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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채우는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국내외 '뚝심 투자' 재조명②4400억원 조달 성공...'증설→신규 수주' 선순환 가능성에 업계 주목

이호준 기자공개 2023-07-05 07:28:45

[편집자주]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투자 기관들의 눈은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하는지도 모른다. 취향과 목적은 달라도 결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고 사업 전망이 밝은 회사로 말이다. 그리고 오늘날엔 에코프로그룹이 바로 그런 곳처럼 보인다. 내로라하는 투자사들이 뭉칫돈을 든 채 줄을 서고 있고 주식 시장에서의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오너 리스크, 고밸류 논란 등 각종 잡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이 돈을 계속해서 모으는 건 또 왜일까. 공격적인 투자·조달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에코프로의 속사정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수년간 양극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설비 확충과 관련한 투자를 여럿 단행했다. 다만 오창과 포항, 헝가리, 퀘벡 등 다양한 거점에 걸친 투자는 일각에서 자금 소요를 급격히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외부 자금 조달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며 각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려 애지중지 준비해 온 거점 투자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8년 양극재 72만 생산...뒤 없는 듯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에코프로비엠은 이차전지의 필수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를 생산한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가장 많은 양극재 생산능력(CAPA)를 자랑한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만 약 18만톤(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2028년엔 72만t까지도 늘어날 계획이다.

국내외 '거점 투자' 전략의 결과다. 캐파 확대를 위해 설립 4년 만에 삼성SDI와의 국내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이듬해엔 해외 사업 추진 전문기업 에코프로글로벌도 세웠다. 생산 기반을 투트랙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졌단 평가가 나왔다.

다만 우려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에코프로비엠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보유 현금성자산을 뛰어넘는 자본적지출(CAPEX)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은 2020년을 제외하면 모두 음수 상태였다.

연결 기준, 단위: 백만원

올해 초 포항에 새로 짓기로 한 CAM8, CAM9 공장 역시 여윳돈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4732억원을 태우기로 한 곳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와 올 초 이미 헝가리 데브레첸과 캐나다 퀘벡에서 양극재 공장 건설을 위해 4700억원, 1562억원 투자를 공언했다.

전기차 시장의 밝은 성장성에 기대어 투자비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올 1분기만 해도 벌써 1230억원이 CAPEX로 나갔다. 이는 작년 1분기 보다 두 배 더 많은 숫자다. FCF는 분기 최대폭인 마이너스(-) 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4400억원 조달 성공...선순환 가능할까

다만 이차전지 업계에서는 최근 에코프로비엠에 조달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특히 이번 조달 과정에서 유독 탄탄한 생산량이 부각되었던 만큼 향후 시장 성숙기에서 국내외 거점의 존재감과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국내 사모펀드(PEF)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4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중 3000억원은 헝가리, 캐나다 지역 내 양극재 공장 시설투자 자금, 1400억원은 원재료 구입대금 등 운영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연초 대비 세 배가량 높아졌음에도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밸류에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다양한 거점을 통해 수주 기회를 선점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다트

실제 조달 금액의 큰 용처인 헝가리 양극재 공장은 한국 기업 최초의 유럽 진출 장소다. 유럽 내 대표 셀 제조사·완성차 회사들이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규모 수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및 북미 거점 역시 마찬가지다. 각 공장은 모두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 시점 역시 타 경쟁사 대비 가장 빠르다. 조달 훈풍으로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탄탄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한 추가 성장의 기회가 열리게 됐단 분석이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2019년까지 에코프로는 경쟁사인 엘앤에프에 양극재 생산능력이 크게 뒤쳐지기도 했었다"라며 "다만 무리하다시피 짓거나 짓기로 한 생산 거점이 오늘날엔 '증설→신규 수주' 등으로 선순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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