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글로벌 신동맹]지분 '5대5' 논의, 결국 현대차로 '무게중심' 기울었다⑤설비계획 등 현대차 중심…오프테이크(Off-Take) 확보가 실효성 기준 될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5-04-25 07:20:26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든 관세 장벽은 산업 구분 없이 들이닥쳤다. 위상도, 체면도 아무 소용없다. 국내 철강 1위 포스코와 완성차 1위 현대차가 손을 맞잡은 건 그래서다. 두 회사는 미국 현지에 제철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분이나 투자 규모는 미정이지만 이들의 연대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지형을 흔든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산업 질서의 민낯이다. 더벨은 이 협력의 핵심과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미국 제철소에 공동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초 '5대5' 지분 구도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현대차그룹이 주도권을 높이는 쪽으로 협상을 이끌면서 지분율과 설비 설계 등 주요 권한을 가져갔다. 포스코 입장에선 배정 규모에 따라 이번 투자의 실질적인 성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논의 급물살…초기엔 5대5 지분 구도도 검토
23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 협력은 최정우 전 포스코 회장 재임 시절부터 수소 사업 연계를 중심으로 추진됐지만 구체화되진 못했다. 이후 장인화 회장 취임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며 지난해 논의가 본격화됐고,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투자를 제안하면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현대제철을 포함한 현대차, 기아 등을 중심으로 최대 지분율을 확보하는 구조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협상 초기에는 그룹과 포스코가 지분을 절반씩 나누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역시 설비 설계와 운영까지 참여하는 협력을 원했으나 현대차그룹이 전체 생산 체계를 이끌면서 해당 구상은 축소됐다. 이에 루이지애나 제철소 설계나 운영 등에 관한 주요 권한도 현대차그룹 측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5대5는 지분 구도 외에도 하이렉스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안이 초기 안에 있었다”며 “지금 발표된 공동 투자 구조는 이후 여러 차례 조정된 결과물이다. 실제 운영은 현대차그룹이 주도하고 양사가 공급망 안정화에 집중하는 쪽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 시점만 놓고 보면 포스코는 전략적 파트너라기보다는 FI에 가깝다는 평가다. 설계나 기술 협력에 개입하지 못했고 협력 관계에서도 역할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동준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전략적 투자라면 설비나 기술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설비 설계나 기술 운영에선 배제된 구조”라며 “기술을 갖춘 쪽이 사업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비효율적일 수 있다. 퍼즐이 어긋난 그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생산된 소재는 포스코멕시코(POSCO-Mexico)로 공급될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와 가전에 쓰이는 아연도금강판이 주로 생산된다. 이후 이를 부품이나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다만 단순한 공급망 연계만으로 협력의 균형이 맞춰졌다고 보긴 어렵다. 포스코는 WSD가 15년 연속 세계 최고 경쟁력을 인정한 철강사로, 기술력과 생산 역량에서도 현대제철보다 앞선다. 그럼에도 설계나 운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유통에만 머무는 구조는 산업적 불균형이라는 지적이다.
남은 변수는 있다. 오프테이크(Off-Take, 할당) 물량이다. 통상 제조업에서 공동 투자가 이뤄질 경우 일정 수준의 수요 배정이 전제되거나 협상 조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동국제강의 브라질 CSP 제철소 건설 당시 포스코는 20%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고 연간 80만톤 정도의 슬래브를 배정받은 바 있다. 연간 270만톤(t) 생산 규모로 계획된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포스코가 얼마만큼의 물량을 배정받느냐가 투자 성격을 가를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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