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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IP 외길' 칩스앤미디어, 주가 키워드 'AI 반도체'팹리스 생태계 변화에 기업가치 '재평가'…해외 M&A로 추가 모멘텀 기대

안준호 기자공개 2023-10-12 13:49:3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한국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강국이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반도체(IDM) 기업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칩스앤미디어의 주가 흐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영상처리에 사용되는 비디오 IP를 개발하는 이 회사는 최근 상장 이후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7월 주당 4만7650원으로 역사적 고점에 올라선 뒤 현재도 3000억원 중반 수준의 시가총액을 유지 중입니다.

반도체 IP ‘1호 상장사’인 칩스앤미디어는 상장 이후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기록해 왔습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2020년부터입니다.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관련 기업들이 재평가되며 칩스앤미디어 역시 주당 2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은 올해부터입니다. 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늘며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약 180%에 육박합니다. 현재 시총은 약 3650억원으로,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습니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깜짝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 증권가 시각입니다. 오랜 기간 비디오 IP 분야에서 쌓은 경쟁력이 산업계 변화와 맞물리며 상승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며 실적이 우상향했고, 최근 차세대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IP 개발에 성공한 것이 상승세의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출처=구글파이낸스
◇Industry & Event

칩스앤미디어의 주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설계와 제조를 통합한 수직계열화로 성공한 국내 IDM과 달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분업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합니다.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설계도를 만드는 ‘칩리스’와 공장 없이 칩을 만드는 ‘팹리스’, 생산을 맡는 ‘파운드리’ 간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팹리스를 들어볼까요. 흔히 듣는 퀄컴, AMD, 엔비디아 등이 모두 글로벌 팹리스 기업입니다. IDM을 고수하는 해외 업체는 인텔 정도를 들 수 있는데요. 소품종 대량생산이 기본인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파운드리 형태의 분업화 방식이 주류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죠.

IDM 방식도 빠른 시장 대응 등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한 회사가 모든 분야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능하더라도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CPU에서 GPU, 그리고 NPU로 반도체가 진화하는 최근 산업 흐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엔비디아, AMD 등이 꽉 잡고 있는 GPU와 달리 NPU 시장은 절대 강자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다수 기업이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죠.

그런데 팹리스 기업들이 빠르게 칩을 내놓으려면 IP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반도체는 여러 기능을 탑재한 블록 형태의 회로로 설계되는데요, 핵심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기존 IP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통상 3~5년이 걸리는 설계 과정이 1~2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산업 트렌드가 바뀌는 시기에 IP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새로운 칩에 대한 수요는 곧 신규 고객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칩스앤미디어는 비디오 IP 분야에서 축적한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이같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습니다. 성과는 최근 실적 상승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68억원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1% 증가한 규모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실적 성장에 AI 산업에 대한 수요 증가가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김상현 칩스앤미디어 대표이사는 "챗GPT를 시작으로 한 AI 시장의 개화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신규 반도체 개발이 증가해 IP 라이선스 기회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올해 안으로 영상처리에 특화된 NPU IP의 프로모션도 시작하겠다는 선언도 내놨습니다. 김 대표의 호언장담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된 상황입니다.

칩스앤미디어는 지난 4일 영상용 NPU IP인 ‘CMNP’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기존 NPU 대비 10~20% 수준의 크기로 구현된 것은 물론 성능과 원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회사 측은 고화질 영상 콘텐츠 수요가 높은 데이터센터, 가전, 카메라는 물론 실시간 영상처리가 필요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자율주행차 등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칩스앤미디어 2023년 상반기 IR 자료
◇Market View

증권가에서도 칩스앤미디어의 현재 상황을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칩스앤미디어를 커버한 증권사 보고서는 모두 10건인데요, 투자의견을 내놓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모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매수(Buy) 의견을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은 오랜 기간 이 기업을 지켜본 곳인데요. 최근 주가 급등과 함께 목표주가도 2만4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상향했습니다. 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반도체 시장의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칩스앤미디어의 매출액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상 관련 반도체 칩 수요 감소로 로열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GPU, AI SoC 라이선스 매출이 증가하며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GPU와 AI 관련 라이선스 매출이 증가했다는 언급은 유의미한 평가로 볼 수 있습니다. IP 기업의 매출은 라이선스와 로열티로 구성되는데요. 로열티는 양산이 완료된 칩이 판매될 때, 라이선스 매출은 개발 시작 시점에 매출로 잡힙니다. 라이선스 매출 증가는 GPU, AI 관련 신규 IP 판매가 늘어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죠.

오랜 업력을 갖춘 칩스앤미디어는 신규 IP 판매가 용이한 편입니다. 반도체 IP의 특징은 한번 적용되면 교체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IP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손실 가능성을 고려하면 고객사인 팹리스들이 어지간해선 공급사를 바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IP 시장이 사실상 과점 형태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인데요, 실제로 프로세서는 ARM, 인터페이스는 Synopsys와 Cadence 등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NPU IP 역시 매출에 인식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NPU IP는 기존 코덱이 하드웨어 성격인 데 비해 알고리즘으로 물리적 교체 없이 꾸준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며 "기존 고객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IP이기 때문에 라이선스 매출의 안정적 성장을 전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외 증시 상황도 주가에 긍정적인 상황입니다. 글로벌 1위 IP 기업 ARM이 최근 나스닥 입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는데요. 이를 전후로 IP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상장 첫날 25% 급등했던 ARM은 현재 주당 54.08달러로 공모가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554억달러(75조원)에 달합니다.
출처=칩스앤미디어 2023년 상반기 IR 자료
◇Keyman & Comments

칩스앤미디어의 성장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지만 회사 측에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디오 IP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호 부사장을 만나 향후 사업 방향을 들어봤습니다.

이 부사장은 칩스앤미디어 설립 초창기부터 회사에 재직한 베테랑입니다. 2015년 부사장 승진 뒤에는 줄곧 CFO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이전에도 증권사 리서치센터나 투자자들과의 IR도 직접 담당해 왔습니다. 회사의 사업전략과 자금조달에 대한 이해도는 누구보다 높다고 볼 수 있겠죠.

그는 1~2년 사이 칩스앤미디어의 기업가치가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IP 기업으로 오랜 기간 고군분투를 이어왔지만, 후발주자들이 연거푸 증시에 입성하며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진단입니다. 지난해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코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퀄리타스반도체가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부사장은 "2010년대 이전까진 사실상 국내 유일의 IP 기업이다 보니 사업 특성과 강점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오픈엣지나 퀄리타스반도체는 물론 파두 등의 신생 팹리스 기업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칩스앤미디어는 이미 비디오 IP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꼽힙니다. 진입이 어려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에도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생각입니다. 물론 그간 쌓은 ‘내공’이 없었다면 재평가 역시 불가능했을 겁니다.

최근 출시한 NPU IP 역시 그간 축적한 연구개발 결과에 기초한 제품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AI 반도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경쟁력이 뛰어난 IP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부사장은 "기존에는 기능을 개선하려면 칩을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NPU를 활용할 경우 필요할 때마다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칩스앤미디어는 향후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사세 확장 전략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8월 자사주 30만1553주를 블록딜(시간 외 거래)을 통해 처분했습니다. 주당 3만4129원에 주식을 팔아 약 103억원을 조달했습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M&A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주된 대상은 IP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해외 기업입니다. 이 부사장은 "암(ARM)이나 시높시스(Synopsys) 등 글로벌 IP 기업들도 M&A를 통해 성장한 사례"라며 "추가 증자를 최소화하고 M&A를 추진하기 위해 자사주 매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록딜로 조달한 자금까지 포함해 현재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50억원 가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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