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돌아온' 바이오 열풍…IPO 시장엔 찬바람 여전수급 개선에도 주관계약 기피…금융당국 엄격한 잣대 탓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25 13:10: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시에 바이오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2차전지와 인공지능(AI) 섹터가 주춤한 사이 바이오 상장사의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상승하고 있다.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코스닥 바이오사의 상승 랠리에도 바이오 기업공개(IPO)를 바라보는 IB업계의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금융 당국의 높아진 승인 허들 탓에 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주관 영업에 힘을 싣지 않는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수요예측 스케줄 연기…줄잇는 바이오사 RFP '글쎄'
IB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인 디앤디파마텍의 IPO 수요예측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본래 이달 초 수요예측을 벌이는 스케줄을 갖고 있었으나 지난 2월 초 금융감독원에서 증권신고서의 정정 제출을 요구받았다.
상장 예비기업이 IPO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정정신고서 요청을 받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러나 약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IPO에 나선 업체가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건 흔치 않다. 그만큼 까다로운 정정 요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디앤디파마텍은 한때 기업가치가 1조원 대로 예상됐던 바이오 기대주다. 메이저 투자 기관이 줄줄이 재무적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이 3번째 IPO 도전이다. 2020년과 2021년에도 상장에 나섰으나 결국 철회를 선택했고 삼수생의 입장에서 만전을 기해 재차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올해 상장 빅딜은 물론 알짜 IPO 후보군 가운데 신약 개발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보수적으로 소화하는 데다 거래소측 승인을 받아도 다시 금감원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바이오 섹터 특유의 높은 주가 변동성에 신약 개발 성사도 쉽지 않은 터라 금융 당국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지난해 말을 전후해 공모주 투자가 '핫'한 인기를 끌면서 증권업계엔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가 쌓이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앞다퉈 상장에 나서고자 애쓰고 있다. 상장예비기업엔 IPO 완주는 물론 공모자금 최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그간 위축돼왔던 바이오 섹터의 유망주가 적지 않으나 IPO 파트마다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 당국이 바이오 IPO를 상대로 현미경 심사를 이어가자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입하는 재원과 비교해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여기에 바이오는 IPO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은 섹터이기도 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은 상관관계가 높기에 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껑충 뛸 때마다 바이오 IPO에도 훈풍이 이어졌다"며 "하지만 유독 신약 개발 업체의 IPO 승인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바이오 딜을 등한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주관사의 스탠스와는 별개로 비상장 바이오사의 RFP를 계속 전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섹터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건 알테오젠과 HLB다. 올들어 알테오젠의 주가는 100% 가까이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머크사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SC' 독점 계약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캐시플로우를 달성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HLB의 주가도 올들어 파죽지세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100% 정도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14조원을 넘어섰다. HLB와 알테오젠은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순위가 나란히 3위와 4위로 뛰어올랐다. 이들 기업의 선전 덕에 다른 바이오사의 주가도 상승 추세에 올라타기 시작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이들 바이오사가 모두 신약 개발 업체라는 대목이다. 국내 바이오 섹터에서는 아직까지 글로벌 신약을 자체 개발한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복제약 비즈니스인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글로벌 업체의 반열에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알테오젠과 HLB가 잇따라 낭보를 전하자 국내 신약 개발사의 잠재력도 재평가되고 있다.
한 IPO 본부장은 "최근 수년 간 자금조달 이슈로 가장 곤경에 처했던 건 바이오 섹터"라며 "레고켐바이오나 한미약품 등 선두 업체마저 인수합병(M&A) 이벤트를 선택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기업마다 IPO 니즈는 최고조에 이른 시점인데 상장 완주를 달성하기가 녹록지 않은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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