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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플로 모니터]번만큼 '샤힌'에 쓰는 에쓰오일, 재고자산 관리 총력전실적 악화에도 현금 보유량 2조…재고자산 소진 속도, 운전자본 부담 완화

김동현 기자공개 2024-03-26 08:16:0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10: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단지를 구축하는 '샤힌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에쓰오일의 고민은 내부 현금보유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데 있다. 총투자액 중 71%(6조5732억원)를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정유업황이 꺾이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조4619억원을 샤힌프로젝트 구축에 투입한 에쓰오일이 앞으로 내부 조달로 투자할 금액은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금액의 절반이 넘는 2조7160억원을 올해 샤힌프로젝트 투자금으로 활용한다.

이 가운데 올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값 차이)도 올라가 모처럼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로 재고자산 활용도를 끌어올리며 지난해 현금보유량을 2조원 가까이 쌓은 점도 에쓰오일이 투자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2조 넘어선 영업활동현금흐름, 보유 현금도 2조 육박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는 1조9633억원이었다. 에쓰오일의 현금보유량이 이와 비슷했던 때는 2021년으로, 당시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9455억원이었다. 지난해 현금보유량은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이기도 하다.



현금보유량 자체는 2년 전과 비슷한 규모이지만 현금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은 사뭇 다르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가 실적 악화를 경험하던 시기였는데 에쓰오일은 외부 투자와 같은 현금유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2021년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등 전 사업장에서 진행된 정기보수 작업은 없었으며 일상적인 유지보수에만 자금이 들어갔다. 현금 유출을 최소화한 덕에 투자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됐고 전년도 보유했던 현금(7374억원)과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1조6144억원)까지 더해지며 현금보유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다만 본격적인 샤힌프로젝트 투자를 발표한 지난해는 다르다. 매년 진행해야 하는 정기보수에 샤힌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에만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2조661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중 유형자산취득으로 2조1856억원이 나갔는데 유형·금융자산 처분(3311억원) 등의 투자활동 유입금으로 유출금액을 상쇄하기 어려웠다.

대신 에쓰오일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만 2조5257억원의 현금유입을 창출하며 현금보유량을 끌어올렸다. 2022년 비축한 1조3103억원의 현금에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까지 더해지며 에쓰오일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수 있었다. 에쓰오일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재고자산 관리에 빛난 영업현금 유입

지난해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 연도 3조4052억원에서 60.2% 줄어든 1조3546억원이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이듬해 급락하며 정유업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락한 탓이다.

수익성은 뒷걸음질쳤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큰폭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데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운전자본의 변동)' 항목에서 반전을 써냈기 때문이다. 2022년 재고자산 변동에서 1조3375억원의 유출이 발생하며 운전자본 변동 항목이 -2조132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은 반대로 재고자산 감소로 2093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계산돼 그만큼 운전자본 변동 항목(1조4731억원)도 큰폭으로 올랐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전체 재고자산 규모를 1조원가량 늘렸다. 2020년 2조1923억원이었던 재고자산 규모는 3조5453억원(2021년), 4조7332억원(2022년) 등으로 증가했다. 다만 이 시기는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 회전율이 8.6~9.3회 가장 높았던 때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정유업황이 꺾이며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비축한 재고를 기반으로 평년 수준의 회전율을 유지해 재고자산 변동으로 플러스 값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에쓰오일의 전체 재고자산 규모는 4조6392억원이었고 재고자산회전율은 7.2회를 기록했다. 호황기였던 2022년과 비교하면 회전율이 크게 내려가긴 했으나 회전율 수치 자체는 코로나19 이전(7.0~8.2회)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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