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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공기업 재무점검]석유공사, 투자 줄여도 힘겨운 '차입금 부담'③회사채 등 외부조달 의존한 투자, 총차입금 15조...단기 상환 불투명

박규석 기자공개 2023-10-23 07:25:52

[편집자주]

공기업은 재벌그룹에 못지않은 덩치와 경제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곳이지만 반대로 방만경영, 빚쟁이 시한폭탄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같이 갖고 있다.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더 강한 조직인 탓에 민간기업과 같은 궤도에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의 재무상황은 시장 안정성과도 직결되는 만큼 면밀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규모 면에서 독보적인 대형 공기업들 위주로 재무상태를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7일 13: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개발사업 등에 필요한 투자금 대부분을 외부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체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관련 자금은 대부분 회사채를 통해 충당됐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차입금은 석유공사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 등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이 가중되자 석유공사는 투자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투자의 방향성을 영업현금흐름 내 투자로 전환해 차입금 증가와 원가절감 등을 추진하는 게 핵심이었다. 자회사 적정시재 운영과 투자비 회수 강화 등을 통한 차입금 감축도 꾀하고 있다.

◇자본적지출 '6200억->5600억' 축소

석유공사의 투자활동 대부분은 사실상 개발사업 부문에서 이뤄진다. 국내 대륙붕탐사와 해외 광구 개발, 탐사 등이다. 관련 사업을 위한 기업 또는 지분 인수 등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반면 수익성은 보장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그 결과 단순히 손익만을 추구하는 투자 보다는 국내 석유 수급 안정화 등과 같은 공공성도 포함된 투자가 이뤄진 게 특징이기도 하다.


실제 석유공사는 지난 2016년까지 영업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설비투자와 광구투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부족한 재원은 정부 출자와 외부 차입 등 외부자금 조달을 통해 충당했다. 신용등급이 AAA(안정적)였던 만큼 회사채 발행 등에는 큰 문제가 없기도 했다.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지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외부조달이 어렵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석유공사의 투자 기조는 전환점을 맞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의 여파로 투자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과거 취득한 해외 자회사와 광구자산의 효율적 운영에 중점을 뒀다.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영업현금흐름 이내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5년간의 자본적지출과 영업현금흐름의 추이를 통해 일정 수준 엿볼 수 있다.

투자 규모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본적지출의 경우 2018년 이후 관련 규모가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2018년 말 연결 기준 자본적지출은 6253억원이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5512억원과 4231억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5671억원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과거 조 단위로 이뤄진 지출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로 풀이된다. 그 결과 영업적자를 기록한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17년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활동이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지 않는 기조를 유지한 부분도 최근 5년간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다.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영업현금흐름이 1조원 규모 아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를 넘어서는 자본적지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2020년의 경우 영업적자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 540억원을 기록해 자본적지출이 더 많았지만 전년 대비 지출이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로 풀이된다.


◇차입금 비중 85%...열악한 재무지표

석유공사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투자 규모를 축소한 부분은 고무적이지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담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유가 등락에 따른 현금창출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자원개발사업 관련 투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일정 수준의 자금 소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약 10년간 이어진 순손실의 영향으로 악화된 재무안전성도 단기적인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5조4988억원이며 이중 석유공사(개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13조325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84.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 중 차입금의존도가 가장 낮았던 2018년 75.6%와 비교하면 9.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차입금의 대부분은 회사채다. 총차입금에서 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사실상 자원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결 기준으로 2019년에 10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말 기준으로는 10조9452억원을 기록했다. 주로 고정금리로 발행됐으며 이자율은 1.02~4% 사이다.


회사채 다음으로는 장기차입금의 비중이 컸다. 한국수출입은행과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Kernhem International B.V 등이 주요 차입처였다. 이중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의 경우 성공불융자로 특정화된 만기는 없는 게 특징이다.

다만 탐사 성공 시 약정에 따라 상업적 생산 개시일로부터 상환을 진행해야 한다. 탐사사업이 상업적 생산에 이르지 못하고 종료돼 탐사사업이 실패한 경우에는 상환의무가 면제된다. 2022년 말 연결 기준 석유공사의 장기차입금은 1조407억원 규모다.

석유공사의 차입금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인 상환 여력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유무형자산을 9조4000억원 보유한 가운데 이들 대부분이 자산가치가 높은 석유와 가스개발 자산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비축유의 장부가도 4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러한 보유자산을 활용할 경우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데는 큰 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재무융통성 측면에서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공기업인 만큼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공사법 제12조에 의하면 공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2배 이내에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국가가 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업수행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출자와 교부금 지급, 국고보조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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