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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부실 점검]정치와 지역 '줄타기'…박차훈 회장의 역할과 한계③1990년대 이후 중앙회장-이사장 권력 교체…비상근으로 전환 후 불균형 심화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19 08:03:21

[편집자주]

새마을금고가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하면서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부동산 부실은 모든 금융사에 공통적으로 닥친 문제다. 하지만 유독 새마을금고에서만 부실이 빠르게, 강도높게 나타났다.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 지역조합에 대한 장악력 부재, 느슨한 규제 감독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더벨은 새마을금고의 부실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 지배구조의 핵심 두 축은 중앙회장과 현직 지역 이사장으로 구성된 대의원이다. 창립 초기 재건국민운동이라는 정부 주도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만큼 정부에서 낙하산으로 낙점된 중앙회장의 권한이 컸다. 1995년 이후 민간 출신 중앙회장이 들어서면서 지역 이사장 중심의 대의원체제가 확립됐고 중앙회장과 대의원의 권력이 균형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법 개정으로 중앙회장의 권한은 대의원에게 넘어갔다. 중앙회장은 전반의 권한 행사보다는 중앙회 핵심 인사권에 집중했다. 이 같은 새마을금고 내 권력 교체 현상은 박차훈 현 중앙회장(사진)의 당선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박 회장은 현직 이사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사장 연임 등 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역금고의 영향력을 더 키워준 조치다.

새마을금고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조직인 만큼 정치권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롭기 힘들다. 박차훈 회장을 비롯해 역대 중앙회장들은 정치권과 직접 혹은 간접적인 관계를 가져왔다. 정치권과 관계는 양날의 칼이다. 든든한 뒷배가 될 수도 있지만 지역 기반에 휘둘려 지역금고의 관리감독 기능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부실 이슈도 이같은 권력 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 박차훈, 금융당국 '쓴소리' 전국구 인사로 발돋움

박차훈 중앙회장이 새마을금고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이다. 같은 해 박 회장은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가 새마을금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정치계 진입 목적이 한몫했다. 당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농협과 신협을 포함해 지역 내 핵심 자금줄이었다. 지역금고 이사장은 지역 핵심 인물로 정계 진출 기회가 많았다. 14대 중앙회장을 역임한 김헌백 전 중앙회장과 직전 회장을 지낸 신종백 전 중앙회장도 정계 진출한 이력이 있다.

박 회장 역시 새마을금고와 관계를 맺기 전 바르게살기운동 울산 동구 전하1동 위원장을 맡았다. 바르게살기운동은 1989년 노태우 정부 시기 출범한 단체다.
이 단체는 새마을운동중앙회·한국자유총연맹과 함께 3대 메이저 관변단체로 손꼽힌다. 이후 그는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울산동구지구당 조직부장을 맡기도 했다.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취임한 지 6개월 이후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그는 울산 동구의회 초대 운영위원장(1997~1998년)과 울산 동구의회 2대 부의장(1998~2000년) 등 정계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새마을금고에서도 업적을 남겼다. 그는 동울산새마을금고 자본을 취임 당시 146억원에서 2017년 4600억 원으로 30배가량 확충해 전국 1위 금고에 올려놓는 등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새마을금고연합회(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울산경남지부 12~14대 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 2013년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를 역임했다.

울산경남지부 회장과 중앙회 이사를 역임하는 기간 동안 일약 중앙회 핵심 인물로 부상하게 된 사건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였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예금 인출사태의) 다음 단계로 우리가 시장안정을 위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라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틀 새 전국 새마을금고 예금 1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박 회장은 국회 행안위 간사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안효대 의원과 함께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안 전 의원의 출신 지역구는 박 회장 구의회 의장을 지낸 울산 동구였다. 결국 금융위는 김 위원장의 발언 이틀 뒤 "특정권역을 지목해 점검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금고 한 관계자는 "당시 적극적으로 금융위에 대응하며 새마을금고 지키기에 앞장선 것이 지역 구의회 출신 이사장이던 박 회장을 전국 새마을금고의 핵심인물로 부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당시 여당의 행안위 간사인 안효대 의원과의 친분도 그가 새마을금고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 17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 회장은 현직 이사장 표심잡기에 집중했다. 그가 내세운 공약은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다. 이 공약은 현행 3연임까지 허용하고 있는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상근 이사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할 경우 연임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취임 후 전국 이사장들에게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설문 조사 결과 71.8%(822개 금고 찬성)의 이사장이 관련 법 개정을 찬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행안위 내 여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과도한 이사장 권한 강화라 는 반발에 현재까지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그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데는 4년 전 아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2014년 16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현직이던 신종백 전 회장에 밀려 낙선했다. 당시 신 전 회장은 4년간 성공적으로 새마을금고를 이끌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쌓였던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누적 결손을 털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신 전 회장은 무엇보다 금고 친화적인 정책으로 대의원의 표를 받을 수 있었다. 신 회장은 1999년 이후 12년 만에 1500여 회원금고를 대상으로 약 300억원 정도의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신 회장은 당선 시 4% 이상의 지역 금고 배당도 약속했다.

◇ 무너진 중앙회장-이사장 견제 균형

박 회장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라는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던 데는 그만큼 지역 이사장의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새마을금고 내에서 지역 이사장의 권한이 막강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 사업으로 출범한 새마을금고 초기 새마을금고의 막강한 권한을 보유했던 것은 정부 낙하산으로 내려온 중앙회장이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민선 중앙회장 시대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중앙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회장 권한을 축소했다. 대신 지역 이사장과 대의원의 권한은 커졌다.

민선 중앙회장 시대 이후 새마을금고는 1996년부터 대의원제도를 새롭게 구성했다. 대의원은 전국 현직 지역금고 이사장 중 선출된 350여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중앙회장 투표권이 부여됐다.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 견제를 위해 현직 이사장으로 구성된 대의원을 활용한 셈이다.

이후 2005년에는 지역 이사장에게 연봉을 지급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이사장의 연봉을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이사장의 별도 지원금으로 차량유지비와 업무추진비를 포함했다.

이전까지 이사장은 보수를 받지 않는 사실상 명예직이었다. 하지만 2005년 당시 정부가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이사장의 연임을 한차례로 제한하자 이사장들이 반발하면서 절충안으로 연봉 지급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한 번만 가능했던 이사장 연임도 2010년 개정안에 두 차례로 연장됐다.

이사장의 권한 강화와 대조적으로 중앙회장의 권한은 대폭 축소됐다. 대표적인 중앙회장 권한 축소는 비상근(명예직) 전환이다. 국회와 행안부는 지난 2014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중앙회장이 갖던 권한을 전문성을 갖춘 신용공제 대표와 지도감독이사, 전무이사 등 3명의 상근이사에게 분산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2018년 취임한 박 회장부터 적용됐다.

다만 중앙회 내부에서 중앙회장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중앙회장은 3명의 상근 이사를 공모가 아닌 회장 추천으로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회장이 간접적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1990년 초까지 과거 정부 주도로 새마을금고가 운영되던 시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앙회장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의원제도가 각광을 받았다"며 "이후 대의원과 지역 이사장의 권한은 확대된 반면 중앙회장의 권한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새마을금고 내에서 중앙회장은 중앙회 내 자금운용에 집중하면서 지역 금고의 감사·감독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현재 중앙회가 지역금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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