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M 10대 뉴스]IPO 제도 개선에 공모주펀드 재조명…쏠림 심화1년새 달라진 환경, 신규 상품들 '우후죽순'
조영진 기자공개 2023-12-29 10:55:28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원본 총액이 연말 들어 4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0조원 수성도 위태로워보였으나 부동산, 채권, 공모주펀드 등에 자금이 쏠리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공모주펀드는 증시 훈풍, IPO(기업공개) 제도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 헤지펀드 외형 확장을 견인했다. 지난 4월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혜택이 2년 연장됐을 뿐만 아니라 하이일드펀드의 우선배정비율 확대, 허수성 청약 금지 등 공모주 투자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된 영향이 컸다.
◇증시 훈풍에 IPO 제도개선까지...우호적 투자환경
올해 공모주 시장은 지난해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증시침체, 레고랜드발 신용 리스크 부각 등으로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신규 IPO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었다. 2021년 16곳이던 코스피 입성 기업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수산인더스트리, 쏘카, 바이오노트 등 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초를 기점으로 국내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공모주 한파를 우려하던 시장의 전망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연초 22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지난 7월 말 2668포인트까지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 10월 말 2300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이후 재차 상승해 2600포인트 수준으로 올해를 마칠 전망이다.
증시 훈풍에 신규 상장종목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총 52개 신규종목(스팩 포함)이 추가됐다. 소규모 IPO가 주를 이뤘으나 제이오, 기가비스, 지아이이노베이션, 티이엠씨 등 현재 시가총액 5000억원을 웃도는 기업들의 신규상장도 두루 관측됐다.
IPO 제도가 개선되자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공모주 강세는 더욱 거세졌다. 한때 뻥튀기 IPO를 유발했던 허수성 청약이 올해 들어 금지되면서 적정 가격에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조치에 따라 향후 주금납입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는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6개월간 공모주 배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지난 6월 26일부터는 신규 상장 종목의 시초가 형성 과정이 사라져 상장 첫날 공모가의 최대 400%까지 오를 수 있게 제도가 변경됐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다. 이는 올해 하반기 공모주 투자열풍을 주도한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반기 마련된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 원칙도 기관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면서 공모주 투자매력을 키웠다. 지난 4월 말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관행을 확대하기 위해 확약물량에 대한 우선배정 원칙을 마련했다. 그간 깜깜이 식으로 운영되던 우선배정 혜택을 명문화해 기관투자자들의 장기 보유를 장려하는 한편 오버행 이슈를 줄인 셈이다.
◇헤지펀드 외형 확장 일조, 신규설정 펀드 상위권 점유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모주펀드에도 추가적인 혜택이 부여됐다. 먼저 올해 일몰 예정이던 코스닥벤처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혜택이 2년 더 연장됐고, 하이일드펀드의 코스닥 공모주 우선배정비율은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났다. 코스피 공모주에 대해선 하이일드펀드만이 우선배정혜택(5%)을 누릴 수 있어 투자 메리트가 더욱 부각되기도 했다.
투자메리트가 확대되자 공모주펀드의 신규 설정 빈도도 크게 늘어났다. 각종 제도 개선이 본격화된 6월부터 공모주펀드가 한국형 헤지펀드 월별 신규상품의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지난 6월 한 달간 공모주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 일반공모주펀드 등 공모주 상품은 22개가 조성됐다. 당시 신규 설정된 펀드가 총 56개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약 40%가 공모주상품으로 구성된 셈이다.
지난 7월에도 월별 신규 설정 펀드의 상당 비중을 공모주펀드가 차지했다. 지난 7월 한 달간 신규 설정된 펀드는 총 86개였다. 같은 기간 IPO펀드와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 공모주 투자상품은 53개 설정됐다. 전체 신규 펀드의 61%에 이르는 수치다. 펀드 설정액도 한 달간 약 3000억원에 육박했다.
공모주펀드들이 투자성과를 실제로 입증하면서 자금유입이 계속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8월 한국형 헤지펀드의 월별 수익률 상위권에는 주로 멀티전략펀드와 공모주펀드가 랭크됐다. 'DB메자닌플러스 코스닥벤처 일반사모투자신탁제2호'(38.71%), 'QB카푸치노 코스닥벤처 일반사모투자신탁'(25.15%) 등의 공모주펀드가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말까지 공모주펀드 쏠림현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한 달간 새롭게 설정된 펀드는 총 51개로 전월(65개) 대비 소폭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IPO, 코스닥벤처, 하이일드 등의 공모주펀드는 12개가 신규 설정되며 꾸준한 인기를 나타냈다. 'JH NEW 공모주제3호'(106억원), '유경PSG 공모주제1호'(93억원), '슈니크공모주나이스원제2호'(91억원) 등 100억원에 달하는 중형급 펀드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내년에도 공모주 강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주도주가 부재한 탓에 유동성이 신규 상장 종목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1월 파두 어닝쇼크를 계기로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이 IPO 심사 대폭 강화를 골자로 한 상장절차 개선방안 도입을 추진 중인만큼 IPO 시장의 건전화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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