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빗코 과태료 '역대 최고'…사업자 변경신고 악영향 금융당국 현장검사 결과 20억 과태료와 임직원 인적 제재 받아
노윤주 기자공개 2023-10-18 11:01:36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한빗코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인적 제재를 받았다. 지난 8월 원화거래소 변경신고를 접수하면서 현장검사를 받았는데, 고객확인의무(KYC) 이행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항도 다수 발견되면서 당국은 제재에 따른 과태료로 20억원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가상자산사업자 현장검사 중 최고액이다. 종전 최고액은 고객 예치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가상자산 예치이자 서비스 운영사 델리오(18억 9600만원)였다.
코인마켓거래소인 한빗코는 광주은행과 계약을 체결한 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실명계좌 확인서를 가지고 변경신고를 접수한 한 바 있다. FIU는 제재심 결과와 함께 한빗코에 개선사항을 요구했는데 이 내용이 모두 반영되기 전까지 변경신고 수리가 보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빗코, 고객확인·트래블룰 등 특금법 의무 준수 사항 다수 위반
FIU는 지난 13일 한빗코에 대한 제재 내용을 공개했다. 우선 법인에 기관주의 처분과 과태로 19억9420만원을 부과했다. 인적제재도 있었다. 임원 1명과 직원 3명에게는 주의처분, 1명에게는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한 가상자산사업자 현장검사 과태료 중 최고액이다. 국내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거래를 발생시키는 업비트(두나무)도 8000만원의 과태료를 받는 데 그쳤었다.
당국은 한빗코가 고객확인의무(KYC)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한빗코는 고객 183명의 KYC 과정에서 신분증 등 실명확인증표를 받지 않았다. 신원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확인증표를 사용해 KYC를 통과시킨 고객도 7명 있다. KYC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던 고객도 7명 발견됐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KYC가 완료되지 않은 고객의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한빗코는 148명에 대해 거래를 제한하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거래제한 조치의무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트래블룰 위반 사례도 포착됐다. 특금법에 따라 고객이 100만원 이상 이체할 시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해 송수신자 정보를 확인해야 하지만 한빗코는 5건의 거래에 대해 트래블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자전거래를 거르지 못한 것도 드러났다. 한빗코에 상장된 가상자산을 발행한 재단에서 자전거래를 빈번히 발생시켰으나 거래소가 해당 계정의 거래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제 때 취하지 못했다.
과태료가 20억원 가까이 나온 이유는 위반 건수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과태료 책정 시 위반 건수를 확인한다. 이에 고객 183명의 KYC를 누락했다면 183명에 대한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FIU는 한빗코에 개선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의심거래감시체계(FDS)를 보완하도록 요청했다. 운영 중인 86개의 의심거래 추출기준(추출룰) 중 63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으나 추가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추출룰의 유효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미흡한 룰에 대해 임계치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도록 요구했다. 또 자전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심사 항목에 영향 주는 제재 결과…코인마켓거래소 계속해 억대 과태료 처분
이번 현장검사는 한빗코의 변경신고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 한빗코가 원화거래를 지원하기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당국이 심사 일환 중 하나로 현장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고팍스(스트리미)가 전북은행과 제휴해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도 현장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는 종합검사가 진행되던 때였는데 FIU는 AML시스템, KYC 이행 여부와 함께 변경 신고 관련 자료를 살펴봤었다.
업계서는 한빗코의 변경신고 심사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요구한 개선사항을 모두 반영한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제재 결과도 심사 사항에 포함되기 때문에 특금법의 주골자인 AML에 미흡했다는 점은 매우 큰 감점사항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적은 코인마켓거래소가 AML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상반기 현장검사를 받은 포블 등도 수억원이 넘는 제재 과태료를 부과 받은 바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AML과 KYC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대형거래소와 규모가 작은 코인마켓거래소의 이행력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미흡한 모습이 지속 발견될 경우 추가 원화거래소 탄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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