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텍 열전]"염증 없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내 리드물질 도출"②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 "TAM수용체 활용 '핵심'…깨끗한 뇌 상태 유지"
임정요 기자공개 2023-05-10 12:41:29
[편집자주]
최근 제약바이오를 향한 투자 분위기가 경색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 3000여개가 넘는다는 잠정 집계가 나올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거웠던 상황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투자 유치를 하며 사업성과를 쌓아 나가는 바이오텍은 있다. 더벨은 유의미한 사업성과를 기반으로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만나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09: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리미스'는 라틴어로 '순수한(pure)', '투명한(clear)'이라는 뜻이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깨끗한 뇌 상태를 유지하면서 타깃을 제거한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전략을 사명에 담았다.박상훈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대표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이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침적물을 타깃할 때 그 주변 글리아에 염증이 유발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개발 전략을 결정하게 됐다"며 사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플랫폼 기술의 연구는 2017년에 시작했다. 공동창업자인 정원석, 김찬혁 교수는 둘 다 2016년에 카이스트 조교수에 부임한 사이다. 김 교수가 "항체 백본을 쓰면 에이베타와 타우 제거시 염증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데 Fc수용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식수용체가 없을지"를 정 교수에게 문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침 정 교수가 이러한 새로운 MERTK 패스웨이를 2013년부터 연구하고 있었다.
둘은 협업하며 2017년부터 5년 이상의 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에 개념증명(PoC)를 완성해 치매극복 국가과제에 선정됐다. 2021년 초 특허를 내고 같은 해 4월 당시 아밀로이드솔루션 R&D 전략이사로 있던 박 대표에게 연락해 공동창업을 제안했다.
회사 경영 및 사업개발은 처음부터 박 대표에게 맡겼다. 최대주주도 박 대표다. 연구 기틀을 마련한 두 교수는 주요주주지만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박상훈 대표, 첫 직장은 아주IB투자…창업과 VC에 대한 고찰
박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포스텍 생명과학 학사, 면역학 박사, 동대학 박사후 연구원까지 한 후 곧장 카이스트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했다. 연구가 아닌 MBA를 선택한 배경에는 지도교수이자 은사인 성영철 교수(제넥신 회장)의 조언이 있었다.
벤처투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직장은 2013년 입사한 아주IB투자였다. 이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투자팀장까지 도합 4년간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일을 했다.
박 대표는 "미국 포트폴리오 회사(피투자사)를 만나며 충격과 영감을 받았다"며 "혁신신약을 미국에서 개발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최전선에서 목격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생명과학 분야 업무의 모든 사이클(R&D, 개발, 창업, 엑시트)을 마친 '어른'들이 최종 커리어로 VC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모습에 산업으로 돌아올 마음을 가졌다는 설명이다. 은사인 성 교수가 세운 에스엘바이젠 CBO, 에스엘백시젠 CFO를 거쳐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아밀로이드솔루션의 R&D 전략이사를 지냈고 2021년 공동창업에 이르렀다.
공동창업 제의를 받았던 시점에 대해 박 대표는 "국내에서 이런 기술이 나온 것에 희열이 일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뇌과학에서는 나쁜 단백질의 제거 뿐 아니라 뇌내 면역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는게 중요하다"며 '신경면역'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어 "뇌는 면역대식세포인 글리아(Glia)가 80%, 신경을 전달하는 뉴런이 15%를 구성한다"며 "뉴런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축적됐지만 글리아 연구는 10년~20년 가량 뿐"이라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 연구에 사용됐던 Fc수용체가 아니라 TAM수용체를 활용할 경우 아밀로이드 제거에 더불어 면역세포 기능 조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GAIA-Abeta' 단일 약물로 아밀로이드베타 항체의약품과 Trem2항체와 같은 면역조절항체의 병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TAM수용체 플랫폼 회사, 뇌 이외의 면역질환까지 확장
박 대표가 보는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새로운 구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회사'다. 국내에서 여러 약물을 디자인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기술을 가진 회사는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가 꼽힌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또한 이러한 상장사들과 어깨를 견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염증부작용을 일으키는 Fc수용체 대신 TAM수용체를 이용해 뇌내 면역환경을 활성화시킨다는 개념을 밀고 밀고 있다. TAM수용체의 존재를 최초로 규명한 미국 솔크연구소의 그레그 렘케(Greg Lemke) 박사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과학자문위원(SAB)이다. 나아가 뇌 이외의 면역질환 및 염증성질환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체 데이터를 확인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올해 말까지 의약적합성(druggability)을 확인하고 CMC(공정개발)를 확립하는게 목표"라며 "이후 비임상에 넉넉히 2년을 생각하고 있고 임상 진입은 그보다도 더 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개발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아 함께 연구하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 CNS 분야는 자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전략적인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순위라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Fc수용체를 쓰지 않고 완전히 우회하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일리미스테라퓨틱스 뿐"이라며 "검증된 항체를 이용하기 위해 훌륭한 항체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표적항체를 잘 만드는 회사로 프로테나(Prothena), 바이오아크틱(Bioarctic), 에이시이뮨(AC Immune), 뉴리뮨(Neurimmune)을 꼽았다. 이 외 면역치료제로 글리아 조절(TREM2, CD33, NLRP3)을 연구하는 회사로 디날리(Denali), 알렉토(Alector)의 예를 들었다.
◇4월 클로징한 시리즈 A에서 200억 조달…2년치 운영자금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4월 클로징한 시리즈 A 자금조달에서 200억원을 확보했다. 프리밸류로 450억원을 책정했다.
시리즈 A 자금 중 12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비에 배정하고 80억원은 운영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개발비 상세 계획은 리드프로그램인 ILM01의 후보물질 도출 및 후속 파이프라인 ILM02, 03, 21의 리드 최적화, 실험장비 구입, 전임상 비용 등이다.
연내 ILM01의 후보물질 도출을 이루는게 목표다. 또한 국내외 제약사 가운데 자가면역질환 및 염증성질환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금관리 및 회사 내부운영은 전상우 상무(COO/CFO)가 맡는다. 전 상무는 경희대 회계학과를 나온 회계사·세무사다. 삼정KPMG 감사본부, 아주IB투자 기획팀장을 거쳤다. 박 대표와는 아주IB투자에서 1년 가량 근무기간이 겹치는 인연이다.
전 상무는 2018년 아주IB투자 상장 과정에서 주관사 선정 등 실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 합류 직전에는 어댑트라는 연매출 1000억원대의 유통회사에 CFO로서 내부통제 시스템 및 재무안정성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았다.
보통의 바이오텍은 시리즈 B 펀딩 이후 상장 준비 단계에서부터 CFO가 합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상무의 경우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문화와 기틀을 함께 세워가고 있다.
전 상무는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향후 2년간은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며 "R&D의 경우 인하우스(In-house)로 자체개발하기 보다는 파트너를 찾아 함께 연구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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