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현대글로비스, 그 많은 현금을 어디에 쓸까2.5조 '역대 최대'…배당 상향 범위 50%로↑, 주주환원 확대 예고
양도웅 기자공개 2023-12-28 08:08:5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2일 07: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물류·해운업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올해도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곳간에 비축했다. 이러한 현금운용 전략을 2018년부터 시작해 6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금 보유량은 현재 2조5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자연스럽게 관심은 이 많은 현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로 쏠린다. 최근 밝힌 대규모 선박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배당 확대를 비롯한 주주환원책도 예상해볼 수 있다. 최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현대글로비스는 배당금 상향 범위를 높이며 배당을 늘릴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매출채권 회수로 현금창출력 극대화…곳간 더 풍족해져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9222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89%(90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비교해도 23%(3634억원) 늘어난 규모다.
현금 창출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매출채권 감소 때문이다. 고객사들이 외상 결제한 건에 대해 대금 회수를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325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반대로 외상 결제를 늘려 7680억원의 현금이 사실상 유출된 것과 확연히 다른 전략을 취했다.
사실 영업활동현금흐름 계산의 시작점인 분기순이익은 올해 8203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2%(128억원) 감소했다. 그런데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현금 창출력은 보인 것 대폭 감소한 매출채권 때문이다.
향상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는 만기 1년 이하로 줄어든 장기차입금과 리스부채 상환에 총 3655억원을 썼다. 이에 따라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현금 유출을 뜻하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반대로 단기차입금을 늘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현금 유입을 가리키는 플러스(+)를 보였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창출한 현금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곳간에 넣었다. 투자와 재무활동에 각각 7108억원, 5610억원을 썼지만 약 6500억원의 현금을 남겨뒀다. 2018년부터 시작한 '현금보유 늘리기' 전략이 올해도 이어졌다. 그러면서 올해 9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5461억원으로 역대 가장 풍부한 유동성을 보이고 있다.
◇배당 확대 가능성 열려···'최대주주' 정의선 회장 승계자금 확보에 보탬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풍부한 유동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강점은 (재무) 안정성"이라며 "현금 창출력 대비 CAEPX(유형자산 취득)가 작고 현금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올해 CAPEX는 1972억원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글로비스가 대규모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자동차 운반선(PCTC) 12척에 대한 신규 설비투자 계획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투자 금액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알려진다. 단 일시에 한꺼번에 투자금이 집행되지 않고 몇 년에 걸쳐 나눠서 이뤄질 예정이다.
조 단위 투자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 매년 수천억원의 현금이 곳간으로 유입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의 유동성이 여전히 넉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여윳돈을 배당 확대를 골자로 한 주주환원에 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최대주주(지분 20%)인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0.32%밖에 들고 있지 않다. 추후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7.19%(현 주가로 1조5625억원어치)를 물려받는다 해도 대규모 세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현대글로비스는 배당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18년 3300원이던 결산 주당배당금은 지난해 5700원으로 72%(2400원) 증가했다. 회사도 배당 확대에 대한 의사를 내비쳤다. 올해 3월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목표배당금 기준을 기존 '전년도 주당 배당금 대비 0~10% 상향'을 '전년도 주당 배당금 대비 5~50% 상향'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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