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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할인율 영향 점검]메리츠화재, 가용자본 증가에도 막지 못한 신설위험 영향이익잉여금·후순위채로 보험부채 증가 영향 만회…보험위험액은 오히려 줄여

강용규 기자공개 2024-11-20 12:35:35

[편집자주]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요인으로는 할인율 인하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부채 산출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도록 할인율 산출 기준 현실화를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할인율이 떨어지면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지고 자본은 줄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을 들여다보고 이에 따른 회사별 지급여력 변동 영향 등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5: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메리츠화재)은 상반기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다만 자체 이익 창출능력과 외부 자본확충을 통해 가용자본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그러나 가용자본보다 요구자본이 더욱 크게 증가한 탓에 지급여력비율의 하락까지 막지는 못했다. 보험부채 평가액 증가에 따른 보험위험 증대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올해부터 신설된 운영상의 신규 리스크까지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7000억 보험부채 순금융손실에 업계 평균 하회한 가용자본 증가액

메리츠화재는 2024년 상반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224.7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17.46%p(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지급여력비율의 분모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1.9%(2413억원) 늘어났지만 분자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도 9.8%(5226억원) 증가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조치의 영향은 보험부채의 평가액이 증가함에 따라 가용자본의 구성요소 중 순자산의 하위 항목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감소하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 가용자본이 1.9% 늘어나기는 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가 할인율 인하 조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국내 손보사 가용자본은 평균 3.7%가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심지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자산 중 배당 등에 사용된 6563억원이 가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올 상반기 말에는 가용자본 불인정 금액이 1675억원으로 4888억원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여력을 포함한 가용자본여력은 오히려 감소했다고도 볼 수 있다.

올 상반기 동안 메리츠화재의 감독회계상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4784억원에서 -820억원으로 5604억원 감소했다. 일반회계 기준으로는 5593억원이 줄었다. 이 기간 기타포괄손익을 가장 많이 끌어내린 요인은 -7395억원의 보험계약부채 순금융손익이다. 보험부채 평가액의 변동을 마이너스(-)로 기록하는 항목으로 할인율 인하가 메리츠화재에 미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같은 기긴 이익잉여금이 4조5592억원에서 4조9189억원으로 3597억원 증가헤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분을 일부 상쇄했다. 지난 4월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 보강 역시 가용자본 증가에 보탬이 됐다.

(자료=메리츠화재)

◇리스크 측정대상 부채 늘었지만…요구자본 증가, 보험위험보다는 운영위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인해 늘어난 보험부채는 가용자본을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요구자본이 불어나는 요인이기도 하다. 위험 측정대상 보험부채 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보험위험액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 요구자본이 5226억원 늘었다. 그런데 이 기간 요구자본 구성요소 중 보험위험액(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과 일반손해보험위험액의 합산)은 6조1492억원에서 6조505억원으로 오히려 987억원 줄었다.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5조4807억원에서 5조2493억원으로 2314억원 감소하면서 일반손해보험위험액의 1327억원 증가를 넘치게 만회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대재해위험 제외)의 측정대상부채는 7조8367억원에서 8조8895억원으로 1조528억원 증가했다. 자연히 △사망 △장수 △장해·질병 △장기 △사업비 등 하위 위험액도 늘었다. 그런데 해지위험액만은 3조5510억원에서 2조8216억원으로 급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작년 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의 개정으로 대량해지 위험계수가 변경되었는데 적용시기를 2023년 12월 또는 2024년 3월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었다"며 "메리츠화재는 이를 올해 3월로 적용해 그 영향으로 작년 말 대비 해지위험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요구자본 구성요소 중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인 요소는 운영위험액이다. 4106억원에서 1조2498억원으로 8392억원 늘었다. 이는 올해부터 운영위험의 하위 위험액으로 기초가정위험액이 신설된 점에 기인한다. 기초가정위험액은 지급 보험금이나 사업비의 예실차손익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자본을 쌓는 개념이다.

메리츠화재는 올 상반기 말 기준 기초가정위험액이 83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초가정위험액은 모두 생명장기손해보험의 사업비 예실차에 대비해 신규 산정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가 메리츠화재의 요구자본 증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보험부채의 평가액이 늘지 않았다면 사업비 예실차 역시 더 작은 규모로 관리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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