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후계자들은 지금]지배력 높이고 신사업 찾고…'뉴삼표' 속도내는 정대현 사장①지분율 23%로 확대…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 경영하며 신사업 구상 박차
이호준 기자공개 2023-11-03 07:34:28
[편집자주]
'후계자'. 어떤 일이나 사람의 뒤를 잇는 인물을 뜻한다. 특히 레미콘·시멘트 분야를 포함한 건자재 업계에는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이미 경영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선 후계자들이 여럿이다. 사업 다각화나 글로벌 무대 진출로 자신만의 사업을 구축하고 있는 오너 3·4세가 대표적인 예. 이젠 창업주의 손주로서뿐만 아니라 왕국을 발전시키는 기업가로서 그룹을 책임지는 '가장'이 돼 있다. 올해도 역시 승계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 가운데 이들의 비중과 역할은 어떻게 더 확대돼 왔을까. 더벨이 건자재 오너가의 현상황과 과제, 그리고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1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정대현 삼표그룹 사장의 지배력이 유난히 커진 해다. 자회사인 삼표산업이 모회사인 ㈜삼표를 합병하면서 최상위 지배회사에 대한 정 사장의 지분율도 23%까지 높아졌다. 정도원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율이 30%다. 경영 수업에 방점을 둬 아직 지분 승계에 나서지 않는 다른 건자재 업체들과 차이를 보인다.물론 후계자로서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승부수도 던졌다.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다. 유일한 승계 후보인 만큼 에스피네이처의 영업 실적 자체는 큰 의미가 아니지만, 삼표그룹의 새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추후 중요한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지분율 23%로↑…최대 난제 사실상 해결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선정,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 등 삼표그룹엔 이슈가 많았지만, 오너 3세 정대현 사장의 시선에선 '삼표산업의 ㈜삼표 합병'이 가장 중요했다. 그는 개인회사인 에스피네이처를 동원해 지주사 지분율을 23%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지분 승계는 늘 정 사장을 따라온 문제였다. 물론 정 사장이 재계와 그룹 내부에 눈도장을 찍은 건 지난 2006년부터다. 일찌감치 삼표그룹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삼표기초소재와 삼표레일웨이, 삼표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꾸준히 경영 수업을 받았다.
대표 명함을 찍어내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5년 분기기 제조 계열사인 삼표레일웨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8년에는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영업부문장(CMO)직을 수행한 지 1년여만이다. 이듬해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자리에서 갑자기 물러났지만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다만 지분을 챙긴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20년 전까지만 해도 지주사 ㈜삼표에 대한 정 사장의 지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삼표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던 2013년 당시 ㈜삼표가 정 사장 개인회사(대원)를 합병하면서 얻은 지분이다. 두 자릿수 지분율이라 해도 81%를 보유한 부친 정도원 회장의 지배력은 넘볼 수 없었다.
지분 승계의 핵심은 개인 회사. 그가 최대주주인 철스크랩 수집·가공 업체 에스피네이처다. 에스피네이처는 3년 전 ㈜삼표가 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신주를 전부 샀고 올 4월 삼표산업의 6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신주를 모두 샀다.

지분 승계의 하이라이트는 올 7월 삼표산업의 지주사 ㈜삼표 역합병. 역합병은 자사주를 대량으로 낳는다. 삼표산업은 자사주가 44.73%에 이르게 됐다. 다만 절반이 자사주로 채워져 정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율은 65.99%에서 30.33%로 낮아졌다. 정 사장도 지분율이 5.70%로 축소됐으나 삼표산업 지분을 들고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포함할 경우 실질 지분율은 23%까지 높아진다.
◇에스피네이처에 무게추…중장기적 전략 구상 특명
물론 후계 승계에는 입증된 경영능력이 필수적이다. 정 사장이 차기 그룹 총수가 되는 기반을 얼추 마련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새 시대의 화두에서 경영권을 제대로 휘두를 능력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 초 정 사장은 기존에 들고 있던 직책인 그룹사 신성장부문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측은 '조직개편에 따른 변동'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핵심 계열사인 삼표시멘트와 연계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타이틀은 내려놨지만 이후 에스피네이처로 무게추를 옮겨 신사업을 더 보태는 구조를 만든 상황이다. 정 사장이 다루기 쉽고 철스크랩 수집·가공 등의 기존 사업이 건자재, 환경, 폐기물 재활용 등의 분야로 확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스피네이처는 지난해 정관의 사업 목적에 '건설장비 운영업' 등 19개를 추가했는데, 올해는 이러한 새 사업을 구체화할 조직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그간 인력 충원에 소홀했던 에스피네이처는 올 하반기 신사업 담당자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에스피네이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동남아 건자재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8월엔 기업이미지(CI)도 새로 출원했다. 결국 에스피네이처로 건자재 연관 신사업을 구축하는 등 중장기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그의 몫으로 보인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정 사장은 에스피네이처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신성장부문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그룹에서 맡고 있는 자리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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