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VCC 공략]"돈맥경화 해소하자" 국내 헤지펀드 제2의 도약 채비①NH헤지·GVA·피보나치 등 현지 플랫폼 활용 해외자본 유치 시동
조영진 기자공개 2023-10-25 08:26:12
[편집자주]
3년 전 VCC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 글로벌 자금이 쉴새없이 밀려들고 있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꽁꽁 발이 묶인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폐쇄적인 금융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VCC 활용을 타진중이다. 실제로 몇몇 운용사들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직접 해외자본을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다. 더벨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자본 유치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천억원 단위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 중인 NH헤지자산운용과 GVA자산운용이 싱가포르에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VCC 비히클을 활용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바운드(국내 유입)를 통해 펀딩 영역을 해외로 확장해 오는 11월 1호 펀드를 출시할 전망이다.국내 대표적인 주식형 헤지펀드들이 싱가포르로 향한 배경에는 지난 2020년 초 현지에 신설된 VCC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압도적인 세제 혜택, 투자자 개인정보 보호,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지리적 입지 등을 토대로 VCC 제도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자본을 싱가포르에 결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VCC(Variable Capital Company, 가변자본기업)란 지난 2020년 1월 싱가포르가 도입한 일종의 투자펀드 구조로, 단일 펀드 혹은 두 개 이상의 서브 펀드를 보유한 엄브렐라 펀드로 설정할 수 있다. 주주의 승인 없이 주식을 발행 및 상환하거나 자본금에서의 배당금 지급을 가능케 해, 투자자들이 자산을 이동하는 데 상당한 편리성을 제공하는 비히클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에 따르면 VCC 도입 이듬해인 2021년 싱가포르 기반 자산운용사들의 총 운용규모는 전년 대비 16.4%(750조원) 증가한 5조4200억 싱가포르달러(약 5350조원)에 달했다. 3년을 넘긴 현재 VCC 비히클을 활용한 운용규모가 한국 GDP 수준을 넘겼을 것이란 예측을 나오게 만드는 대목이다.
◇NH헤지운용, NH증권 자회사 VCC로 현지 트랙레코드 구축 매진
NH헤지자산운용은 설정원본 7200억원 규모의 'NH 앱솔루트리턴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운용 중인 국내 주식형 헤지펀드 강자다. 그 뒤를 잇는 '지브이에이 Fortress-A 일반사모투자신탁'(2590억원), '타임폴리오 The Time-A 일반사모투자신탁'(2290억원)과 비교해도 상당한 몸집을 자랑한다.
NH헤지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일찍이 싱가포르 내 해외자본 유치를 계획해왔다. 당시나 지금이나 40조원 부근에서 정체돼 있는 국내 헤지펀드 업계와 달리, 해마다 수백조원씩 규모가 불어나는 싱가포르 지역이 신규 펀딩 장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국내 헤지펀드의 싱가포르 진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아웃바운드(해외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금융지주 계열의 현지 자회사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NH헤지자산운용과 GVA자산운용, 피보나치자산운용 정도만 인바운드(국내 유입) 투자유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NH헤지자산운용은 NH투자증권의 현지 자회사인 'NH Absolute Return Partners(NHARP)'를 통해 현지 펀딩을 준비 중이다. NHARP가 설정한 현지 VCC의 하위펀드로 NH헤지자산운용의 투자상품을 배치하고, 이 하위펀드로 국내 NH 앱솔루트리턴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에 진출하려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현지 운용 라이센스를 획득해 직접 VCC를 설정하거나 타사 VCC의 서브펀드로 들어가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싱가포르통화청(MAS)의 인허가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 라이센스 획득이 까다롭다는 점 △현지 트랙레코드 및 네트워크 부족으로 타사 VCC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국내 헤지펀드의 해외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NH헤지자산운용은 'NH Absolute Return Partners(NHARP)'가 일찍이 현지 라이센스를 확보해둔 덕분에 직접 VCC를 설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서브펀드로 VCC에 합류한다 해도 현지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탓에 당장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에 NH헤지자산운용도 NH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은 3000억원 규모의 고유재산 중 500억원 가량을 VCC에 투입해 마케팅 시딩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지 마케팅 라이센스를 획득하기 위해 회사 내 TF팀을 신설하는 등 싱가포르 공략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GVA운용 현지 펀드 레이징 순항...독립계 하우스 도약 발판 마련
GVA자산운용도 타사 VCC의 하위펀드로 합류하는 방식을 채택해 싱가포르 내 펀드레이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러 사업자들과 논의를 거친 끝에 동남아 지역에 기반을 둔 모 대형 은행사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팅 예상일인 11월 말까지 수백억원 규모의 펀드 레이징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전망이다.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가 안다자산운용 시절부터 방대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점과 헤지펀드 트랙레코드를 집계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에 꾸준히 운용성과를 보고해온 점 등이 현지 펀드레이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독립계 하우스인 GVA자산운용이 그룹사 없이도 싱가포르에서 초기 투자금 모집에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로 풀이된다.
GVA자산운용은 오래 전부터 김필제 이사를 싱가포르에 배치해 현지 마케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이사는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등 미국 유학 경험이 있어 영어가 유창한 인물로 과거 KB자산운용, 신한투자증권 등을 거쳐 2018년 GVA자산운용에 합류했다.
GVA자산운용은 전문사모 라이센스를 획득한 지난 2017년부터 해외자본 유치를 하우스 장기목표로 설정해왔다. 국내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해외보다 현저히 부족한 탓에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이 수시로 이뤄져 펀드 운용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VCC 제도가 신설된 2020년 초부터 싱가포르의 대형 기관투자자들과 미팅을 갖기로 하는 등 해외자본 유치가 구체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현지 금융기관이 셧다운에 돌입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고, 올해 초 조직을 개편해 재차 공을 들인 끝에 최근 서브펀드 설정에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투자 시계열이 비교적 긴 해외자금을 GVA자산운용이 유치할 경우 제2의 도약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과정에는 여러 허들이 존재해 그간 펀드 레이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싱가포르에서 긴 호흡의 투자금 유치가 이뤄지면 회사는 물론 매니저에게도 더욱 안정적인 운용환경이 주어지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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