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VCC 공략]라이선스 없어도 투자유치…국내 헤지펀드 '솔깃'③높아진 문턱에 '서브펀드 합류' 대안으로 인기
조영진 기자공개 2023-10-27 08:15:03
[편집자주]
3년 전 VCC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 글로벌 자금이 쉴새없이 밀려들고 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꽁꽁 발이 묶인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폐쇄적인 금융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VCC 활용을 타진중이다. 실제로 몇몇 운용사들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직접 해외자본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더벨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자본 유치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금이 밀려드는 싱가포르에 국내 대형 플레이어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업계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매해 수백조원씩 불어나고 있는 유동자금을 따내기 위해 몇몇 사모 운용사들은 싱가포르 현지 회사와의 파트너쉽 체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현지 사업자가 추정한 VCC 비히클의 운용자산 순자산총액은 현재 약 2조 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 원화 기준 약 1967조원으로 2022년 한국의 실질 GDP(1969조원)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 2021년 공식 집계된 VCC 비히클의 순자산총액은 원화 기준 약 1400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660개 이상의 VCC가 설정됐고 1300개 이상의 하위펀드를 거느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지 운용사 420곳에 의해 운용되고 있으며 PE, VC, 헤지펀드 등의 여러 운용전략으로 분류되는 등 상당한 다양성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도 싱가포르 진출해볼까" 라이선스 인허가 가능성은
싱가포르에서 인바운드(국내유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으로부터 'RFMC(Registered Fund Management Company)' 라이선스 인허가를 따내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것과 현지 운용사가 일찍이 설정해둔 VCC에 하위펀드로 참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VCC를 뒤늦게 공략하려는 국내 운용업계는 우선 현지 라이선스 인허가 획득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현지 라이선스를 따내 VCC를 직접 설정할 경우 운용주체의 지위를 가질 수 있을 뿐더러 하위펀드의 운용사로부터 수수료 수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조건과 절차가 계속 까다로워지고 있어 라이선스 획득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2020년 VCC 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지에서 RFMC 인허가를 요구하는 사업주체들이 많아지자, 싱가포르통화청이 인허가 허들을 대폭 상향했다는 게 현지에 정통한 주된 설명이다.
그간 싱가포르통화청은 RFMC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인적 조건으로 최소 5년 이상의 C레벨급 경력을 가진 정규 직원을 최소 2명 요구해왔다. 이 같은 조건은 갈수록 강화돼 포트폴리오 운용뿐만 아니라 준법감시인, 오퍼레이션, 리스크관리 등 4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직원 구성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4가지 부문의 역량을 모두 겸비한 인력은 싱가포르 내에서도 찾기 힘들다"며 "직원 여러 명을 뽑아 해당 조건을 충족할 수야 있겠지만, 대형지주사 같은 모회사가 없을 경우 인건비 등으로 상당한 현지 부대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일반적인 헤지펀드 운용사에겐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는 라이선스를 획득하려는 법인의 지분 50% 이상을 회사 임직원들이 소유하도록 추가 규정했다. 일부 중국계 자본이 모회사의 출자금을 토대로 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인력만 고용해 자금거래 창구로 쓰는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및 임직원 책임의무가 강화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한 법인들은 인허가 허들을 대거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VCC에 서브펀드로 합류하자" 현지 운용사에 잇단 러브콜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자금 유치를 고려 중인 국내 헤지펀드들은 이미 설립된 VCC의 하위펀드로 합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일펀드 혹은 엄브렐라펀드 구조가 모두 가능한 VCC의 서브펀드로 등록할 경우 현지 운용 라이선스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VCC를 설정한 현지법인이 운용주체인 만큼, 라이선스 없이 직·간접적으로 자본 유치가 가능한 셈이다.
현지에서 펀드 출시일을 조정 중인 NH헤지자산운용과 GVA자산운용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다. NH헤지자산운용은 NH투자증권의 현지 자회사인 NHARP와, GVA자산운용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시중은행과 각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GVA자산운용은 오랜 기간 현지에 트랙레코드를 제출해온 덕분에 파트너사와 협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국내 헤지펀드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지 운용사는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운용업을 영위하고 있는 피보나치자산운용이 싱가포르에 세운 법인으로 지난 4월 RFMC 인허가를 따내 VCC를 직접 설립했다. 현재 피보나치자산운용의 펀드 2종을 VCC의 하위펀드로 등록해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피보나치에셋매니지먼트는 국내 모 헤지펀드 운용사 3곳과 파트너쉽을 체결해 VCC의 하위펀드 3개를 추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약 300억원 규모의 피보나치자산운용 펀드에 더해 3개 하위펀드가 추가될 경우 도합 700억원가량의 VCC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통상 현지 네트워크와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사업체는 현지 운용사가 설정한 VCC의 하위펀드로 들어가기 쉽지 않다. 다만 피보나치자산운용이 한국과 싱가포르 사정에 능통하기 때문에, 국내 레코드가 뛰어난 일부 헤지펀드들은 피보나치자산운용으로부터 파트너쉽 체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서브펀드라 해도 현지에서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선 관련 라이선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브펀드 하우스의 역량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현지 운용주체가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해 하위펀드에 배분할 수도 있고, VCC는 하위펀드간 투자자산 이동도 자유롭기 때문에 VCC 운용주체의 중요성이 상당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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