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K-바이오, 빅파마 파트너십 비결은 '데이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MSD '리서치 데이' 개최, 성공 파트너십 모델 공유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09 13:25:1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협력(파트너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다. 후보물질 자체, 임상, 제조 시설에 대한 데이터일 수도 있고 개발 팀에 대한 데이터일 수도 있다. 데이터를 제외한 나머지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데이비드 웨인스톡 머크(MSD) 연구개발·항암 부문 부사장은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리서치 데이에서 파트너십의 핵심 고려사항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과학에 기반을 둔 신약개발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통해야만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행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간 교류를 강화하고 제약산업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 MSD가 공동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최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코지 야시로 MSD 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및 기술이전(BD&L) 한국·일본 지역 총괄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또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 상무,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 등이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파트너십 사례와 성공적인 파트너십 전략 등을 공유했다.
◇한미약품, '데이터' 기반해 다수 기술수출 체결
이날 전문가들은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 상무 역시 한미약품이 많은 기술수출을 이끌어낼 있던 배경으로 데이터를 꼽았다. R&D를 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발표하기 위해 국내외 학회에 참여한 게 자연스럽게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만 매년 20건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글로벌 학회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학회에서 비즈니스 담당자, 연구자 등을 만나면서 의도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부터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등 다수 빅파마에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제약사다. 2015년 한 해에 기술수출한 계약 규모만 8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일부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를 반환받으며 부침을 겪었다.
다만 권리를 돌려받은 후보물질을 적응증을 바꿔 다시 기술수출하거나 자체적으로 개발을 이어가며 반전을 모색 중이다. 2019년 얀센으로부터 권리가 반환된 비만·당뇨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이듬해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바꿔 MSD에 다시 기술수출한 게 대표적이다. 탄탄한 데이터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최 상무는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면 데이터의 완전성과 이에 기반한 명확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asset)이 어떤 미충족 수요(언멧니즈)를 충족하는지, 제품이 어떤 위치에 놓였는지를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이 많이 놓치는 부분인데 데이터 완전성(integrity)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트너 선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최 상무는 "우수한 제품이라도 파트너사 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계약이 반환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어떤 파트너사를 선택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단 걸 느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 처해도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사이언스"라고 했다.
특히 MSD를 파트너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자사의 데이터와 제품에 이해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파너트십으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 임상을 지속하기 위해선 데이터를 잘 이해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MSD는 사이언스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었고 자사의 데이터나 제품 자체에 대해 매료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제로 지금도 과학에 기반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고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걸 여전히 실감 중"이라고 덧붙였다.
◇빨라진 신약 기술이전 "단계별 다른 전략 필요"
김 사장은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 트렌드 변화를 소개했다. 유한양행은 바이오텍부터 빅파마까지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친 제약사로 유명하다. 투자한 포트폴리오만 50여곳에 달한다.
바이오텍에서 도입한 후보물질을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뒤 상업화까지 이뤄낸 경험도 보유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그 주인공이다. 2015년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후보물질을 개발해 얀센에 수출, 국산 신약 31호로 허가받았다. 최근엔 1차 치료제로도 품목허가를 받고 급여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초기 후보물질을 잘 탐색하고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난 게 자사의 장점"이라면서도 "그러나 절대 모든 분야가 최고일 순 없기 때문에 부족한 지점을 파악한 뒤 외부의 도움을 받아 최종적으로 신약 개발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술수출 시기가 앞당겨지는 게 글로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과거엔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진입하는 시점에서 기술수출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 초기 단계에서 계약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술수출 시 단계별로 다른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기술이전 트렌드가 좀 더 얼리 스테이지(이른 단계)로 옮겨가는 추세인 만큼 처음 리서치 단계에서부터 같이 아이디어를 논의하거나 물질 탐색이나 전임상 단계에서 계속해서 협력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나아가 기술수출 프로젝트에만 특화한 회사를 세우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사장은 "벤처캐피탈(VC), 한국 제약사, 빅파마가 함께 프로젝트집중회사(PFC)를 만들어 초기 연구를 시작하고 임상을 진행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전략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VC들의 수요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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