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펀드 열전]출시 1년만에 사라진 대박의 꿈 '미래에셋인사이트'8년만에 원금 회복, 수탁고 '5조→1조' 급감
윤기쁨 기자공개 2024-05-21 09:01:10
[편집자주]
최근 수년간 직접 투자와 ETF를 필두로 한 패시브 상품들이 개인들의 투자 트렌드로 고착화되면서 공모 액티브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의 꽃'이라 불리는 이들 액티브 펀드는 포기할 수 없는 한 축이기도 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장기적인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서 운용사의 얼굴이자 대표 상품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흥망성쇠를 이보다 더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 또 있을까. '미래에셋인사이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아픈손가락이다. 짧은 기간 부흥과 쇠락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출시 당시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기를 타고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 달콤함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쓴맛을 봤다.이 펀드는 2007년 10월 출시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야심작이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매력적인 자산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출시했다. '미래에셋'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판매 8일 만에 1조5797억원이 몰렸고 보름만에 4조원을 돌파하며 매섭게 성장했다.
국민펀드 열풍을 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1시간 넘게 창구 앞에 줄을 서야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모펀드지만 판매 초기 가입 금액을 개인당 1000만원 이상으로 제한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우리도 인사이트 펀드 팝니다"는 현수막을 걸며 고객을 유치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박의 꿈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곧이어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거품경제 붕괴가 맞물리면서 수익률은 -53.33%로 고꾸라졌다. 원금을 회복한 건 출시 후 8년이 지난 2015년이 되어서다. 5조원에 달했던 수탁고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수준이지만 여전히 1조원 초반의 초대형 펀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비중 80%, 자산배분 실패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었다"
시장에서 진단하는 '미래에셋인사이트' 실패 원인은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사이트 펀드는 지역과 관계없이 주식이나 채권 등 한 가지 투자 대상에 자산 전부를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최초 '글로벌 스윙 펀드'였다.
당초 계획은 지역과 자산에 상관없이 유망한 종목들을 담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실상 중국 펀드와 다름없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과 '신성장 산업'을 강조한 박현주 회장 철학에 따라 중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출시 3개월차인 2008년 1월 중국 지역 비중이 40%를 넘겼고 2009년 6월 말에는 80.4%까지 치솟았다.
설정 당시만 해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수직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6년 초 1000선에서 시작해 2007년 10월 6000선을 돌파할 정도로 이상 급등한 상태였다. 1년 상승률은 224%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곧바로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을 탔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008년 10월 말 상하이종합지수는 1600선으로 급전직하했다. 미래에셋인사이트는 시장 급락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수익률은 설정 1년만에 -55%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2년 1월 투자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일간지 광고를 내기도 했다. 저조한 수익률로 펀드 가입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데 대한 사과문이었다. 그러나 뒤늦은 사과에 투자자들의 분노는 커졌다.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08년 5월 4조8186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설정액은 2010년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듬해에는 3조원이 무너졌고, 2014년 8월에는 1조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했으나 현재는 1조원 가량이 유지되고 있다.
하방을 막을 수 있는 전략도 부재했다. 전 세계 주가가 급속도로 주저앉는 상황 속에서 선물 옵션 및 변동성 트레이딩과 같은 대응책이 없었다. 현재는 상품 약관을 개정해 분산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환위험과 주가 변동성에 대응하는 헤지(위험회피) 전략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2022년과 지난해말 기준 샤프지수(투자위험 대비 초과수익률)는 -1.55, 0.82를 기록하고 있다. 샤프지수는 같은 위험을 감수했을 때 더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변동폭이 크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잘 내는 상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샤프지수가 낮거나 음수인 경우는 투자 수익이 지나치게 낮거나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시 흐름에 영향을 받는 주식형 펀드들은 대부분 샤프지수가 1을 넘지 못한다.
