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기후테크 스타트업 돋보기]"엔벨롭스, 자연에 맡기던 작물재배…이젠 AI가 케어"②윤성 대표 "1등 영농형 태양광 솔루션 만들 것"…친환경·생산성 두마리 토끼
이영아 기자공개 2024-04-04 08:49:34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폭염, 한파, 가뭄 등 이상 현상이 빈발하면서 인류는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배출 절감 등 기후 변화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글로벌 자본이 몰리기 시작한 배경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대부분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않은 초기기업이라 벤처캐피탈(VC)의 투자 비중이 높다. 글로벌 전체 투자 시장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더벨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 현황, 자금조달 이슈, 미래 청사진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9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존엔 태양광 패널이 고정돼 있어 날씨 등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시간 기후 데이터와 결합한 후 패널 각도를 조절한다면 각 농작물에 맞는 광포화점을 맞출 수 있고, 기후 변화에도 실시간으로 대응이 가능해진다."윤성 엔벨롭스 대표(사진)는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엔벨롭스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전력생산을 동시에 하는 시스템이다. 프랑스 와이너리는 포도 재배를 위해 영농형 태양광을 활용한다. 기후변화로 과일 재배 지도가 바뀌면서다.
엔벨롭스의 미션은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농형 태양광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핵심은 하드웨어(태양광 패널)와 소프트웨어(관제 시스템)를 동시에 개발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업성 검토→설계·조달·시공(EPC)→관제 시스템(사후관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개도국 에너지·식량안보 주목 소셜벤처
윤 대표는 버지니아공대 환경공학 학사,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에너지기술경영 석사를 마친 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타당성분석본부에 몸담았다. 창업을 결심한 것은 2016년이다. 남태평양 피지에 들이닥친 초대형 태풍으로 에너지 인프라가 마비된 걸 목도했다. 당시 그는 피지에 머물고 있었다.
윤 대표는 "도심 지역과 달리 농촌 지역에는 1년이 넘도록 전기가 복구되지 않았다"면서 "탄소 배출로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 등에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퇴직하고 해외 유학시절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2018년 소셜벤처 엔벨롭스를 창업했다.
엔벨롭스는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도전했다. 좁은 땅에 친환경 발전도 하고 작물 피해를 줄여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기후변화 저감과 적응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개도국은 토지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유휴지가 많고 농지의 생산성도 낮은 편이었다.
3년에 걸친 준비 끝에 2020년 기획재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환경산업기술원(KEITI) 등의 지원을 받아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에서 피지 4㎿급 영농형 태양광 사업 승인을 받았다. 정부가 민·관 협력으로 공동 개발한 사업이 GCF 재원을 유치한 첫 사례다.
윤 대표는 "GCF 차원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승인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행선지는 베트남이었다. 한국·독일·베트남 기업과 기관이 공동으로 힘을 모아 영농형 태양광 실증 사업에 나섰다. 해외 개발 사업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엔벨롭스 포트폴리오에는 국내 사업 비중이 작다.
◇프랑스·이탈리아 비롯 글로벌 확장 시동
엔벨롭스는 △영농형태양광설계및시공(MPP) △스마트영농형태양광관리시스템(SAMS) △민자발전사업(IPP) 등 확장 로드맵을 구축했다. MPP는 사업 검토 및 EPC 모델이다. SAMS는 재배 환경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 패널 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관제 시스템이다. IPP는 자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운영을 통해 전력 및 탄소배출권을 판매한다.
영농형 솔루션 글로벌 1위 기업이 목표다. 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AI 알고리즘을 결합한다면, 맞춤형 작물 재배 환경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태양광 발전)와 소프트웨어(AI 관제 시스템)를 모두 갖춘 영농형 솔루션 기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포도를 비롯한 특정 작물에 집중한 모델링 시스템은 존재하고 있으나 여러 작물을 아우르는 시스템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환경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전세계 각지에서 파악한 실증 데이터는 관제 시스템 알고리즘 고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작물 재배를 내재화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진출 지역도 넓히고 있다. 최근 주력하는 지역은 유럽과 이스라엘이다. 특히 유럽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이미 수익성을 증명하고 본격적인 상업화에 들어갔다. 정책도 뒷받침되고 있다. 이탈리아가 영농형 태양광 설치비용 40%가량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윤 대표는 "유럽이 적극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최근 프랑스에서 146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입찰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80메가와트가 영농형 태양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움직임이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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