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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체계 도입 외쳤는데' LH, 시공책임형 CM 끊기나 2017년 첫 적용 이래 6년간 56건, 검단신도시 사고 악재 '상반기 0건'

신민규 기자공개 2023-07-11 07:56:52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진국형 발주방식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유형이 도입 7년여만에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같은 발주 방식을 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개발과정에서 사고가 난 이후 건설사들의 관심이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다.

1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상반기 건축부문에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 유형으로 선정된 시공사는 한곳도 없었다. 의왕초평 A-4블록이 4월에 발주 됐지만 유찰된 탓이다. 하반기에는 구리갈매역세권 A-1블록(9월), 충북혁신 B-9블록(11월), 구미도시재생혁신지구 B-2블록(하반기 중) 세 곳 정도가 발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 6년간 발주현황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LH는 2017년 '시공책임형 CM'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도입 원년에 3건의 실적을 올린 이후 이듬해에는 8건의 성과를 냈다. 2019년부터 3년간 모두 10건 이상의 발주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9건 정도를 달성했다. 건축부문에선 4건을 발주했다.


'시공책임형 CM'이란 시공사를 설계단계부터 참여시켜 건축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약정 공사비 내에서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시공사의 노하우를 반영하고 발주자·건설사·설계사간 협업을 통해 전체 공사의 완성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사업기간 단축 및 공사비 절감, 분야별 품질확보를 노렸다.

기존 입찰방식은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탓에 잦은 설계 변경이 초래됐고 공사비 초과로 이어졌다. 공기 지연을 비롯한 각종 분쟁 탓에 후진적인 도급방식으로 지적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선진국형 발주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LH가 2017년에 해당 유형 도입에 나섰다. 올해 조경분야에서 처음으로 '시공책임형 CM' 발주를 계획하기도 했다.

GS건설도 LH의 발주가 정점에 달했던 2020년 관련 시공을 따냈다. '인천검단 공구 AA13-1BL 5공구, AA13-2BL 6공구, 인천신문 아파트 건설공사'의 '시공책임형 CM' 입찰에 2988억5700만원을 투찰했다. 추정사업비가 2988억5747만4000원으로 제시됐던 공사였다. 추정사업비에는 추정공사비와 사업관리비가 포함돼 있었다.

순항하던 사업유형은 올해들어 암초를 만났다. GS건설이 수주했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과정에서 사고가 난 이후 발주처인 LH의 부담도 커졌다. 발주물량에 대한 관심이 싸늘하게 식은 탓에 일정이 대부분 순연됐다.

다만, LH 관계자는 "시공책임형 CM 상반기 발주가 순연(또는 유찰)된 것은 지자체 협의 등 각 프로젝트별 여건에 따른 것으로 검단 사고와는 무관하며, 사고 이후에도 건설사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LH는 사고수습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방안을 수용하고 박철흥 부사장을 책임자로 맡겼다. 지원 TF를 신설해 GS건설과 협의하고 있다.

이한준 사장이 앞서 6일 홈페이지에 직접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 사장은 "(국토교통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포함한 사고수습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건설 사업관리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인 개선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모든 건설현장에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당분간 해당유형의 발주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에선 '시공책임형 CM'이 참여사간 책임의식 결여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건설 발주처가 '갑'인 상황에서 설계단계에서 시공사나 설계사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협업의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주처 입김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발주 물량이 줄어들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견사들이 타격을 입을 여지도 있다. 대보건설 등 일부 건설사는 '시공책임형 CM' 발주와 같은 기술형 입찰에서 두각을 나타낸바 있다.

LH는 사고와 무관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공급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위례신도시 복정역세권 토지 3필지를 민간사업자 공모방식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총 면적 22만㎡ 안팎에 3조2500억원을 공급예정가격으로 정했다.

LH 관계자는 “설계개선사항 제안자이자 향후 책임시공자인 시공사는 필연적으로 설계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공책임형 CM 방식의 참여주체 간 명확한 책임범위를 설정토록 기준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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