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반도체의 시간]LX세미콘, 성장 한계 돌파할 동력 찾는다탄탄한 재무여력 뒷받침, SiC 진출로 '탈디스플레이' 준비
김혜란 기자공개 2023-11-30 12:49:18
[편집자주]
긴 불황의 터널이다. 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주변 생태계 모두 올해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3분기 다운턴(불황)의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버텨낸 'K반도체' 기업들의 한 해를 돌아본다. 그리고 반도체의 봄을 기다리며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재무와 사업 전략, 기회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X세미콘은 지난 몇 년간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다. 2020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서더니 2년 만에 다시 2조원으로 성장했다.하지만 한편에서는 성장세가 곧 한계에 부닥칠 거라는 우려의 눈초리를 받았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의존해 쌓아 올린 성장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찾고 매출처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고민은 과거부터 있었다. 실제로 올해 전방산업이 부진하자 실적이 주춤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아 '탈(脫)디스플레이' 전략을 빨리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마침 LX세미콘은 최근 7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분위기를 바꿨다. 2017년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손보익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전기 출신 이윤태 사장이 선임됐다. LX세미콘은 한때 큰 성장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회사다. 새 수장을 맞은 뒤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한 확실한 도약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영업이익률 '뚝'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외형 성장을 달성해 오던 LX세미콘은 2020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 대열에 들어갔다. 2021년 매출이 약 1조8988억원으로 껑충뛰었고 지난해에는 약 2조119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19.5%, 지난해 14.7%에 달했다. 이 기간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에 DDI를 공급하는 팹리스다. DDI 외에도 타이밍컨트롤러(T-CON),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디스플레이 구동을 돕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도 설계·판매하지만, DDI 매출 비중이 3분기 말 기준 87.9%로 압도적이다.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모바일 DDI와 노트북, PC 등 정보통신(IT), TV용 DDI 모두 만든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을 아우르는데 이 중 OLED용 DDI가 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모바일과 TV 등 전방산업 위축으로 주력 제품 DDI 수요가 하락하며 LX세미콘의 실적도 하향세를 걸었다. 3분기까지 연결회계기준 매출액은 약 1조3887억원, 영업이익이 약 619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3분기 말 기준 4.4%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은 약 1조6629억원, 영업이익 2989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이 17.9%에 달했다. 그간 LX세미콘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DDI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확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전 세계적으로 IT 수요가 부진했고 LX세미콘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년에도 IT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LX세미콘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 또 DDI 시장의 파이를 LX세미콘이 얼마나 더 가져올 수 있는지도 계산해 봐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전 세계 DDI 시장 규모는 올해 약 95억달러에서 2030년까지 75억달러로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중국계 신생 DDI 업체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단 점도 리스크를 키운다. 결국 LX세미콘이 더 이상 DDI, 특히 LCD용 DDI 설계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SiC 사업 진출에 따른 매출 확대 기대감
LX세미콘도 디스플레이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테마로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전장용 마이크컨트롤러유닛(MCU),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배터리관리시스템용 반도체(BMS IC) 등을 개발하고 있다. MCU는 양산 중이다.
2021년 말 LG이노텍으로부터 SiC 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자산을 인수해 SiC 연구·개발(R&D) 역량을 보강했다. 또 지난해 팹리스 텔레칩스 지분을 인수한 것도 전장용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AVN(Audio, Video, Navigation), 클러스터(Cluster), HUD(Head up Display)에 들어가는 AP설계 전문 회사로 현대자동차와 유럽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에 공급하고 있다.
방열기판도 신사업 중 하나다. 방열기판은 전자제품 가동 중 발생되는 열을 빠르게 외부로 방출시키는 부품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고전력 반도체 사용이 확대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방열기판 사업을 매개로 그간 없었던 자동차 업체와의 네트워크를 쌓고 확대해갈 수 있단 점이 긍정적이다.
LX세미콘은 약 2524억원의 순현금을 보유 중인 데다 공장이 필요 없는 팹리스라 매년 인수·합병(M&A) 외에는 크게 캐펙스(CAPEX·시설투자액)가 필요하지 않단 점도 장점이다. 배당과 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FCF)도 올해 3분기 기준 약 697억원 순유입됐을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 곳간이 넉넉한 만큼 앞으로 신사업을 끌고 갈 추동력을 확보하느냐, 얼마나 성과를 빨리 거둬들이느냐가 앞으로 LX세미콘의 성장그래프의 그림을 바꿀 수 있다. 특히 미래먹거리 핵심이 될 SiC는 2025년 본격적인 개화기에 들어갈 것으로 주요 증권사는 보고 있다. 바로 내년, 2025년 도약을 맞이하기 위한, LX세미콘의 시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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