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니컬 리포트]에스티큐브의 '넬마스토바트', 병용으로 반응률 반전 이룰까파클리탁셀과 병용요법 1b/2상 추진…폐암 볼모지 도전
정새임 기자공개 2023-08-31 10:47:18
[편집자주]
혁신신약을 노리는 기대주, 즉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 품목허가를 너머 성공적인 상업화에 도달하기까진 임상 평가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 경쟁사 현황, 인허가 과정이 얽혀 있다. 각사가 내놓는 임상(Clinical) 자체 결과는 물론 비정형화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해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티큐브가 갖고 있는 대표 파이프라인 '넬마스토바트'가 첫 효능 시험대에 선다. 1상에서 단독요법으로 부분반응 1건에 불과했던 넬마스토바트가 파클리탁셀과 병용했을 때 반응률을 얼마나 높여 지속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한·미서 첫 병용임상 추진…부분관해 1건 뒤집을까
에스티큐브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넬마스토바트 1b/2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할 1b/2상은 총 13명의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넬마스토바트와 파클리탁셀을 병용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측정하는 연구다. 한국과 미국 총 7곳의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한다.
먼저 1b상에서는 12명 환자를 대상으로 넬마스토바트+파클리탁셀 요법 시 용량제한독성(DLT) 발생률을 측정한다. 앞서 1상에서 넬마스토바트를 단독 투여했을 때 모든 용량 단계에서 용량제한독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존 세포독성치료제인 파클리탁셀을 추가하는 만큼 다시 한 번 용량제한독성 여부를 측정하게 된다.
이어 118명을 대상으로 한 2상에서는 넬마스토바트와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효능을 시험한다. 1차평가지표는 객관적 반응률(ORR)0과 무진행생존율(PFS)이다. 파클리탁셀과 병용했을 때 환자들의 종양이 억제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질병이 진행하지 않고 얼마나 생존하는지 측정한다.
에스티큐브의 야심작 넬마스토바트가 본격적인 임상 시험대에 오른다. 앞서 여러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에서 넬마스토바트는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줬다. 넬마스토바트를 단독 투여했을 때 최고 용량에서도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전함을 입증했다.
일부 환자에서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됐다. 한 대장암 환자는 넬마스토바트 투여 후 부분반응(PR)을 보였고 10개월 이상 무진행생존이 이어졌다. 다른 소세포폐암 환자는 넬마스토바트를 맞은 뒤 종양이 일정 이상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은(SD) 상태로 5.5개월 이상의 무진행생존을 기록했다.
넬마스토바트 단독요법의 한계는 객관적 반응률(ORR)의 기준이 되는 완전관해(CR) 또는 부분관해(PR)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항암제의 반응은 종양 크기에 따라 크게 CR(종양의 증거가 사라짐), PR(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듦), PD(종양 크기가 20% 이상 늘어남), SD(CR이나 PR, PD에 해당하지 않고 병변이 안정적으로 유지됨)로 평가한다. 이 중 CR과 PR의 비율이 곧 반응률이 된다.
하지만 1상에서 넬마스토바트를 맞은 환자들은 대부분 8주 이내 병이 진행되거나(PD) 변화가 없었다(SD). CR을 보인 환자는 전무했고, PR을 보인 환자도 단 한 명이었다. 이 데이터로는 후속 임상에서 넬마스토바트가 좋은 반응률을 내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에스티큐브는 넬마스토바트와 궁합이 좋은 파클리탁셀을 병용해 충분히 반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티큐브 관계자는 "오가노이드로 실험해보니 파클리탁셀과 병용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아 넬마스토바트와 가장 높은 시너지를 냈다"며 "두 약제를 함께 쓰면 반응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이자 유일한 면역항암제 기전…"기존 약과 시너지"
넬마스토바트는 에스티큐브가 약 3년 전 확보한 면역항암제 신약 물질이다. 넬마스토바트가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른 점은 유일하게 'BTN1A1'이라는 새 면역관문 단백질을 타깃한다는 점이다.
에스티큐브에 따르면 회사는 세계 최초로 BTN1A1가 면역관문 단백질에 대한 잠재적 표적임을 확인한 후 여러 실험을 통해 다양한 종양에서 면역 관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PD-(L)1 계열이다. BTN1A1 억제 기전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곳은 에스티큐브가 유일하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가 넬마스토바트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에스티큐브는 약 10년 전부터 MD앤더슨암센터와 새로운 면역항암제 공동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1b/2상 임상 역시 예일암센터, 노스웨스턴대와 함께 MD앤더슨암센터가 임상기관으로 참여한다.
에스티큐브는 소세포폐암을 비롯한 여러 암종에서 BTN1A1이 PD-L1 보다 더 높게 발현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30% 정도에 불과한 PD-(L)1 기전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넬마스토바트가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항체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두경부암(84.5%), 방광암(75%), 유방암(63.2%) 등에서 BTN1A1이 높게 발현했다. PD-L1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난소암에서도 56.1%의 발현율을 보였다.
진행 중인 소세포폐암도 기존 면역항암제가 한계를 보인 암종이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효능 불충분으로 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소세포폐암은 세포독성 항암제가 비교적 효과를 잘 내는 반면 면역항암제 효과는 다소 떨어져 '신약 볼모지'로 꼽힌다.
현재 미국 표준 암치료 지침(NCCN) 가이드라인은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아스트라제네카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선호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모두 카보플라틴·시스플라틴 등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하는 방식이다.
에스티큐브는 새로운 기전인 넬마스토바트가 기존 면역항암제와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로 다른 면역항암제끼리의 병용요법은 최근 항암제 개발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한 개 약제로는 제한적인 반응률을 대폭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BMS의 옵디보(항PD-1)+옵두알라그(항LAG-3),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항PD-L1)+이뮤도(항CTLA-4) 등이 대표적이다.
에스티큐브가 "넬마스토바트의 경쟁상대는 없다"고 자신하는 배경이다. 넬마스토바트는 독보적 기전의 면역항암제인 만큼 기존 소세포폐암 표준치료에 쓰이는 티쎈트릭·임핀지와도 병용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에스티큐브는 관계자는 "임상 승인을 받으면 내년 말에서 내후년 초 사이 1b/2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임상 기관이 늘어난 만큼 환자 모집이 빨라지면 스케줄을 더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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