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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홍콩빌딩 펀드' 발빠른 보상 배경엔 'VVIP' 불특정다수 라임 투자자와 달리 '큰손 고객'…자산관리 근간 흔들릴 우려 감안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02 08:07:1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한 '홍콩빌딩 펀드' 투자자 손실 보상을 공식화했다. 손실 우려가 확산되고 보상 의결, 펀드 자산 상각, 충당금 적립이 이뤄지기 까지 한달 남짓이 소요됐다. 라임펀드 사태가 불거진 뒤 보상안 수립까지 1년여가 소요된 것과 대비된다.

우리은행은 홍콩빌딩 펀드 투자자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하는 초고액자산가라는 점을 고려했다. 라임 펀드가 불특정다수에게 판매된 것과 달리 홍콩빌딩 펀드 투자자는 대부분 PB 서비스 근간을 이루는 '큰 손' 고객인 것으로 전해진다. 너무 쉽게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는 지적을 받더라도 핵심 고객을 지키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보상 의결 후 운용사에 '상각 처리' 타진

우리금융은 최근 '2023년 상반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지난 2분기 540억원 규모로 기타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이 충당금은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 판매 금액 765억원의 약 70%에 해당한다.

이 펀드는 2019년 6월 홍콩 소재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약 300억원을 투입하며 투자를 주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이 기관투자가 자금을 펀드에 모아 운용했고, 우리은행 고객자산가는 시몬느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

해외 투자자가 선순위로 투자하고 국내 투자자는 중순위로 빌딩 투자금을 대출해주는 구조였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 여파로 홍콩 오피스 공실이 대거 발생하자 빌딩 가격이 급락했다. 선순위 투자자가 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저가에 빌딩을 매각했고 중순위인 국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손실이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자율조정을 결정했다. 손실 여부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보상을 못박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자율조정 의결 후 홍콩 부동산 자산 가치 평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멀티에셋자산운용에 상각 처리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이 펀드 자산을 상각해야 우리은행과 시몬느자산운용도 손실 규모를 확정하고 보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지난 19일 펀드 자산의 90%를 상각하기로 하면서 우리은행은 보상안을 확정할 수 있었다.


◇자발적 손실 인정 이례적…불완전판매 아니었다는 지적도

금융상품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빠른 상각을 촉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 회수 가능한 금액을 명확히하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보통이다.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판매사가 배상 규모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이번 홍콩빌딩 부동산 펀드 판매가 보상 근거인 불완전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라임펀드 사태나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경우 고객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구조여서 불완전판매로 인정됐다. 하지만 부동산 빌딩에 중순위로 투자하는 상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소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여러 불안 요소를 차치하고 서둘러 보상을 결정한 건 초고액자산가 고객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우리은행 PB센터를 이용하는 소수의 우량 고객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빠른 보상이 높은 비율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과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고객 기반이 탄탄하지 않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에 비해 자산관리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PB 비즈니스에 오래 공을 들였고 KB국민은행은 전통적인 리테일(소매금융) 강자다. 얇은 고객 기반이 더 부실해지면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사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 이번 손실 보상이 다소 급하게 결정됐다는 여론이 있고 불완전판매가 아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이라며 "라임펀드와 DLF 손실로 평판에 금이 간 적이 있다보니 이번에 고액자산가 고객에게 큰 규모의 손실을 안기면 재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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