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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H ELS 손실로 멀어진 '투자일임업' 꿈 금융시장 환경 변화 예측 실패, 신뢰도 하락…비이자이익 확대 명분도 약화

최필우 기자공개 2024-02-01 12:44:0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권 숙원인 투자일임업 진출이 요원해졌다. 투자일임업은 주식, 채권, 펀드 등에 대한 투자 판단을 일임받아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선스다. 허용시 은행의 자산관리 비즈니스 확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당분간 인가 추진도 힘들게 됐다.

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 명분도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과도한 이자이익을 수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 ELS 판매 금지가 논의되면서 증권사에 자산관리 관련 기능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편이 예상된다.

◇투자자문업 물꼬 텄지만…요원해진 일임업

3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ELS 판매 금지를 비롯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내달 주요 ELS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마치는 대로 제도 손질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전경

ELS는 은행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은행권은 ELS를 주축 상품으로 삼고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특정금전신탁 등을 추가해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은행권은 취급 금융상품을 늘리는 동시에 자산관리 관련 라이선스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투자자문업 진출 물꼬를 튼 게 대표적이다. 투자자문업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판단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자문 수수료를 수취하는 비즈니스다. 금융 당국은 그간 은행권에 부동산 한정으로 투자 자문을 허용했는데 지난해 KB국민은행에 투자자문업무를 전면적으로 허가했다.

투자자문업은 투자일임업으로 향하는 가교로 여겨졌다. 투자일임업 인가를 받으면 고객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좌를 직접 운용할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 운용을 놓고 증권사와 경쟁이 가능해진다. 은행권은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문 성과를 내고 투자일임업 인가 획득 명분을 쌓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홍콩H ELS 손실 규모가 올 상반기에만 5조~6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투자일임업은 물론 추가적인 투자자문업 인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권이 홍콩H 지수와 금융시장 환경 변화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권 분리주의' 기조 강해질듯

은행권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 인가는 업권간 장벽을 허무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문업과 투자일임업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허용되고 있는 비즈니스다.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참여하면 금융권 내 자산관리 경쟁을 유도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권의 바람과 달리 국내 금융권의 업권 분리주의 성향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ELS의 리스크를 감안해 은행 판매를 금지하고 증권사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원 질의가 이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다른 상품도 ELS와 마찬가지로 위험성을 갖고 있는 만큼 전반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잦아들 전망이다. ELS 편입 특정금전신탁은 시중은행이 수수료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ELS 판매가 금지될 경우 대체할 만한 상품이 마땅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데 다른 상품을 팔거나 라이선스를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손실이 난 고객 대응에 집중하면서 금융 당국이 내놓는 제도 개편안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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