수익률도 외부 시장 환경에 따라 기복이 큰 편이다. 2012년 1.75%에서 이듬해 25.2%로 크게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8.0%, 3.98%로 플러스(+)를 유지하다 2016년 -6.51%로 전환됐다. △2017년(32.41%) △2018년(-8.29%) △2019년(28.23%) △2020년(34.88%) △2021년(14.31%) △2022년(-27.18%) △2023년(14.17%) 등 부침이 컸다.
◇'수익률 반전' 스타매니저 탄생, 미국 대형주로 승부
운용역은 지금까지 4번이 변경됐다. 이헌복·목대균·안선영 펀드매니저를 거쳐 현재 유의형 매니저가 맡고 있다. 최장 기간 펀드를 담당한 인물은 목대균 현 KCGI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운용하면서 망가진 수익률을 회복하는데 앞장섰다.
2007년 설정 직후부터 2년 4개월간 '미래에셋인사이트'를 이끌던 이헌복 현 자산배분부문 대표는 2010년 2월 물러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60%대로 고꾸라진 성적은 좀처럼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
이후 목대균 이사(현 KCGI자산운용 CIO)와 안선영 운용역은 중국 중심의 신흥국 시장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수익률은 서서히 회복했다. 1%대에 머물던 수익률은 2013년 25.25%로 수직 상승했다. 2017년에는 32.41%를 기록하며 오명에서 벗어났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두 사람은 승진을 하기도 했다. 2017년 목대균 이사와 안선영 매니저는 당시 각각 글로벌운용본부와 기금운용2본부 상무보에 임명됐다. 스타매니저로 거듭난 목대균 이사는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떠났다. 현재는 유의형 글로벌운용팀장이 넘겨받아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 기준 주요 국가별 투자 비중은 미국(65.09%), 한국(8.10%), 중국(5.99%), 타이완(5.02%), 일본(4.79%), 네덜란드(4.17%), 인도(3.94%), 프랑스(2.88%) 순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포트폴리오는 마이크로소프트(6.63%), 엔비디아(5.94%), 아마존(5.01%), JP모간체이스(4.89%), 알파벳(4.84%) 등 미국·중국 대형 기술주가 많은 편이다.
◇공격적·적극적 자산배분 전략, 대담한 통솔자 'ENTJ'와 유사
이 펀드는 성격유형 지표인 MBTI로 구분하면 ENTJ에 가깝다. '통솔자'로 통하는 이 유형은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조직을 이끈다. 도전적이고 독립적이며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에셋인사이트도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법인과 현지 자산운용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다수 국가와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주식과 채권 비중도 0~100%로 재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동된다. MSCI ACWI를 벤치마크로 주요 종목 30여개로 운용 중이다.
매매회전율은 최근 1년 기준 60%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시장 환경과 종목 분석에 따라 20~100% 수준까지 리밸런싱 작업을 거칠 수 있다. 매매회전율은 주식 거래대금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자산을 자주 사고팔수록 높다.
대표 특징은 △구성 종목이 많거나 다양하고(E·외향형) △비중과 자산 유형 제한없이 자유롭게 투자하며(N·직관형) △비교지수를 아웃퍼폼하며(T·사고형) △자산배분형(J·계획형) 성격을 가지고 있다.
판매채널은 계열사 비중이 크다. 클래스A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42.54%(489억원)로 가장 크고, 미래에셋생명이 12.69%(146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유안타증권(4.89%, 56억원) △기업은행(4.62%, 53억원) △국민은행(4.47%, 51억원) △NH투자증권(4.41%, 51억원) △한국투자증권(4.41%, 43억원) △우리은행(3.71%, 42억원) △대구은행(2.86%, 33억원) △SK증권(2.83%, 3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운용수수료는 높은 편이다. 수수료 선취형인 A클래스 기준 운용보수는 1.50%를 웃돈다. 판매보수는 0.90%다. 총보수는 2.49%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설정 초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1년간 28.2%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및 주식혼합형 펀드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선별 투자를 통해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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