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비즈니스 2.0]갤러리조선, 3대 잇는 열정 "국경 넘어 작가 보낸다"③조선화랑 3세 여준수 부디렉터 "해답은 콘텐츠, 국내 갤러리 씬에 없던 작가 찾기"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23 11:48:10
[편집자주]
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갤러리조선이 조선화랑의 계보를 이어 새로운 모험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갤러리조선의 키워드는 '도하(渡河)'다. 한단계 성장을 위해 국경을 넘겠다는 의지다. 해외 갤러리와 계약을 통해 국내 작가를 해외에,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과감한 도전 뒤엔 조선화랑의 3세이자 갤러리조선 2세인 여준수 부디렉터(36)가 있다.갤러리조선은 신진작가를 발빠르게 소개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갤러리업권의 순위는 단순 매출로만 매겨지지 않는다. 1차 시장인 갤러리업계는 얼마나 활발하게 작가 발굴에 매진하는지를 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파악하고 있다. 갤러리조선은 마더화랑(작가를 처음 발굴하는 갤러리)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 전속작가는 모두 16명이다.
갤러리조선은 조선화랑 권성능 대표의 딸 권미성 대표가 2004년 종로구 소격동에 차세대 갤러리를 표방하며 설립한 화랑이다. 조선화랑이 국내 3호 상업화랑으로서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효시격 화랑의 역할을 했다면 갤러리조선은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지향하며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해가고 있다.
국내에서 상업화랑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현대적인 의미의 상업화랑은 1970년대부터로 본다. 현대화랑(현 갤러리현대), 명동화랑이 각각 상업화랑 1호와 2호로 불리며 3호인 조선화랑은 1971년 소공동 조선호텔에 개관해 유명 원로작가, 중견작가의 회화나 조각, 판화 등의 전시·판매를 했다.
1세대 상업화랑들 중 현재까지 명성을 이어가는 곳은 드물다. 화랑들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주로 다루는 작업들의 특성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기존 모던 아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반을 버리고 단기간에 동시대미술로 축을 옮겨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트렌디한 미술을 무기로 장착한 신생 갤러리가 생겨나면서 더 이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갤러리조선은 1세대인 조선화랑의 흐름은 잇되 사업적으로는 명확한 구분을 두고 새롭게 개관했다. 여준수 갤러리조선 부디렉터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갤러리 2세들이 겪는 고충은 동시미술 쪽으로 사업의 중심을 전환하기 위한 방법 모색"이라며 "다만 갤러리조선은 이같은 고민 필요없이 처음부터 '컨템포러리'에 포커스를 뒀다"고 말했다.
여 부디렉터는 갤러리조선이 설립 20주년을 맞는 올해 또다시 새로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전속작가를 해외갤러리에 파견하고 반대로 해외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모델을 계획 중"이라며 "20년간 갤러리조선이 국내 중심 인프라를 다졌다면 '한불 교류전'을 시작으로 조금 다른 길로 나아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불 교류전은 갤러리조선과 프랑스 예술가 단체 'Le Wonder'가 함께 하는 행사다. 한국, 프랑스 작가로 구성된 그룹전을 두 차례 올해 상, 하반기 국내에서 진행한 뒤 10월에는 전체 18명의 작가가 파리에서 공동으로 하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여 부디렉터는 "갤러리조선이 직접 해외에 브런치를 내기보단 전속 작가를 갤러리의 일원으로 보고 해외에 파견해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갤러리가 조명받는 것이 아닌, 작가 자체를 주목하게 만들기 위한 방식이며 중소화랑들이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솔로쇼'로 히트, NFT 작가 소개 등 과감한 행보
여 부디렉터가 갤러리조선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이다. 일본에서 영상학을 공부하다 잠깐 귀국해 모친의 사업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이 일에 빠져들게 됐다. 4년간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다 2018년 대구 아트페어에서 본격 데뷔전을 치뤘다. 이후 여 디렉터와 몇몇 갤러리스트들이 모여 만든 아트페어 '솔로쇼'는 업계에서 갤러리조선과 여수 부디렉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아트페어는 미술품 판매의 장으로 여러 갤러리들이 모여 주최측에 비용을 지불하고 부스를 빌려 전시를 구성하는 행사다. 솔로쇼는 오래된 여인숙 건물을 빌려 독특한 최소의 비용으로 페어를 꾸렸으나 판매율이 평균 80%에 달해 입소문을 탔다. 이후로 6번째 솔로쇼까지 개최되는 성과를 봤다.
여 부디렉터는 지난해 해외 작가를 국내 시장에 소개하는데에 공을 들였다. 그는 "갤러리의 성장을 위해 고민한 끝에 찾은 해답은 결국 콘텐츠였다"며 "외국작가를 타깃하기로 했고 국내 갤러리 씬(Scene)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외국 출생 작가를 데려와 익숙한 새로움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NFT작가 'Axl Le'가 그 예다. 아직 한국 미술계에서 디지털 작업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때였으나 수준 높은 퀄리티의 디지털 작품의 상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 디렉터는 "해당 작가가 그래픽 아트분야에서 이미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 상영전시가 큰 성공을 거뒀다"며 "한국에서도 디지털 아티스트의 팬이 많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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