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노림수는 점유율일까 빅4 중 여력 대비 큰 인하폭…점유율 30% 탈환·중소형사 추격 방어 효과
강용규 기자공개 2024-03-06 12:37:22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화재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의 폭을 당초 계획보다 확대했다. 이른바 '빅4' 중에서는 가장 큰 폭이다.업계에서는 빅4의 아성을 위협하는 메리츠화재 등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중소형 보험사들을 상대로 방어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빅4 중 손해율 꼴지, 합산비율 3위, 인하율은 1위
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들이 2월 하순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인하했다. 삼성화재(2.8%)를 필두로 KB손보(2.6%), DB손보(2.5%), 현대해상(2.5%) 등 자동차보험업계 대형 4사가 16일 먼저 보험료를 낮췄고 21일에는 메리츠화재(3%)와 한화손보(2.5%) 등도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금융사들을 상대로 한 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권유에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호응한 것이다. 손보사들은 2021년 자동차보험부문에서 39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017년 이후 4년만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이익이 4780억원으로 더욱 커졌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706억원 감소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연간 흑자 기조는 유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눈길이 가는 곳은 업계 1위 삼성화재다. 1월까지만 해도 자동차보험료를 2.6% 낮출 것으로 밝혀왔으나 인하 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물가상승 등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하고 소비자에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추가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삼성화재가 요율 인하의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삼성화재는 2023년 자동차보험에서 18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년 대비 14.8% 늘어난 수치다. 사업비율을 16.2%로 유지한 가운데 손해율을 80.9%에서 80.4%로 낮춘 결과다. 손해율 개선이 곧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 여력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형 4사를 비교하면 삼성화재는 손해율이 가장 높다. 2023년 잠정치 기준으로 DB손보가 78.3%로 가장 낮은 손해율을 보였고 현대해상이 79.2%, KB손보가 80.2%를 각각 기록했다.
사업비를 고려한 합산비율을 따져도 삼성화재의 96.6%는 KB손보의 97.4% 바로 다음이다. DB손해보험의 92.4%는 물론이고 현대해상의 95.2%보다도 높다. 효율지표를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가장 큰 곳은 DB손보다. 그런데 오히려 삼성화재가 가장 큰 폭의 인하 요율을 책정한 것이다.
◇멀어지는 점유율 30%, 거세지는 중소형사 추격
자동차보험은 원수보험료 기준으로 빅4가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85.2%를 기록하는 과점시장이다. 특히 삼성화재는 부동의 1위다. 한때는 연간 점유율 30%가 삼성화재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삼성화재의 점유율은 꾸준히 30%를 밑돌고 있다. 때문에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가 점유율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업계의 해석에 신뢰성이 더해진다.
2020년에는 29.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30% 고지 탈환을 눈 앞에 두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28.4%를 기록했다. 원수보험료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수입은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랐다. 이 격차를 경쟁자들이 잠식해온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시장의 중소형 보험사들이 빅4의 점유율 잠식에 칼을 갈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리츠화재가 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작년 상반기 3.7%에 불과하지만 김중현 신임 대표이사가 직접 점유율 확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2월부터 적용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폭도 3%로 가장 크다.
1월 자동차보험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보험 비교 플랫폼도 고려 대상이다. 대형사들이 플랫폼 수수료에 대해 손익 방어를 위해 별도의 요율을 책정한 것과 달리 중소형사나 비대면사들은 별도 요율 없이 수수료를 감수하기로 했다. 아직 플랫폼을 통한 계약이 전체의 1%도 되지 않으나 추후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면 이들의 점유율 잠식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특정한 몇몇 지표상의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상생금융 동참의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와닿는 분야가 자동차보험인 만큼 이에 맞춰서 결정한 것"이라며 "이익 기조를 유지한다는 관점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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