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M&A]한국타이어 향한 시장 반응 냉랭한 이유프리미엄 높은데 시너지 애매…"새롭지 않다" 실망감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4-05-10 11:05:26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이번 한온시스템 인수는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그만큼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한국타이어 주가는 17% 급락했다. 다음날에도 0.69% 오르는 데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이유가 뭘까.◇구주 가격,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그사이 외형은 '점프'
한국타이어는 1조7300억원을 투입해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50.5%) 가운데 25%를 1조3679억원(주당 1만250원)에 인수하고, 한온시스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514만주를 3651억원(주당 5605원)에 인수한다.
구주와 신주의 합산 평균 단가는 주당 8726원이다. 최근 1개월간 한온시스템의 평균 주가는 5433원이었다. 6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하는 셈이다. 통상 M&A에서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다만 구주 가격만 놓고 보면 가격은 10년 전 처음 한온시스템 지분을 확보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주당 1만200원으로 지금보다 50원 낮았다.
그 사이 한온시스템의 자산 규모와 외형은 말그대로 '점프'했다. 지난해 말 한온시스템의 연결기준 자산 총액은 9조2444억원에 이른다. 2015년 3조4594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도 5조원대에서 지난해 말 9조원대를 찍었고 10조원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하고 가격이 비싸보이는 이유는 최근 한온시스템 주가가 워낙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가는 2021년 1월의 1만8000원대다. 그러나 이후 3년 동안 주가가 3분 1 수준으로낮아졌다. 8일 종가 역시 5660원에 그쳤다.
◇애매한 시너지…'새로운 게 없다' 실망감도
더욱 눈에 띄는 건 10년 전 한국타이어가 처음 한온시스템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주가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다. 당시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타이어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타이어에 치우쳐져 있던 사업 영역을 단번에 확대했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타이어는 줄곧 타이어 사업에만 주력해왔으나 지주사 전환 후에는 적극적으로 M&A 의사를 밝혀왔다. 당시 연매출이 한국타이어는 약 7조원, 한온시스템은 약 5조원 수준이었다. 본업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지목됐다.
이번에 주가가 약세를 보인 건 10년 전과 달리 기대감은 작아지고 막상 눈에 보이는 시너지는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관리(공조) 회사,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회사다. 둘 모두 완성차 회사에 납품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원료 조달, 생산 등에서 접점은 크지 않다.
물론 아예 시너지가 없지는 않다. 고객사 확보 등 영업상 시너지가 있을 수 있고 완성차 회사를 상대로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자동차 업계 전반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점으로 꼽힌다.
그간 꾸준히 신사업을 언급해왔던 것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는 실망감 역시 어느 정도는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에 모두 1조7000억원이 드는 만큼 한국타이어는 당분간 다른 M&A에 뛰어들기보다는 한온시스템 안정화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한온시스템에 '올인'하면서 다른 신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체질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사업이 아닌, 10년 동안 해왔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라며 "그리 새롭지 않은 데다 한온시스템 실적마저 최근 부진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자금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최근 한국타이어의 실적을 놓고 보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9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1%(1조4686억원)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기업이 사업 결과로 실제 벌어들인 현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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