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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현장 in]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형 플랜트 건설, 방점은 '효율성'제2바이오캠퍼스 건설현장 공개…쿠키컷·모듈식 공법 활용해 공사기간 5개월 단축

송도(인천)=정새임 기자공개 2023-10-19 13:06:4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8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36만㎡의 광활한 부지에 여러 대의 타워크레인이 줄지어 서 있다. 사전제작한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프리캐스트 콘크리트, PC)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2025년 4월이면 전체 부지의 약 4분의 1 면적에 연간 18만 리터(L)를 생산할 수 있는 5공장을 만나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2바이오캠퍼스 시대의 개막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초 제2바이오캠퍼스 설립을 공표한 뒤 빠르게 작업을 진행 중이다. 1~4공장이 들어선 제1바이오캠퍼스는 거의 풀가동에 가까워 공장 증설의 필요성이 높았다. 2032년까지 세 단계에 걸쳐 총 4개 공장을 추가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건설 중인 제2바이오캠퍼스 현장

◇쿠키컷·모듈식 공법으로 건축 효율 극대화…공사기간 획기적 단축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극대화된 효율성'이다. 12년간 4개 공장을 지으며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해 최적화된 디자인을 뽑아내 표준화했다. 제1바이오캠퍼스가 필요에 따라 설계를 달리 해 서로 다른 건물이 들어섰다면, 제2바이오캠퍼스는 모든 공장이 동일한 레이아웃으로 만들어진다는 차이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쿠키컷 설계로 건설 효율을 극대화했다. (자료: 삼성바이오로직스)

설계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쿠키컷(cookie-cut)' 방식을 택했다. 쿠키컷은 같은 모양의 쿠키틀에 재료를 부은면 같은 모양의 과자가 나온다는 의미다. 건축양식에서는 특정 디자인을 반복해 사용해 건설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로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건설 프로젝트에서 이 방식이 활용된다.

쿠키컷 방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동일한 디자인, 구조와 기능을 갖는 여러 건물을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갖는다. 5공장에 적용된 디자인이 6~8공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 외부에서 건물 구성요소를 미리 제조한 다음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모듈식 건축' 방식을 더함으로써 현장 시공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그 결과 당초 2025년 9월 예정이었던 5공장 준공을 5개월 단축시켰다. 공사 효율을 극대화한 결과다. 실제 17일 방문한 송도의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 현장에서 빠른 작업 속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올해 4월부터 시작한 5공장 공사는 벌써 20% 가까이 진행된 상태다. 설계도 수립 등 전체 프로젝트로 보면 진행률이 30%를 넘어섰다. 5공장 예상 공사기간은 총 24개월인데, 이는 앞서 지어진 동일 규모의 3공장 공사기간(35개월)보다 1년 가까이 단축된 기록이다. 공사 과정이나 생산시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EPCV 센터장)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EPCV 센터장, 사진)은 "제2바이오캠퍼스는 설계 단계부터 공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일반적으로 선행공정이 끝나고 후행공정을 시작하는데, 2캠퍼스는 후행공정을 최대한 사전에 준비해 현장에서 선행공정이 끝나면 레고를 쌓듯이 부품을 쌓아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 방식으로 안전수준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키컷 방식은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 외에도 △생산시설 표준화로 유연한 인력배치와 직무교육 시간 단축 △통합 밸리데이션으로 검증절차와 문서작업 효율화 △효율적인 유지보수 운영으로 최적화된 스페어 파트(예비 부품) 활용 등의 장점을 지닌다.

제2바이오캠퍼스 시설 배치도(자료: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는 다양한 부문에 자동화를 도입해 운영효율도 극대화한다. 제2바이오캠퍼스는 중앙에 생산지원동을 두고 양쪽 4개 공장이 둘러싸는 형태다. 생산지원동에는 각종 원부자제와 제품 저장창고가 들어선다. 생산지원동에서 각 공장은 브릿지로 연결되는데, 한층은 사람이 다니고 한층은 제품이 다니는 길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운반했던 것을 2캠퍼스에서는 스파인 브릿지를 통해 자동으로 이동된다.

작업자가 화학물질 주입량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던 기존 시스템도 자동으로 설계했다. 무인충전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빈도를 현저히 낮춰 안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중앙의 생산지원동에 각 공장 설비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공장 제어와 데이터 관리 효율성도 높였다.

◇올해만 2조원 신규 수주…초대형 생산기지 자신감 배경

제2바이오캠퍼스는 규모로 보나 비용으로 보나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최대 수준이다. 제2바이오캠퍼스 건립에는 총 7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5공장 투자비는 1조9800억원이다.

제2캠퍼스 건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지금의 두 배 이상인 132만4000리터가 된다. 글로벌 CDMO(위탁생산개발) 생산능력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빠른 속도로 생산시설을 늘려 경쟁자들과 거리를 더 벌리는 '초격차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제1바이오캠퍼스의 연간 생산능력은 총 60만4000리터다. 1공장(3만리터)부터 단일 공장으로는 가장 큰 생산능력을 지닌 4공장(24만리터)까지 들어서 있다. 각 공장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생산시설이 배치돼 있다. 3공장에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되는 mRNA 시설이 배치됐으며, 2공장에는 임상시험물질 등 소량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sCMO 시설도 있다.

제2바이오캠퍼스는 18만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지닌 5공장을 시작으로 총 78만4000리터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공장은 1만5000리터 바이오리액터 12개로 구성되며, 향후 지어질 6~8공장의 생산규모는 모두 동일하다.

표준화를 통한 효율성을 최우선 목표로 한 만큼 제2캠퍼스 생산시설은 항체의약품으로 모두 통일된다. 항체의약품 CDMO 수요가 여전히 높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mRNA,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의약품 생산시설 생산도 별도의 부지에 짓는 걸 검토 중이다.

노 부사장은 "제2바이오캠퍼스는 항체의약품 생산만 하고 다른 신규 치료제 기술(모달리티)에 대한 계획은 없다. 특히 ADC는 독소를 사용해야 해 항체의약품 설비에 근접해서도 안 된다"며 "신규 모달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유휴 부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높은 수준의 의약품 생산 퀄리티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신뢰를 빠르게 얻었다. 올해 7월까지 새로 수주한 금액만 2조원이 넘는다. 작년 한해 수주액 1조8000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뛰어넘었다. 글로벌 빅파마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노바티스, MSD, 화이자 등 빅파마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들과의 계약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대형 계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초대형 규모의 생산기지 건설이 필수적이란 판단이다. 노 부사장은 "수급밸런스를 늘 검토하는데, 현재로서 항체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은 적절한 템포라 보고 있다. 공급과잉이라는 생각보다는 저희가 판단하는 속도에 맞춰 시장이 만들어지리라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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