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이미지스, 제로금리 받고 풋옵션 조건 타협②80억 현금 무이자 조달, 투자자측 풋옵션 행사 시기 18개월로 요청
정유현 기자공개 2023-08-10 13:03:4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4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팹리스 업체 이미지스테크놀로지(이하 이미지스)가 상장 후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80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사업 구조상 외부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외형 확장을 통한 퀀텀점프를 도모하기 위해 실탄을 확보한 모습이다. 신사업의 성장성과 재무 상태 등이 고려되며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각각에 유리한 조건을 챙겨 발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이미지스는 최근 80억원 규모 1회차 CB 발행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회차 CB는 5년 만기에 1주당 3044원으로 정했다. 전환청구는 내년 8월 4일부터 개시된다.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262만8210주로 전체 발행 주식 총 수의 14.46%에 해당한다.

CB 발행 세부 조건을 살펴보면 발행사인 이미지스에 조금 더 유리한 조건으로 보인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쿠폰 금리는 0%로 발행이 되더라도 만기이자율로 1~3%는 제시해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최근 다시 CB 발행 시장이 쿠폰과 만기 모두 제로 금리로 책정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발행사 우위의 분위기 덕분에 이미지스는 80억원의 자금을 이자 없이 조달할 수 있었다.
주관사의 마케팅에 응해 CB 발행에 나선 이미지스는 80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이미지스는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 2010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유상증자를 제외하고는 금융권 차입도 거의 없었다. 부채가 없는 대신 창출되는 현금을 운영자금으로 투입해왔다. 내부에서 벌어서 쓰는 경영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번에 CB를 찍기로 한 것은 김정철 대표의 큰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장용 IC칩 사업 등 미래 먹거리 발굴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외부 수혈에 나선 것이다. 당초 이미지스는 CB를 통해 60억~70억원 수준의 조달을 계획했지만 논의를 통해 현재 규모인 80억원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회사들 대부분이 발행 규모를 최대치로 늘리려는 것과는 반대 행보를 보이며 투자자들도 제로 금리 등의 조건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자율이 없는 대신 투자자 측에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기간 단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지스의 풋옵션 개시 시기는 발행 후 18개월 이후로 정해졌다. 통상적으로 사업 성장성이 높거나 재무 구조가 안정된 기업이 CB를 발행할 때 풋옵션은 발행 후 24개월 이후로 정해지는 편이다. 상환 안정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발행 후 12개월 이후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
주가 상승 여력이 크고 투자 수요가 높을 경우에는 풋옵션 개시 시기가 더 늦춰지기도 한다. 최근 400억원 규모 1회차 CB를 찍은 협동로봇 기업 뉴로메카의 경우 풋옵션 개시 시기가 발행 후 30개월 이후로 설정됐다.
이미지스 CB 투자자들은 사업 성장성에 베팅을 하면서도 안정성을 다지기 위해 풋옵션 기간을 단축하는 카드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전환가액 리픽싱 조항도 넣었다. 리픽싱 주기도 투자자 측에 유리한 발행 후 7개월마다로 설정했다. 금리를 양보하고 적정 수준의 타협을 통해 발행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메자닌 투자 업계 관계자는 “적자가 나는 기업도 아니고 크게 적자날 이유도 없는 곳이기 때문에 향후 2~3년간 투자를 진행해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력이 오래됐고 지금까지 외부 자금 없이 회사가 유지됐다는 것 자체가 저력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어 적정선에서 발행 조건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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