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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랑' 현대차, EV·수소차에 4조 쏟는 이유 세 가지 인도 타밀나두주, 든든한 EV기업 혜택…지정학적 리스크 낮고 성장성 기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1-12 08:11:2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0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인도 사랑은 유별나다. 그럴 만한 서사도 있다. 첫 해외 진출 실패를 인도 개척으로 만회했다. 현대차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국민차를 여럿 내놨다.

현대차는 1998년 공장 설립 후 매년 인도 현지에 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며 보답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스케일을 대폭 키웠다. 현대차가 세 차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6500억원이던 투자 금액은 4조원 이상까지 불어났다. 4조원은 현대차의 한 분기 영업이익에 해당할 만큼 큰 금액이다.

전에 없이 큰 투자금을 집행할 곳도 콕 찍었다. 투자 영역은 전기차와 수소차다. 투자 지역은 현대차와 기아의 공장이 돌아가는 인도 타밀나두주다. 현대차의 투자 확대 이유 세 가지를 들여다 본다.

◇글로벌 판매목표 매년 상향…인도 땅 노린다

기업의 새해 목표인 가이던스는 이상보다는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2024년 판매 목표는 744만3000대다. 해외 판매 목표가 620만7000대다. 전체 판매량 목표는 전년 대비 2% 늘렸다. 2023년 전년대비 판매량 증가세가 6.7%였으니 실현 가능성이 높은 목표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숫자만 보면 쉽지 않은 목표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70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루지 못한 해도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판매 목표치가 753만6000대였는데 실제 달성률은 84.3%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생산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주요 시장은 최대 완성차 시장인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인도다. 현대차의 인도 투자 계획을 뜯어보면 현대차가 인도 전기차 시장에 얼마나 진심인 지가 엿보인다.

신규 투자는 전기차와 수소로 양분되지만 주력은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다. 현대차가 이달 인도 타밀나두주와 체결한 업무협약을 보면 618억루피(약 98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중 9500억원 가량은 인도 전기차 충전소 구축과 생산설비에, 나머지 금액은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쓰인다.

앞서 발표한 투자 계획들을 합하면 현대차는 향후 10년간 인도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최대 4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다. 전기차 생태계 구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타밀나두주를 방문해 약속한 계획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2032년까지 인도에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전기차 충전소도 2026년까지 439개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현대차 인도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미국엔 조지아, 인도엔 타밀나두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나 타밀나두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내놨다. 2023년 초에는 6년간 400억 루피를, 2023년 5월에는 7~10년간 최대 2000억 루피를 투자한다고 했다. 최근 618억 루피가 추가됐다

타밀나두주 한 곳에만 이렇게 큰 투자를 감행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미국에 조지아주가 있다면 인도에는 타밀나두주가 있다. 두 지역의 공통점은 우선 현대차그룹의 공장이 건립된 곳이고, 주 차원에서 투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곳이라는 점.

일례가 최근 치러진 '글로벌 투자자 미팅 2024'다. 현대차가 이미 3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약속하고도 추가 투자를 결심한 건 이 행사 때문이었다. 인도 매체 더 힌두에 따르면 타밀나두주는 이틀간 이 행사를 개최해 631건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베트남 빈패스트와 일본 EV 기업인 테라 모터스 등 현대차 외에 해외 기업들도 투자에 나섰다.

현대차를 포함해 완성차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 건 타밀나두주 만의 전기차 정책 때문이다. 타밀나두주는 2021년과 2023년 전기차 정책을 연거푸 내놨다.

고용 인센티브, 전기차 관련 생산을 위한 자본 보조금, 전기차 전용 공단과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해외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세금 문제를 상쇄하는 정책들이다. 타밀나두주가 인도 수출의 9.02%를 차지하는 등 타밀나두주가 내세우는 성장성도 현대차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현대차의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 사진=현대차그룹

◇'사람 많고 땅 큰' 인도는 훈풍, 중국과 러시아는 한파

인도와 중국, 러시아는 넓은 땅과 인구, 경제 성장 가능성 등 비슷한 점이 많은 곳이다. 현대차그룹도 세 지역을 꾸준히 공략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지정학적 문제로 아쉬운 성과를 얻었다. '탈 중러'를 진행하며 인도 시장 성공이 더 절실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 2002년 진출했다. 현대차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를 22년째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만 베이징자동차와 자본금 1조원을 투입했다. 현대차의 부담금은 5700억원에 이른다. 기아도 파트너사인 장쑤위에다와 함께 강소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KCN)에 1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판매량은 사드 사태에 따른 보복 조치로 꾸준히 하락했다. 2016년에는 연 180만대까지 판매했지만 2021년에는 46만대, 2022년에는 25만대에 그쳤다.

러시아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했다.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해 올해로 14년째다. 2017년 투자금액만 2000억원 수준으로 2018년에는 10년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법인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0년에는 GM공장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약 500억원으로 알려졌다. 2019년 1171억원을 출자하고 2021년 1122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현대차는 최근 연 3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두 곳을 팔았다. 손에 쥔 돈은 1만루블(약 14만원)이다.

반면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알토란이다. 인도에서의 판매고는 첫 진출 시기인 1998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은 현지에서 60만2111대를 팔았다. 2022년 55만2511대를 팔아 판매량이 재차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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