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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론스타 텍사스의 부상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7-03 09:00:1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1조를 들여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데 부지와 고속도로를 잇는 ‘삼성하이웨이’가 생겼다. SK시그넷도 지난 6월 텍사스 플레이노시에 전기차 충전기 공장을 준공했다.

코로나 이후 약 140개의 미국 대기업이 텍사스로 거점을 이전했다. 특히 최근에 인구 증가가 정체인 캘리포니아에서 많이들 옮겨왔다. 오라클, 테슬라, HP가 대표다. 이제 포츈500 기업 중 54개가 텍사스에 본부를 둔다.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애플이 10억 달 러짜리 제2 캠퍼스, 골드만삭스가 5천 명이 일하게 될 두 번째 본부를 댈러스에 짓고 있다.

텍사스 주 경제 규모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 2위다.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인구도 어느덧 3천만을 넘었다. 미국 하원은 인구비례로 각 주에서 의원을 선출하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인구가 각 주 대의원 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인구는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 면적도 알래스카 다음으로 큰데 영어에 ‘텍사스-사이즈’라는 말도 있다. 매사 넉넉하고 사람들도 통이 크다는 의미다. 린든 존슨,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배출했다.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곳이다.

텍사스의 물가는 상대적으로 낮고 기업 비용이 합리적 수준이어서 일자리가 다수 창출되고 있다. 2010년에서 2021년 사이의 시기에 인구가 18% 증가했는데 경제는 39% 성장했다. 텍사스 주는 세금이 낮기로도 유명하다. 아래에서 7위다. 주 차원의 소득세와 자본이득세도 없다. 주택 가격도 아직 캘리포니아의 1/3 수준이다.

텍사스는 미국의 중앙에 위치한다. 중앙일 뿐 아니라 남쪽이어서 해안이 있다. 동쪽으로 대서양, 약간 아래로 내려오면 파나마운하로 태평양을 향할 수 있다. 항공운송에서도 미국, 캐나다, 중남미 모두를 통틀어 가장 중심부에 있다. 댈러스공항은 아메리칸에어라인의 홈이고 애틀란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바쁜 공항이다.

텍사스의 산업을 이끄는 분야는 예나 지금이나 에너지다. 미국산 원유의 43%, 천연가스의 25%를 텍사스가 커버한다. 영화 ‘빅 컨츄리’(1963)의 텍사스 카우보이가 상징하듯이 텍사스는 농업과 목축업 지역이었는데 1901년 동부에서 당시 세계 최대의 유전이 발견되었다. 텍사스는 물론이고 미국 전체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 그 후 약 20년 동안 주 전역에서 더 큰 규모의 유전들이 발견되었다. 2차대전 때 미국이 전쟁에 소요된 에너지의 6/7을 공급했고 텍사스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 1950년대에 들면서 국내 공급이 부족해 중동 석유가 들어오기 시작할 때까지 텍사스는 성장했다.

1970년대에 미국 경제가 필요한 에너지의 80% 이상이 수입되면서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취약해졌다. OPEC이 탄생해 미국에 석유 수출을 보이콧하자 미국 내 유가가 400% 폭등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동 정책을 바꾼 이유다. 닉슨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독립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1979년 이란혁명으로 미국은 더 어렵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텍사스는 유가 상승의 반사이익을 얻어 더 성장했다.

1980년대에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불균형 경제의 텍사스는 타격을 입었다. 100층짜리 빌딩도 취소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 말 텍사스 북부에서 셰일가스가 처음 채굴되고 텍사스 전역에서 막대한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역사가 다시 달라졌다. 텍사스의 유전, 가스전들은 사우디나 러시아와 달리 노동력과 인프라가 없는 사막이나 동토가 아닌 온난한 인구 밀집 지역, 바다 인근에 위치한다. 중동 오일은 호르 무즈해협과 수에즈운하가 필요하고 러시아는 육상 운송으로 막대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미국에게 쿠바가 문제였지만 더는 아니다.

미국은 2015년에 다시 석유수출국이 되었고 무역적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전력, 가스 생산비용과 화학제품 원가도 하락했다.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던 미국 기업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미국산 공산품의 가격경쟁력도 회복되었다. 미국인 대다수가 미국이 중동에서 손을 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미국에서는 대평원인 중부지역이 바람이 가장 많다. 텍사스는 그 남부에 속한다. 친환경에너지 강자다.

150개의 풍력발전시설이 가동한다. 3만 메가와트 캐파다. 일조량이 가장 많은 남서부에 속해있어 태양광 발전에도 유리하다. 텍사스의 전력은 1/3이 친환경에너지에서 나온다. 사실 바람이 심하고 햇빛이 따가운 기후환경은 과거에는 산업에 불리했다. 텍사스 하면 황량한 사막 이미지도 떠오르는데 해양성 기후 지역이고 사막은 전체 면적의 10%도 안된다.

첨단산업의 발달로 과거의 불균형 경제에서도 벗어났다. 의료와 바이오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휴스턴 소재 텍사스의대 앤더슨 암센터는 세계 최고, 최대의 암센터다. 초대형 바이오 클러스터가 휴스턴시 남부 지역에 자리 잡고 약 60개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서 10만명이 넘는 의료인력이 일한다. 매년 천만 명 이상을 진료하고 25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휴스턴에는 NASA 관제센터가 있다.

텍사스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 멕시코 영토였다. 멕시코는 오늘날 미국 중서부의 절반을 차지했었다. 1836년에 미국인들이 독립을 선언하자 멕시코가 정벌에 나섰다. 여기서 그 유명한 알라모 전투 신화가 탄생한다. 3천 명의 멕시코군을 186명이 13일간 저지했다. 전멸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텍사스 독립운동을 지원해 텍사스는 결국 독립했고 1845년에 미연방에 가입했다. 그런데 텍사스는 단순히 미국의 한 주가 되기는 싫어서 별 하나를 크게 넣은 깃발을 채택했다. 그 론스타가 텍사스의 별명이다.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미합중국보다 텍사스 주 정체성을 더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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