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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 꽃놀이패 '에코비트 M&A' [thebell desk]

박창현 기자공개 2024-01-23 07:42:5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학을 뗐다.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PE)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

글로벌 PE를 예비 원매자로 두고 M&A 거래를 진행했던 모기업 대표는 아직도 그때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타이트한 글로벌 본사 보고 시스템과 치밀한 거래 계약,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말했다. 풍부한 투자 실탄을 갖고 있고 딜 종결성이 뛰어난 매력적인 투자자이지만 협상 파트너로는 최악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어찌 보면 그만큼 치열하게 거래를 끌어나가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과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KKR의 포트폴리오인 종합 폐기물 기업 '에코비트'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투자 파트너였던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자구안의 일환으로 에코비트를 처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태영그룹과 KKR은 에코비트 지분을 50%씩 들고 있다.

매각의 주도권은 KKR에 있다. 태영그룹은 채권단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KR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태영그룹 재무 상황에 따라 KKR이 에코비트 잔여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주주 간 계약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스로 KKR의 동의를 얻어 M&A가 개시됐지만 여러모로 KKR이 거래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KKR이 거래 주도권을 쥐고 에코비트 매각에 나서는 탓에 이번 거래의 최대 리스크가 'KKR'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PE 특유의 타이트한 거래 진행 방식과 아쉬울 게 없는 현재 상황이 거래의 허들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KKR은 입장에선 꽃놀이패나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에코비트의 적정 가격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판이 깔렸다. 가격을 받아보고 성에 차지 않으면 거래를 접으면 그만이다. 물론 이럴 경우, 급한 쪽은 태영그룹이 될 수밖에 없다. 태영그룹 입장에선 자금조달 계획 이행을 위해선 핵심 자산인 에코비트 매각이 필수적이다. 어떻게든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KKR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면 결국 50% 지분을 살 곳은 KKR 밖에 없다. 이런 복잡한 역학 관계 탓에 KKR이 에코비트 매각에 비협조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싸지 않은 적정 가격에 잔여 지분 50%를 확보하고 추후 매각 절차를 밟는 것이 KKR 측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KKR이 에코비트 M&A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만큼 패를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 때 사업 파트너였지만 태영그룹과도 이제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딜이 고차방정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최근 조셉배 KKR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국내 공동 투자 건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했다는 전언이다. 국내시장에서 KKR의 그립력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KKR은 글로벌 3대 PEF 중 하나다. 거래 상대방이 틈을 보이면 매섭게 파고들어 거래 우위를 점하는데 능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한때 한 배를 탔던 투자 파트너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과연 KKR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 선택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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