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낸드사업 점검]상처 컸던 솔리다임, 구조조정은 마쳤다③누적 적자 7조, 업황 반등 조짐에 '반전' 기대
이상원 기자공개 2024-02-06 09:02:20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2021년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는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낸드 경쟁력을 확보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려는 SK하이닉스의 염원이 담긴 딜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인수 1년여 만에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을 정도로 업황이 침체됐다. 이제는 SK하이닉스의 재무구조 약화 주범으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가 지목된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그 현주소와 향후 전망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2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에게 솔리다임은 그동안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솔리다임이 지난 2년간 거둬들인 성과는 '누적 적자 7조원'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10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 사들인 곳이기 때문이다.그나마 기대볼만한 구석은 뼈를 깎는 솔리다임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솔리다임 주요 사업인 낸드 업황도 마침 훈풍이 불 분위기란 점이 눈길을 끈다.
인적 쇄신으로 솔리다임 고정비 지출을 줄여둔 만큼 이제 운영 효율성 극대화란 미션이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내에 낸드 불황의 터널을 지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업황 침체 예상못한 대규모 투자, 계륵 된 낸드법인
솔리다임은 2021년 12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와 함께 설립됐다. SK하이닉스가 낸드 사업 관리를 맡기기 위한 자회사 형태로 만들었다. 낸드 사업의 제품 개발과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새크라멘토 카운티 랜초코르도바로 지난해 이전했다.
인텔의 기술력을 그대로 이어받은만큼 SSD 등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과거 데이터센터 등에 탑재되는 기업용 SSD 시장을 주도했다. 2022년 4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기술 시너지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SSD 'P5530'이 출시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대가 컸다.
그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1억달러(약 1333억원)를 들여 새로운 미국 글로벌 연구개발(R&D) 캠퍼스를 구축하고 본사와 통합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거점 마련에도 속도를 냈다. 중국 상하이, 대만, 폴란드 그단스크 등에 새로운 사무소를 연이어 열었다. 최근에는 멕시코 과달라하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업황이 확 꺾였다는 점이다. 그 사이 낸드 업황은 급속도로 침체됐다. 지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규모 적자만 쌓여갔다.
솔리다임의 실적은 SK하이닉스의 해외 연결자회사 '낸드프로덕션솔루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솔리다임을 비롯해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사업 판매 조직망과 해외 법인 등을 포괄한 종속 기업이다.
솔리다임을 인수한 바로 그 해인 2022년 SK하이닉스 낸드프로덕트솔루션은 3조325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23년 들어서는 3분기 누적 기준 3조6724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누적 손실이 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심차게 인수한 솔리다임의 대규모 적자로 SK하이닉스의 부담은 커져만가고 있다. 가뜩이나 인수 당시 부족한 현금을 모두 차입을 통해 마련한 가운데 지속된 적자로 SK하이닉스의 돈줄도 빠르게 말라갔다.
2020년말 연결 기준 SK하이닉스의 총차입금 규모는 12조8954억원이었다. 1차 인수대금(약 8조원)을 지급한 2021년말에는 총차입금이 19조1496억원에 달했다. 6조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34조58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조원 가량 늘었다.
문제는 2022년 들어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증가한 차입금이 곧 이자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금융비용은 1조787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CAPEX)를 필요한 가운데 내년 3월에는 2조3000억원에 달하는 2차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다.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적극적인 구조조정, 운영 효율화 강화로 부담 최소화
실적과 재무부담이 커지다 보니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을 통한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도 빛이 발한 상태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솔리다임 인수 초반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며 양사의 시너지 확대와 사업 안정화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긴축'에만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본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운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7월 한국 지사를 정리하고 몇 안되던 직원들을 해고했다. 모기업인 SK하이닉스의 본사가 있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본사 직원의 10%인 약 10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어 10월에는 약 20%의 직원을 추가로 해고했다.
30% 가량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로써 솔리다임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도 낸드 업황 개선을 염두에 두고 더 이상 몸집 줄이기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낸드 가격도 상승하며 '훈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낸드 고정거래가격평균은 4.72달러로 전월 대비 8.87% 올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 인수는 SK하이닉스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도 그동안 기술력이 성장하며 회사 안팎으로 인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실질적인 인수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낸드 업황이 개선되고 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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