700억원)을 냈다. 건설사라 일부 예상되긴 했던 바다.
한솔제지(AO)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이틀 전(27일) 700억원을 모집했는데 2년물(400억원)은 +35bp, 3년물(300억원)은 +22bp 구간에서 모집액을 채울 수 있었다. CS 코코본드 여파로 국고채 금리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지는 시점에 진행된 건들이다.
◇원가부담에도 '레미탈' 이익률 11%…건축 마무리단계에 매출 발생
한일시멘트와 주관사 모두 비결로 수요예측에 앞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IR(기업설명회)을 꼽았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건축단계별로 다변화돼 있어 건설업 업황악화로 인한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어필했는데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시장 2위 사업자인데, 시멘트업만 하는 경쟁사와 달리 다각화를 했다. 시멘트도 만들고 시멘트를 원재료 삼아 만드는 2차제품인 레미콘과 레미탈도 생산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1조4876억원인데 시멘트 비중은 53%, 레미탈 25%, 레미콘 18% 등이다.
그런데 레미콘의 용도는 건축 초기에 많이 사용된다. 땅을 파서 골조를 세우거나, 굵직한 구조물을 형성할 때 쓰인다. 반면 레미탈은 마감재다. 착공 이후 1~2년이 지난 현장에서 주로 필요로 한다. 건설업은 착공지연이 가장 큰 어려움인데 한일시멘트는 레미탈로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다..
특히 레미탈은 수익성도 좋다. 지난해 레미탈로만 영업이익 424억원을 냈는데 이익률이 11.3%다. 시멘트(198억원) 이익률은 2.5%, 레미콘(58억원)은 2.2%다. 합산한 전체 영업이익률은 7.9%다. 지난해는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이 치솟아 시멘트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같은 해 판가인상을 두 차례 단행해 올해부턴 시멘트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매출 충격은 제한적이고 수익성은 양호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건설업과 선긋기에 성공했다. IB 관계자는 “IR에서 타 경쟁사와 달리 2차제품을 영위하고 있고, 공사현장에서 3개 제품 투입시기가 모두 달라 경기침체시기 위험이 분산돼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 것에 대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친환경설비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다는 후문이다.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일시멘트는 2021년부터 단양공장 예열탑을 개조하는 700억원 규모 환경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석을 고열로 녹여야 하는데, 그동안엔 필요한 열을 유연탄을 태워 만들었다. 환경투자는 유연탄을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는 공장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만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한편 한일시멘트 CFO는 신준 상무로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 CFO도 겸하고 있다. 신 상무는 최근 한일현대시멘트에서 350억원 규모 P-CBO 발행도 낮은 금리(4.234%)로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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