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 시장이 수년간 침체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들도 해외 바이오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국내 바이오 시장의 잠재력을 눈여겨 보는 해외 투자자가 있다.

한국 모태펀드가 해외 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을 통해 위탁운용사(GP)로 선정한 쿠르마파트너스(Kurma Partners)가 그 중 한 곳이다. 한국 바이오 시장에 마수걸이 투자를 앞둔 가운데 쿠르마파트너스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쿠르마파트너스는 프랑에 위치한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 VC이다.

◇"한국 바이오 글로벌 진출 기회 마련"

다니엘 파레라(Daniel Parera) 쿠르마파트너스 파트너는 서울 용산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최근 더벨과 만나 "한국의 제약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쿠르마파트너스는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바이오 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니엘 파레라는 쿠르마그로스오퍼튜니티펀드(Kurma Growth Opportunities Fund, KGOF)를 운용하는 투자자이자 쿠르마파트너스의 파트너다. 창업 경험을 갖고 있으며 노바티스에서도 12년 동안 근무했다. 스위스의 제약, 미국 캘리포니아의 진단, 독일의 산도즈 등 3개 부서(division)에서 라이선스 계약 및 대규모 인수, 글로벌 임상 시험, 전 세계 등록 및 상업 출시를 담당했다. 앞서 그는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 Inc.)에서 근무했다. 미국, 독일, 스위스 의사 면허도 갖고 있다.

노바티스(Novartis)에 근무할 당시부터 삼성, 현대차, LG 등의 국내 대기업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한국 바이오 산업에 오랜기간 관심을 가져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운용자산(AUM) 7억유로(약 1조16억) 규모의 쿠르마파트너스는 올해 한국 모태펀드 해외 VC 글로벌 펀드 출자사업 유럽 분야 GP로 선정됐다. 모태펀드로부터 출자받는 자금 720만유로(약 104억원)를 기존 펀드인 쿠르마그로스오퍼튜니티펀드(Kurma Growth Opportunities Fund, KGOF)에 매칭 자금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모태펀드 출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쿠르마파트너스는 모태펀드의 출자금이 집행되는 대로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라운드 관점에서 보면 중후기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쿠르마파트너스는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니엘 파레라 파트너는 "IT, 반도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바이오 시장에서는 당장 주목할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빠른 시간 내에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 역시 잠재력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 꼽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통상 병원에서 임상실험이 많이 일어나는데 한국에는 좋은 병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바이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FI 역할 넘어설 것…한국, 글로벌 바이오 허브 가능성 있다"

KGOF의 공동 운용역인 장 프랑수아(Jean-François) 파트너는 "성장하고 있는 AI가 접목되면서 바이오 산업이 또 한번 성장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한국 AI 산업이 바이오 산업과 융합되고 글로벌 진출 전략과 트렌드를 유입시킨다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쿠르마파트너스는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를 한국 기업들과 연결시킬 수 있다"며 "한국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고 우리는 한국에 베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장 프랑수아 쿠르마파트너스 파트너는 다니엘 파레라 파트너와 함께 KGOF를 공동 운용한다. 그는 파리 국립고등광업학교(Ecole des Mines de Paris)를 졸업하고 나스닥 상장사 젠셋(Genset), 유로넥스트(Euronext) 등의 기업에서 근무했다. 이후 BNP파리바의 VC 계열사인 바넥시벤처스(Banexi Ventures)에서 라이프 사이언스 섹터에 주로 투자했다. 또 파리에 본사를 둔 프라이빗 에쿼티(PE)에서 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그로쓰 투자자로서 경험도 갖고 있다.

쿠르마파트너스는 국내에서도 자금 모집도 추진할 계획이다. KGOF는 추가 자금을 꾸준히 모집할 수 있는 펀드다. 국내에서도 200억~300억원의 자금 모집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주요 LP와 대기업들과의 미팅 자리도 다수 가졌다. 특히 한국벤처투자 출자사업에서 GP로 선정된 게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니엘 파레라 파트너는 "한국벤처투자 출자가 KGOF의 자금모집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서 한국 LP들과 꾸준히 얘기를 해왔는데, 한국 출자사업 GP로 선정된 게 우리에게 더욱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LP 입장에서도 유럽을 비롯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르마파트너스는 한국에 투자하는 역외펀드지만 재무적투자자(FI) 역할만 할 계획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마지 제리파파(Maziar Zarrehparvar) 한국-글로벌 투자자문은 "쿠르마파트너스는 단순히 재무적투자자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며 "바이오 스페셜리스트로서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에 편입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 허브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한국이 바이오 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쿠르마파트너스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오 허브를 만들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 제리파파 투자자문은 연쇄 창업자다. UCLA, 에딘버러대학교에서 딥 사이언스(deep science) 분야의 스핀오프를 통해 창업했다. 이를 통해 암 검출, 대사 질환 및 감염 관리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버클리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옥스퍼드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모건스탠리 재무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