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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IB 성과급 이연'이 쏘아올린 작은 공

김슬기 기자공개 2024-05-02 07:20:19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나는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마다 성과급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과급이 나오긴 했는데 왜 이렇게 나왔는지는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부터 "생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죠"까지 여러 갈래였지만 허탈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물론 성과급 만족도는 주관적이지만 보통 과거 내가 받은 성과급과 비슷한 규모의 타사와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얘기를 나눴던 IB들은 국내 대형 증권사 전통 IB 파트에 속해있는 이들로 지난해에도 뚜렷한 성과를 냈고 일년내내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단 얘기다.

크게 보면 최근 대형증권사 위주로 불만이 많아진 데에는 성과급 이연 제도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과거 성과급 잔치를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파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올해부터 증권사 IB 파트 전반으로 이연성과급 도입을 강화했다. 회사채나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전통 IB 파트도 예외가 없었다.

이연 성과급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이거나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증권사를 대상으로 하며 이연지급 기간은 3년 이상이어야 한다. 대부분은 보통 3년으로 설정하지만 4년까지 이연 기간을 늘려놓은 증권사도 있다. 금액 기준도 없앴다.

해당 제도의 목적은 향후 손실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라는 것이지만 전통 IB 파트의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합리적이지 않다. 대부분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고 있어서다. 충당금을 쌓을 일이 많지 않고 호흡이 긴 IPO파트의 경우 2~3년을 일했어도 딜이 끝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없다.

당장 얇아진 성과급 봉투를 받아들었음에도 하우스별 수익목표는 전년보다 높아졌다. 너도나도 "전통 IB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린다. 커버리지 파트의 경우 수수료율은 낮지만 긴 호흡에서 대기업과의 관계를 두텁게 형성, 다양한 사업기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눈에 보이는 수익만으로 가치를 환산하기 어렵지만 목표는 더욱 빡빡해졌다.

물론 단순히 성과급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불만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한 증권사 IB는 "경쟁이 치열한만큼 워라밸이 전혀 보장이 안 되는 구조다. 현재 회사에서는 한정된 인력으로 돈도 많이 벌고 윗분들 보기에도 좋은 딜, 둘 다 해야 한다고 하니까 업무 과부하가 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타사 대비 처우까지 안 좋아지면 후배들한테 무엇을 위해 남아있으라고 할까"라고 말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현재 회사에서 해당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다수의 증권사 전통 IB 파트에서는 퇴사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작은 이연 성과급이었을지 몰라도 결국은 "내가 몸담은 하우스가 직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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