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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발 철근 누락 파장]변별력 떨어졌던 종심제, '인재' 불렀다30회 넘는 개정에도 부실 솎아내기 실패, 시공오류 단지 4곳

전기룡 기자공개 2023-08-10 09:04:23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긴급 안전점검 결과 시공역량이 부족해 철근이 누락됐던 단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해 낙찰자를 선정해왔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졌던 셈이다.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찮게 번지고 있다. 더벨은 LH를 비롯해 주요 개발공사의 시공사 선정 과정을 재조명해보고 각 과정의 변별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0: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LH 주도로 긴급안전점검을 시행한 결과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보강철근이 부족했던 단지가 네 곳에 달했기 때문이다.

종합심사낙찰제란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인 공공공사를 대상으로 공사수행 능력과 기술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낙찰자를 가려내는 제도다. 2009년 처음 시행돼 30번 넘게 부칙 개정이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시공사의 기술적 역량을 가려낼 만한 변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성금석 A2' 철근 누락 101개소…시공오류 원인

LH의 '철근 누락 공공주택단지 현황 및 조치계획'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단지는 총 15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시공오류가 원인인 단지는 4곳이다. 에이스건설(시공능력평가 71위)을 비롯해 이수건설(80위), 양우종합건설(129위), 남영건설(545위) 등이 시공오류를 범한 건설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수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사 지위를 따낸 '음성금석 A2'에서는 무량판 부분 기둥 123개소 가운데 101개소가 시공오류로 누락됐다. 시공오류가 주된 원인인 사업장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이수건설은 오는 9월 30일까지 60억원을 들여 슬래브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에이스건설이 시공을 맡은 '양산사송 A-2BL'는 7개소가 누락돼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양우종합건설이 흥진건설, 보성테크와 함께 참여한 '아산탕정 2-A14'와 남영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공주월송 A4'에서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시공오류가 철근 누락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선정절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공공주택과 같이 추정가격 또는 추정공사비가 300억원 이상인 공사는 종심제를 통해 낙찰자를 선별한다. 2009년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부칙 개정이 37번 이뤄졌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찰자를 가려내겠다는 취지 하에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시공경험평가(40점 또는 45점) △기술능력평가(38점) △시공평가결과(12점) △지역업체·중소기업 참여도평가(5점) △안전관리능력평가(5점) △신인도평가(감점 10점~가점 5점) 등 평가항목도 세부적으로 구성돼 있다.

◇'기준 미비' 기술능력평가, 배점 악용 가능성도

문제는 시공경험평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기술능력평가의 변별력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38점 중 기술자 수에 배정된 점수는 12점이다. 특급 기술자의 경우 5인 이상일 경우, 초·중·고급 기술자의 경우 26인 이상일 경우 각각 만점인 7점, 5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보유 기술자 26인이라는 조건은 시공능력평가 400위권 안팎이면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기준이다. 특급 기술자도 4인 이상이 B등급(6점), 3인 이상이 C등급(5점), 2인 이상이 D등급(4점)을 받는 구조라 단순히 숫자로만 따질 경우 건설사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부문 기술개발 투자비율도 기술능력평가의 주요 잣대이지만 A등급과 D등급의 배점 차이는 2점에 불과하다. '업체별 기술개발투자비율/업계 평균 기술개발투자비율'을 통해 산정되는데 A등급은 150% 이상, D등급은 10% 미만이라 해당 지표로 기술력을 비교·분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설능력평가액을 결정하는 마지막 지표인 시공경험(10점)도 마찬가지다. LH가 시행한 건축시설분야의 연도별 시공평가결과가 주된 잣대로 활용되는 지표로 3년간의 산술평균 점수에 따라 A(10점)~F등급(2.5점)까지 점수를 배정한다. 등급에 따라 1.5점씩 차이가 나는 만큼 어느정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3년간의 시공평가결과가 없을 경우 B등급(8.5점)을 배정받는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공사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설사지만 혹여 배점 기준을 악용해 수주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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