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외 부동산펀드]이지스운용 독일 트리아논빌딩 손실 리스크 점증톱티어 운용사도 '쩔쩔'…리파이낸싱 여부 촉각
조영진 기자공개 2023-05-31 08:14:21
[편집자주]
해외 부동산펀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해외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년 10조원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높아졌던 공실률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환매 연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더벨은 현재 만기가 얼마남지 않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매각 및 임차 현황을 짚어보고, 청산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가 부동산담보대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대주단마저 구성하지 못할 경우 원본 손실 가능성도 거론된다.현재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국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블랙스톤, 브룩필드, 워터브리지캐피탈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상업용부동산 투자상품 일부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등 손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특히 상업용오피스의 경우 국내 대비 해외 물건의 가치하락이 비교적 극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Trepp)에 따르면 현지 상업용오피스 부동산저당증권의 연체율은 지난 4월 말 2.77%까지 치솟았다. 공실 리스크 및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오피스의 감정평가가치마저 하락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설상가상 높은 LTV(담보대출비율)를 감수하면서까지 리파이낸싱에 동의하려는 대주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원본 손실 가능성도 심심찮게 새어나온다.
◇공실 리스크에 감정평가가치 하락...대주단 리파이낸싱 거절 '악순환'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편입한 독일 트리아논빌딩을 올해 해외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꼽고 있다. 2018년 10월 설정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공모 부동산펀드 중 세 번째로 큰 설정원본을 자랑하는 상품으로 오는 10월을 넘기면 신탁계약기간과 대출 만기가 모두 도래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가 편입한 독일 트리아논빌딩은 대주단과의 리파이낸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담보대출비율이 일정치를 상회할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기한이익상실 발생 등의 이유로 대주가 담보실행을 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리아논빌딩의 주요 임차인이던 '데카뱅크'가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이 시작됐다. 오피스 임대가능면적의 56%를 활용 중인 데카뱅크는 2024년 6월 계약 만료를 끝으로 인근 Four T1 빌딩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임대가능면적의 절반 이상이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불거지자 대주단은 2021년 말 BNP파리바를 통해 트리아논빌딩의 가치평가를 실시했다. BNP파리바의 최종 감정평가에 따르면 트리아논빌딩의 자산 거래가는 5억8800만 유로로 책정됐는데, 이는 당초 매입가(6억5400만 유로) 대비 10% 하락한 수준이다.
자산가치 하락으로 담보대출비율이 치솟으면서 대주단은 리파이낸싱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LTV가 높아지면서 신규 대주단 구성 가능성도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오는 10월까지 리파이낸싱에 실패할 경우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을 근거로 후속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말 BNP파리바의 감정평가가치로 매각이 된다 해도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의 약 70%만을 건질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이지스자산운용은 공모펀드(1865억원)와 사모펀드(1836억원)를 통해 도합 3700억원의 에쿼티 자금을 트리아논빌딩에 투입했다. 키움그룹은 사모펀드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BNP파리바의 평가가격으로 매각될 시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오는 자금은 약 2억 유로다.
문제는 현지 자금조달금리가 2021년 말보다 더욱 치솟으면서 감정평가가치 축소에 추가 반영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트리아논빌딩을 매입, 담보대출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이자율로 변동금리(3개월 유리보+140bp)를 따르되 2.3% 상한을 두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수준에서 횡보하던 유리보 3개월물은 최근 3.4%까지 치솟은 것으로 관측된다.
◇강제매각 리스크 여전...업계 "부실화 자산 더 있다"
원본 손실을 막기 위해 이지스자산운용도 여러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10월 데카뱅크와 변경 임대차계약을 체결, 데카뱅크가 점유 중인 전체 24개 층 가운데 8개 층에 해당하는 약 3000평의 임대차공간에 임의해지 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대형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소규모 임차인 유치를 위해서라도 층별 해지를 가능케 한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이 임의해지를 실시할 경우 임차인은 층별 면적의 잔여임대가치 중 절반가량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지상 층과 메자닌 층의 좌우 구역을 분할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취득, 중도해지에 대한 사전협의도 완료했다.
다만 리파이낸싱은 물론 신규 임차인 확보마저 진전이 없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독일 현지에 인력을 파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임대공간 개선에 돌입하는 등 대체임차인 유치를 위한 리모델링, 임대 마케팅 등을 수행해왔지만 뚜렷한 개선 없이 대출 만기를 코앞에 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캐시 트랩(Cash Trap)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은 배당금마저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캐시 트랩은 채권자가 대출금 미상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현금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임대차 연장 불발 또는 5년 미만 연장, LTV 65% 이상이 될 경우 발동된다. 지난 2월에도 신규임차인 확보 및 안정적인 자산 매각을 위해 현지 비용 투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분배금 지급이 유보됐다.
오피스 공실, 조달금리 상승 등 비우호적인 업황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2000억원 가까이 투입된 가운데 원본 손실이 발생하면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공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의 오피스 빌딩에도 문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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