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6일 0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발생한 위기의 원인은 도덕적 해이입니다. 무분별한 투자가 부실을 키운 만큼 옥석 가리기를 통해 회생이 어려운 사업지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최근 식사 자리에서 밝힌 입장이다. 시장에서 당국이 부동산 PF 위기에 너무 무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이같이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는 다수의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PF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때마다 자주 사용되고 있는 단골 멘트다. 당국이 PF 시장 위기의 원인을 시장의 실패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문득 요근래 시장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청담동의 한 사업장이 떠올랐다. 청담동의 한 호텔을 사들여 최고급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고 알짜 부지에서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 사업지가 자금난으로 실패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장의 전망은 빗나갔다. 예측 못했던 새마을금고 사태가 터지면서다. 사태 이후 재정비 시간이 필요했던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에 대한 신규 투자와 만기 연장을 중단했다. 앞서 청담동 사업지는 바로 새마을금고가 주요 대주로 참여했던 곳이다. 해당 사업지는 브릿지론 만기 연장이 불발돼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해당 청담동 사업장의 위기 소식은 빠르게 시장에 확산됐다. 그리고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포를 심었다. '대한민국 최고 알짜' 청담동 사업지도 위기인데 자칫하면 국내의 모든 개발 사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번졌다.
결국 금융기관 내에서 부동산 PF에 투자하자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수준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시장 전체가 얼어붙자 적잖은 사업장이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에 실패했고 이 중 일부는 공매로 출회됐다. 당국이 말하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안타까운 부분은 거대 기류에 휘말려 실패한 사업지 중 옥으로 볼만한 곳이 더러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PF 투자는 본인들의 자금과 신용을 공여하는 사업인 만큼 상당히 철저하게 리스크가 관리된다. 실무진 사이에서 딜 확보는 쉬워도 투심 통과는 어렵다 소리가 나온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도덕적 해이가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정작 치열하게 사업성을 분석하고 유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장래성을 인정받아 브릿지론을 한차례 일으켰었던 사업지들 다수가 마냥 돌로만 치부돼 사업이 깨진 모양새다.
다행히 청담동 사업지는 대주단과의 극적인 합의를 통해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시장이 공포를 딛고 옥석을 제대로 가리고 있다는 신호일까. 뭐가 됐던 간만에 들려온 희소식이어서 이목을 끈다. 다른 유수 사업지들도 옥으로 남는 소식이 전해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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