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26일 07: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 일본에 관심 많으시구나. 저도 매일 아침 일본어 공부합니다. 적어도 니혼게이자이(일본 대표 경제지) 신문은 편하게 읽을 정도로 만들 생각이에요. 먼저 저성장 시대를 겪은 일본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거든요."최근 모 지주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는 자리에 교텐 토요오 전 일본 CFO협회 이사장과 타하라 오키시 전 일본 CFO협회 이사가 공동 집필한 'CFO, 기업 재창조를 위한 리더십'을 들고 나갔다. 이야기 소재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가 책 제목을 받아 적어갈 정도로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CFO, 기업 재창조를 위한 리더십'은 일본에서 2002년 출간됐다. 한때 세계 경제의 15%를 차지하던 일본 경제가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어 이미 장기 불황 국면에 진입한 때다. 기업들은 개혁을 요구받고 있었고 전직 대장성 관료(교텐 토요오)와 전직 기업인(타하라 오키시)은 개혁의 기수로 CFO를 호명했다.
왜 CFO였을까. 두 저자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준 사건으로 장기신용은행과 채권신용은행 등의 파산을 꼽았다. 은행들은 더 이상 기업들이 의지할 만한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려웠고 기업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직접금융 시대로의 전환에 대비해야 했다.
직접금융을 잘하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성장과 확장하는 모습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야 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신용평가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재무담당자가 장부 관리나 세금계산, 경영진 의사결정 보조 등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요즘 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무담당자의 진화, 즉 CFO가 필요했다.
지금의 한국은 그때의 일본과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에 따른 생산성 저하, 낮은 경제성장률이 그렇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공개 석상에서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에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파산한 건 아니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선택지에 은행이 늘 1순위는 아니다.
그럼 한국도 30년 불황을 겪을까.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일본 기업과 CFO들은 두 저자의 호명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황의 시대를 돌파하기보다 지나갈 때까지 버티는 데 집중했다. 저성장 시대 '경영의 신'으로 떠오른 고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회계경영'도 비용 절감이 골자다. 그는 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에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과 CFO들은 다른 모습이다. 많은 기업이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자와 소통하며 자금을 조달한다. 과거 한국은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기 위해 일본을 공부했으나 지금은 일본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일본을 공부한다. 그 최전선에는 매일 아침 일본어 학습지를 푸는 CFO와 같은 이들이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