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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팩과 자본시장의 '필요충분조건' [thebell note]

남준우 기자공개 2023-04-18 10:43:54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 시장 침체기에 직상장의 대체재로 떠오른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최근 몇 년간 몸짓을 크게 불렸다. 공모액 4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이 다수 등장했다. 엔에이치스팩19·20호, 삼성스팩7·8호, 하나금융25호스팩,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등이 주인공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소멸 합병'이라는 무기까지 쥐어줬다. 이전까지 법인 변경에 따른 각종 비용이 수반된 '종속 합병'보다 훨씬 수월하게 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덕분에 IB들은 합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금융권에서는 '대형 스팩이 합병에 성공하면 자본시장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명제를 만들어냈다. 일리있는 말이다. 이전과 다르게 1조원 내외의 기업이 스팩을 찾기 시작한다면 증시 입성을 위한 루트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을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대형 스팩의 합병 성공은 자본시장 발전의 충분 조건이다. 반대로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는 조건은 대형 스팩 합병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서로 필요충분조건 관계다.

하지만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며 스팩도 힘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언장담하며 대형 스팩을 올렸음에도 청산까지 1년 내외가 남은 시점에서 후보군조차 찾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

상황이 급해졌는지 특정 증권사는 IPO 기업 마케팅 과정에서 스팩만을 추천하며 빈축을 샀다는 후문도 들린다. 청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대형 스팩이 트랙레코드에 금을 내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대형 스팩들의 상장 후 주가가 시원찮자 투자 열기도 식으며 상장 과정에서 미매각과 자진 철회가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대형 스팩 합병을 위한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위 명제의 '대우(contraposition)' 를 생각해보자. '자본시장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대형 스팩은 합병에 성공할 수 없다' 정도로 볼 수 있다. 앞의 명제보다 훨씬 와닿지 않는가?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한 IB가 미국 시장을 예를 들며 한 말이다. 물론 금리 인상 등의 여파에 미국 자본시장에서도 최근 청산되는 스팩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스팩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장 루트다.

어떤 명제가 참이라면 그 명제의 대우 역시 참이다. 앞선에서 언급한 명제들이 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찬반이 갈릴 수 있다. 알짜배기 합병을 통해 국내 IB들이 이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는 방법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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