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NH-신한, 더욱 더 '돈독해진' 파트너십신종자본증권으로 다진 협업관계…회사채 발행 때도 '단독주관' 지위 부여
손현지 기자공개 2023-09-07 07:45: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두 하우스의 자본시장에서의 파트너십이 굳건해지고 있다. 올들어 수차례 서로의 계열사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주관을 맡았다. 하반기 금리 불확실성으로 채권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증권사들 마다 '단독주관' 실적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파트너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BIS 맞춰야 하는 은행권, 신뢰하는 타사 IB는?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달 19일 발행할 회사채 2500억원 물량을 모두 신한투자증권에 배정했다. 작년 7월 신디케이션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삼성증권, SK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관사단을 다수로 꾸렸었던 것과는 달라진 행보다.
신한투자증권 입장에선 올들어 BNK투자증권에 이어 두번째 '단독 주관' 회사채 딜을 따내게 된 셈이다. 회사채 부문은 부채자본시장(DCM) 분야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발행절차가 간소화된 여신전문금융사채권 등과 달리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때문에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등이 성패를 가르는 경험이 많은 하우스들이 유리한 분야다.
특히나 회사채 단독 주관은 DCM실적을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이번 주관업무 선정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채권 발행사들이 투심 위축에 따라 다수의 주관사단을 꾸리는 추세다. 주관사 입장에선 여러개 공동주관 딜을 완료하더라도 수임료는 단독 주관 하나만 못하다. 결국 단독주관을 누가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과 NH 두 금융그룹 차원의 우호적인 관계에서 비롯된 협업"이라며 "올해만 하더라도 농협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때 신한투자증권을 단독주관사로 지목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신한금융지주도 마찬가지로 NH투자증권에게 업무를 맡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과 NH는 이전에도 각 계열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공모채 시장을 찾을 때면 크로스 형태로 단독주관을 맡았다. 신한지주는 지난 2019년 6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때 NH투자증권을 단독 주관사로 선정했고, 2020년 9월엔 한국투자증권·한양증권 등과 함께 NH투자증권을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 작년 8월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NH투자증권을 찾았다.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라 일정수준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가운데 신종자본증권 발행 필요성이 크다.
다만 이들이 채권을 발행하려면 대표 주관사는 계열사가 아닌 다른 증권사로 선임해야 한다. 금융투자업 감독 규제도 작용한다. 증권사가 계열사에 최대 인수 물량을 배정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도 작년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 땐 교보증권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한양증권을 번갈아 대표 주관사로 택하고 있다.
◇KB는 견제…상위권 은행 계열 증권사들간 협업
신한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이 서로의 증권사를 택하는 건 양사에 대한 IB 역량 신뢰가 두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한투자증권은 올들어 DCM 역량이 강화됐다. 회사채 주관 금액은 지난달 5조원을 돌파했다.
NH투자증권은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투자자와의 소통, 영업 능력으로 발행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하우스다. 실제로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 발행 단독주관을 따내며 KB증권을 제치고 회사채 주관 순위 1위에 올랐다.
IB분야에서 양사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주 요인이다. 현재 회사채 주관순위 1위인 NH투자증권 입장에선 2위인 KB증권과 손을 잡기 어렵다. KB증권을 제외하면 발행 파트너로 삼을 만한 곳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인데 이 중 은행계열 하우스는 신한 뿐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올들어 회사채 발행 역량을 강화하는 기조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발행사 입장에선 미달 리스크(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주관사의 트랙레코드를 잘 살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5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라 올해 회사채 주관 순위 4위, 점유율 12.2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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