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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연봉' 단상 thebell desk

최명용 금융부장공개 2023-04-21 07:42:55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장님 연봉 좀 올려 드리면 좋겠어요."

농협금융 계열사 한 임원이 식사 자리에서 이 말을 꺼냈다. 시중 금융지주 회장들과 연봉을 비교하면 많이 적다는 것이다. 보수는 물론 여러가지 대우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적다고, 정상화하면 좋겠다고 속내를 표했다.

농협금융 회장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이석준 회장의 연봉은 대략 5억원대로 추산된다. 전임 손병환 회장은 지난해 총 7억23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3억2900만원에 상여 1억9200만원이 있었고 퇴직금으로 1억83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을 빼면 5억원 남짓한 수준이다. 이 회장 연봉도 이 정도가 될 듯하다. 많다면 많지만, 상대적으론 적다.

2022년 연차보고서 기준으로 시중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는 10억원을 훌쩍 넘긴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18억4000만원(성과급 9억3000만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15억3000만원(성과급 7억1000만원)을 받았다. 조용병 신한금융 전 회장은 연봉 9억원(성과급 미지급 상태),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은 12억원을 수령했다. 성과급을 더하면 두 회장의 보수는 더 늘 수 있다.

눈을 돌려 해외로, 주인있는 회사들로 돌리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미국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연봉은 3450만달러다. 급여 150만달러에 실적 인센티브 3300만달러를 수령했다. 한화로 약 420억원 수준이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A CEO가 3200만달러,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3150만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2500만달러다. 전년에 비해 29% 삭감됐지만 여전히 300억원이 넘는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돼 있는 '주인있는 회사'들도 연봉이 상당하다.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이사는 357억원, 여민수 전 카카오 대표는 331억원을 수령했다. 두 CEO는 퇴임과 함께 45만주(337억원), 42만5000주(318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값이 포함돼 있다. 이걸 빼도 급여가 20억원 수준이다.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 부사장은 투자 성과에 대한 보너스를 더해 282억원을 받았다.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은 102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삼성전자 CEO들도 장기 성과금 지급이 있는 연도엔 연봉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재벌 오너들은 더 많다. 이재현 CJ 회장은 급여 99억원에 상여로 122억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54억원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6억원을 받아 100억원 연봉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구광모 LG그룹 회장 94억원, 구본준 LX그룹 회장 82억원, 정몽원 HL그룹 회장 82억원도 고액 연봉자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들에게 약탈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과 CEO들의 보수 체계도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한 연봉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금융 CEO들은 얼마의 보수를 받아야 할까. 5억은 부족하고 18억은 많은가. 재벌 오너나 대기업 CEO처럼 100억 대 보수는 불가능한가. 미국처럼 300억원 시대는 올수 없나. 천편일률적으로 자를 수 없는 일이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본부장을 제때 구하지 못해 공석으로 두는 일이 잦다. 이러는 와중 국민연금은 지난해 유가증권 투자 손실로 80조원을 날렸다. 자본시장의 불황 탓도 있지만 유능한 운용 책임자의 부재도 한몫했다. 국민연금도 시중 사모펀드에 비해 턱 없이 적은 보수로 인재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봉은 일종의 훈장이다. 100억원을 받아도 이걸 쓸 시간이 없는 게 CEO들의 일상이다. 성과를 낸 CEO에게 주어지는 상징과 같은 보상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 체계에도 역발상이 필요하다. 보상을 줄이는 식의 지배구조 개편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 논리엔 맞지 않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도 인정해주고 제대로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는 게 더 낫다. 평가체계를 더 고도화해 성과를 내고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CEO의 판단과 유능한 인재의 역할에 따라 조단위 투자 손익이 오가는 게 금융 산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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