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K 반도체 리빌딩] SK실트론, 불황 속 3조 투자 '세계 1위' 도전②한국·미국 연쇄 증설, 연이어 찾은 '윤석열·바이든'

김도현 기자공개 2023-12-19 14:56:14

[편집자주]

섬유, 정유, 통신 등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선 건 반도체 덕분이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기점으로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 결과다. 그룹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반도체다.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소재·부품 내재화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웨이퍼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 경쟁사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전례 없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같은 그룹사인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이다. SK실트론의 역할이 커질수록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실트론 구미사업장

◇SK 날개 달고 급성장, 편입 이후 막대한 자금 투입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사다. 웨이퍼는 반도체 원판으로 이 위에 증착, 노광, 식각 등 주요 공정을 거치면서 반도체로 재탄생한다. 이를 자르고 포장(패키징)하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칩이 된다. 주요 소재는 실리콘(Si)이다. 최근에는 실리콘카바이드(SiC),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화합물이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회사 모태는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1983년 동부그룹 계열사 삼척산업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 설립한 코실이 하나다. 1989년 동부전자통신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또 하나는 1984년 럭키금성그룹 계열 럭키소재가 미국 실텍과 웨이퍼 기술 제휴를 맺은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럭키소재는 1987년 경북 구미공단 내 4인치(100mm)~6인치(150mm) Si 웨이퍼 공장을 세웠다.

이후 럭키소재가 동부전자통신을 인수하면 '실트론'으로 거듭났다. 2003년에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12인치(300mm) 웨이퍼를 국내 최초 생산 개시했다. 2010년에는 일본에 첫 해외법인을 세우고 2011년 사명을 LG실트론으로 변경했다.

다만 솔라 및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이 부진하면서 회사 실적이 부진에 빠졌다. 그러던 중 구세주로 나타난 곳이 SK그룹이다. 2017년 SK그룹이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SK실트론으로 거듭났다.

SK하이닉스를 품는 등 반도체 사업에 진심인 SK그룹은 SK실트론를 빠르게 가꿔나갔다. 2016년 3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SK그룹 편입 첫해(2017년)부터 1300억원대로 4배 이상 커졌다. 2020년 2494억원, 2021년 2816억원, 2022년 5650억원로 고속 성장은 이어졌다. 단순 계산하면 SK실트론의 수익은 LG실트론 시절 마지막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SK실트론 국내외 사업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미 대통령 방문, Si·SiC 동시 캐파 확대

SK실트론은 전기차 등 성장으로 주목 받는 SiC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2020년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SiC 웨이퍼는 Si와 탄소(C)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한 인공화물인 SiC로 제작한다. Si 대비 전력 변환 손실이 10분의 1 수준이다. 경도는 9.3으로 다이아몬드(경도 10)에 근접하다. 고경도, 내전압, 내열 등도 Si 웨이퍼 대비 우위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장점으로 전력반도체용으로 적합하다. 시장조사기관 욜은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면서 2027년 8조~9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실트론은 SiC 웨이퍼 생산능력(캐파) 증대 차원에서 기존 듀폰 시설에 이어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그로잉 공정, 한국 구미 2공장에 웨이퍼링 및 에피 공정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각 전공정과 후공정 단계다. 구미사업장 내 SiC 웨이퍼 라인을 작년 말부터 가동되고 있다.

2025년까지 SK실트론은 SiC 분야에 6억4000만달러(약 8300억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추후에는 납품 중인 4인치, 6인치에 이어 8인치 SiC 웨이퍼도 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이자 베이시티 공장을 운용 중인 SK실트론CSS를 찾았다. 당시 그는 "한국 반도체 기업 유치로 미국 공급망이 복원되고 있다"며 SK실트론CSS의 투자를 반겼다.

주력인 Si 웨이퍼도 대규모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SK실트론은 올해 2월 구미사업장에서 2조3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해 1차, 올해 2~3차 투자분을 모두 합친 것으로 신공장은 2024년 2분기 준공한다.

해당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윤 대통령 "반도체 소재 국산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부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6년 전 SK실트론이 업계 5등이었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2등으로 올라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1위가 목표라는 후문이다.

현재 SK실트론은 웨이퍼 시장 3위권으로 추정된다. 1~2위는 일본 섬코와 신에츠로 양사 합산 점유율은 50% 내외다. 앞서 언급한 대로 SK실트론은 SK그룹에 포함된 이래로 공격적인 투자로 4~5위에서 두 회사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지난 2021년에는 섬코, 글로벌웨이퍼스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웨이퍼 조달처로 거듭나기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이야기처럼 정부도 SK실트론에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SK실트론의 핵심 생산기지가 있는 구미는 올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바 있다. 관련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늘어 예정으로 SK실트론에 호재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웨이퍼를 공급하는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와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키파운드리, SK파워텍 등 그룹 내 반도체 제조사와 시너지는 물론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고객 관점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욱 SK실트론 신임 대표

◇새 수장 맞이한 SK실트론, 반도체 업턴 맞이 한창

SK실트론은 이번 인사에서 사령탑을 교체했다. SiC 웨이퍼 투자 등 미래 기반을 다져놓은 장용호 사장이 SK주식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SK머티리얼즈를 이끌어온 이용욱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사측에 따르면 이 사장은 그룹 내 반도체 소재 사업 다변화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SK주식회사에서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현재의 기틀을 갖추는데 핵심적인 임루를 수행했다.

이외에도 김자영 수율개선담당, 이치복 웨이퍼링기술담당 등도 임원 승진하면서 SK실트론 성장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들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SK실트론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다운턴(하강국면) 환경 극복 및 향후 반도체 시장의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체계 및 인적역량 구축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