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국 금융 새 길을 묻다]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 메기 될 수 있을까[경쟁력 강화방안]⑥대출자산 시중은행 15% 수준…실효성 논란 불가피

이기욱 기자공개 2023-08-31 07:54:31

[편집자주]

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만에 100억달러, 12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한국 금융은 어디로 가는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지만 조금씩 새 길을 찾아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 및 연구소 협회의 브레인들을 찾아 한국 금융 산업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고 그들의 고민과 변화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9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재편된 '신국하우농'(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5대 은행 체제가 20년 넘게 국내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고착화돼 있는 현 체제에 '독과점'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금융 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케이·카카오·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이 대표적 사례다.

현 정부 역시 5대 은행 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구은행이 곧장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도를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은행업 경쟁 촉진이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긍정 반응이 나온다. 반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부정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은행 인가 신청…'불법계좌 개설' 등 변수 발생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2월말부터다. 당시 은행권은 이른바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했었다. 경쟁이 제한된 산업 특성을 기반으로 국내 은행들이 손쉽게 수익을 올린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TF'를 본격 가동했다. 2월말부터 4개월간 6개 과제 개선 방안을 연구했다. △은행권 경쟁 촉진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확대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 점검 △사회공헌 활성화 등 세부 주제로 연구가 진행됐다. 15차례 회의를 거친 결과 지난달 5일 세부 방안을 공개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이다. 금융 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은 발빠르게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당국에 전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0년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중은행의 시장 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역시 하루 뒤인 6일 대구 제1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금융시장 '메기'를 자처하며 대형 은행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같은 달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공동으로 '시중은행 전환TF팀'을 신설했다. 지주와 은행에서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천병규 DGB금융 전무와 이은미 대구은행 상무가 공동 의장을 맡았다.

대구은행은 애초 9월 중 인가 신청 완료를 목표로 했다. 자본금, 대주주 적격성 등 심사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된 상태로 빠르면 오는 10월께 시중은행 전환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불법계좌 개설' 사태로 내부 통제 이슈가 발생해 예상보다 인가 신청이나 전환 시점이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편의' vs 과당 경쟁발 '시장 리스크' 확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고 있다. 시장 경쟁 촉진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반면 과당 경쟁으로 시장 전체의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가장 큰 기대효과로 거론되는 것은 소비자 편익 증대다. 시중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상품간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은행들의 예대마진도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고객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쟁 은행이 늘어나면 예금 금리를 높게 주고 대출금리는 내리려고 할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는 "금융위가 발표한 발전 방안들은 은행 서비스를 질적·양적으로 개선하고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은행권 경쟁을 통한 혁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회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연구소도 "신규 은행 인가를 통해 신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경쟁자의 증가는 소비자의 효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관련 질의에 응답한 13개 연구기관 중 위의 4곳을 제외한 9곳의 연구기관들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큰 성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전망이다. 오히려 과당 경쟁이 시장 전체 리스크를 확대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은행산업에 과점으로 인한 경쟁제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시장 내 플레이어가 늘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경쟁이 촉진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플레이어를 늘릴 경우 과거 IMF 외환위기 사태에서도 보았듯 경쟁력이 없는 플레이어의 부실로 인해 금융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 역시 "해외의 SVB사태에서 보듯 금융기관 수를 늘려 경쟁도를 높일 경우 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에 더 큰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까지 진입장벽을 낮추느냐' 문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측 관계자도 "고객을 뺏기기 싫으니까 은행들이 신용 위험도가 높은 기업이나 가계에도 낮은 이자를 주는 그런 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 시스템, 금융 산업의 잠재적 리스크가 올라가는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출·예금·순익 규모 차 '뚜렷'…"큰 영향 미치기 어려울 것"

대구은행과 시중은행간 규모 차이에서 오는 실효성 논란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경쟁 촉진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에 대구은행의 영향력이 시중은행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다.

6월말 기준 대구은행의 원화예수금 잔액은 47조7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5대 시중은행 중 원화예수금 잔액이 가장 작은 신한은행도 298조8543억원으로 6배 이상 많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가장 원화예수금이 많은 KB국민은행은 대구은행의 7배가 넘는 34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출금 역시 마찬가지다. 대구은행의 6월말 기준 원화대출금 잔액은 48조8872억원으로 KB국민은행(330조3000억원)의 14.8%에 불과하다. 5대 은행 중 가장 대출금이 작은 농협은행(270조4003억원)과 비교해도 18% 수준이다.

상반기 순익 역시 5대 시중은행은 모두 1조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2504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는데 그쳤다. 가장 순익 규모가 큰 하나은행(1조8390억원)은 대구은행의 7배가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대구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경쟁을 촉진하는 데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메기를 많이 키운다고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도권은 5대 시중은행이 과당 경쟁에서 영토를 지키려고 하고 있는데 연고가 없는 대구은행이 수도권에 와서 경쟁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중은행과의 자산, 자본 규모 격차가 너무 커 대세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지주 산하 연구소도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 신규 인가 적극 추진 등 일련의 정책들이 도입되더라도 현재 은행 경쟁구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낮다"며 "경기 둔화로 자산 성장이 둔화하고 연체가 증가하는 상황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새 플레이어가 은행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아 당분간 신규 진입 또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