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촉나라 제갈량은 위나라 정벌에 나서며 중요한 거점 방어를 장수 마속에게 맡겼다. 주요 길목에 진을 치라고 지시했지만 마속이 어기면서 촉나라는 결국 패하고 만다. 이렇게 제갈량의 첫 북벌은 실패로 끝났다. 제갈량은 마속을 무척이나 아꼈지만 예외 없이 엄격한 법을 적용해 눈물을 머금고 참수했다.우리가 알고 있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이야기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측근일지라도 가차 없이 제거하는 권력의 공정성과 과단성을 의미한다. 최근 알툴즈와 알약으로 잘 알려진 이스트소프트 김장중 회장의 심정이 이랬다. 측근이자 계열사 이스트게임즈 이형백 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서자 경질이란 결단을 내렸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이스트소프트에 합류해 25년 가까이 핵심 사업에 참여해 왔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한 직후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되며 곳간 지기를 맡을 정도로 김 회장의 신임은 두터웠다. 2015년에는 핵심 계열사인 이스트게임즈를 맡아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은 연초 주가가 급등하면서 비롯됐다. 작년 이스트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 '비전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데 이어 협업 플랫폼 '팀즈(Teams)'에 인공지능(AI) 휴먼 공급이 결정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마이크로소프트, AI 관련주로 떠오르며 주가가 연일 오름세를 보였다.
상장 후 주가는 대부분 2만원 아래에 있었는데 연초 5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보였다. 처음 보는 주가 흐름에 임원진들은 지분 일부를 매도했다. 그 결과 주가가 하락세로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책임 경영을 해야 할 C레벨이 지주사 지분을 전량 매도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였다. 최고 책임자인 김 회장도 오랜 측근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고민을 거듭하며 결단을 내렸다. 시장의 요구와 회사 거버넌스 차원에서 그대로는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트소프트그룹은 AI 등 신사업으로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갈 길 바쁜 가운데 이번 논란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순 없었다. 김 회장은 단순 경질에만 그치지 않고 공석인 이스트게임즈 대표에 취임하며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최고 책임자인 자신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부디 김 회장의 이번 결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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