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 뚫는 부동산신탁사, 차입 확대 예고 '재무 적신호' 단기차입금 한도 증액 '잰걸음'…차입형 리스크 대비,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
정지원 기자공개 2024-03-13 07:37:5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세 달 동안에만 3곳 부동산신탁사가 단기차입금 한도를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자산신탁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이 자기자본의 100% 안팎까지 차입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모회사로부터 유상증자가 어려운 곳들이라 외부 차입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각종 리스크의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자산신탁이나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지난해 영업실적이나 재무완충력 지표는 우수한 편이었다. 다만 공통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을 늘려온 결과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 이어질 차입에 따라 부채비율 등 지표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투·KB·대신 연달아 차입 한도 '증액'
12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대신자산신탁은 최근 700억 규모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렸다. 실제 같은 금액의 차입금이 발생한 건 아니다. 추후 차입을 염두에 두고 차입 한도 설정액을 늘렸다.
이로써 단기차입금 한도액은 1500억원으로 늘었다. 기존에는 800억원까지만 단기차입이 가능했다. 이 중 실제 차입액은 620억원으로 나타났다. 880억원만큼의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자기자본의 89.6%에 달하는 차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뒀다. 대신자산신탁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1675억원을 기록했다. 총 단기차입금 한도액인 1500억원과 비교했을 때 175억원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이같은 결정을 공시한 신탁사가 최근 들어서만 3곳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단기차입금 한도액을 기존 11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2252억원의 137.7% 수준이다. 실제 차입액은 900억원이다.
KB부동산신탁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4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총 한도액이 765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2861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의 2.67배까지 단기차입금 한도를 열어뒀다는 의미다. 실제 차입액은 3450억원 정도다.
◇고위험 신탁 리스크 '가중'…유상증자·회사채 발행 '한계'
KB부동산신탁과 달리 대신자산신탁과 한국부동산신탁의 경우엔 지난해 양호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KB부동산신탁은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대신자산신탁은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6.7%. 84.5% 늘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각각 35.7%, 44.4%씩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외형 및 수익성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차입 한도를 늘린 셈이다.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에 뛰어든 영향이다. 해가 지나면서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가 커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엔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쪽에 속한다.
대신자산신탁의 지난해 말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977억원으로 전년 316억원의 세 배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343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에는 1997억원 정도였다. 두 회사는 모두 2022년부터 관련 수주에 나섰다.
추후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한도 내에서 차입을 실행할 전망이다.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신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신탁사 중에서 시장 신인도나 점유율이 높은 편이 아닌데다 금융그룹 계열사가 아닌 탓에 외부 차입에 먼저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재무지표도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에 외부 차입 한도를 늘린 3개 회사 모두 이미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전년 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신자산신탁은 15.3%에서 46.5%로, KB부동산신탁은 28%에서 200.4%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8.3%에서 47.7%로 올랐다. 자기자본 수준 또는 그 몇 배에 달하는 차입 한도를 만들어 놓은 만큼 향후 부채비율은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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