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엘앤에프, 유동성 압박 출구전략 '장기 차입 확대'②2021년 제외 당좌비율 늘 100% 아래, 단기 상환 부담...'만기 구조 다변화' 추진
양도웅 기자공개 2023-05-09 07:35:14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2일 15: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5년간 2021년 한 해를 제외하면 엘앤에프는 늘 단기 유동성 압박을 받았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인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빼고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당좌자산보다 항상 많았기 때문이다.이는 앞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위해 외부에서 추가로 돈을 계속해서 빌려야 하는 엘앤에프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당장 돈을 어떻게 갚을지에만 집중해서는 중장기 성장전략에 맞는 재무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도 이를 인지하고 차입 기간 다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항상 1년 내 줘야 할 돈이 '더' 많다
지난해 말 엘앤에프의 당좌비율은 83%다. 전년 대비 120%포인트(p) 감소했다. 2021년 유상증자 등으로 들어온 자금을 보통예금을 비롯한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그해 말 사상 처음으로 200%를 넘었던 당좌비율이 다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당좌비율은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유동부채) 대비 1년 내 판매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당좌자산)의 비율이다. 기업의 단기 유동성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100% 이하면 당좌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엘앤에프의 단기 유동성 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은 양극재 제조·판매 사업으로 버는 현금보다 쓰는 현금이 더 많기 때문이다. 버는 현금보다 더 많은 현금을 쓰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나 시장 등에서 현금을 빌려야 한다.
일례로 2022년 한 해 동안 엘앤에프가 양극재 제조·판매 사업으로 번 현금은 '0'원이다. 오히려 8643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이 와중에 설비 확충을 위해 유형자산 취득에 2875억원을 썼다. 즉 양극재 사업을 하고 확장하는 데 1조1000억원의 현금이 투입됐다.
2022년 시작할 무렵 엘앤에프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718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으로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자산 매각이나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해야 했던 셈이다. 실제 지난해 1년간 엘앤에프가 금융기관에 갚은 돈을 제외한 빌린 돈은 7953억원으로 8000억원 수준이다. 이러한 대규모 차입이 고스란히 단기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진 셈이다.
◇5대 5에 맞춰 가는 만기 구조
외부 자금 조달이 단순 유동성 압박이 아닌 '단기'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진 건 엘앤에프가 만기 1년 이하의 금융기관 대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엘앤에프의 단기차입금은 40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 증가율 2.6배를 넘어선다.
여기에 더해 과거 만기 1년 이상으로 빌렸던 금융기관 대출 중 약 200억원어치가 만기 1년 이하로 줄면서 사실상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2021년 말 1635억원에서 2022년 말 4582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4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단기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양극재 제조·판매 사업으로 버는 현금을 늘리거나(현금창출력을 향상시키거나),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꾸준히 단기차입금을 갚으면서 장기차입금 비중을 늘려가는 방법 등이다.
이 가운데 설비투자 규모를 줄일 수는 없다. 올해 초 테슬라에 3조원 넘는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차전지 소재 산업은 이제 태동기에 접어들었다.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현금창출력을 향상시키거나 차입 만기를 다변화하는 쪽이 적합하다.
엘앤에프는 일단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순증이 장기차입금 순증보다 많았지만 2021년에는 단기차입금 순증이 장기차입금 순증의 절반 이하였다. 이에 따라 2020년 말 전체 차입금에서 46%였던 장기차입금 비중은 2021년 말 54%로 8%p 올랐다. 2022년 말 장기차입금 비중이 47%로 줄었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15%p 오른 수준이다. 2018년엔 단기차입금 비중과 장기 차입금 비중이 대략 7대 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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